중국의 고위인사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 중에 ‘핵심이익’이라는 단어가 있다.
“중국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핵심이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식이다. 다만 이런 인사들도 핵심이익이 일반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일일이 설명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단어만 들으면 중국은 티끌만큼의 손해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베이징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주장하는 핵심이익에 대해 대략 세 가지를 설명한다. 우선 중국의 국가체제와 정치체제, 정치적 안정이다. 여기에는 사회주의 제도, 공산당 일당제 등이 포함된다. 두 번째는 주권보호 및 영토보전, 국가통일이다. 신장위구르·홍콩 등의 문제다. 마지막은 중국 경제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사실상 현재 중국 체제를 유지하고 향후 발전을 위한 모든 내용을 ‘핵심이익’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핵심이익 주장이 일방적이라는 데 있다. 특정 국가나 사회, 개인이 어떤 이익을 추구할 때는 다른 국가나 사회, 개인의 이익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이 터무니없이 강요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이다. 중국은 한국에 배치된 사드가 자국의 핵심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해왔다. 당연히 한국의 핵심이익은 그들의 인식에 없었다.
사드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반면 중국 측 인사들은 중국에 대한 적대시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중국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는 한국을 위협하는 요소에는 북한과 함께 중국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1일 중국이 ‘국경절 열병식’에서 과시한 대규모 대량 살상무기들이 이웃 한국에 더 큰 위협이 되지 않을까.
중국은 미국에 근육 자랑을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양국 충돌 시 가장 큰 피해는 한국이 입을 것이다. 한국도 핵심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무력을 증강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중국 측 인사들의 한국 윽박지르기에는 이러한 고려는 없다.
중국 정부부처에서는 주기적으로 브리핑을 하는데 당연히 최대 관심사는 미국과의 무역협상이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최근에도 “중국은 미국과 평등 및 상호 존중의 기초 위에서 함께 노력해 서로의 핵심 관심사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이 주장하는 평등과 상호 존중의 요구는 힘 있는 상대에게만 적용되는 레토릭이 돼서는 안 된다. 한국과도 평등과 상호 존중이라는 원칙 아래서 제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우리 게임업체들은 중국에서 판호를 받을 수가 없다. 우리 연예인의 중국 방송 출연이나 공연도 아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조·유통기업들에 대한 차별도 유형무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반면 중국 게임업체는 한국에서 자유롭게 영업을 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가 방해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중국 기업을 제재하자는 불만이 나오기도 하지만 ‘자유시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중국은 시장을 막고 있는데 한국만 풀어놓은 꼴이다. 분명히 불공평하다.
중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의 피곤한 상황도 계속된다. 모순된 규제들도 ‘중국 특색’이라는 이름으로 지속되고 최근 더 강화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절대로 시행될 수 없는 규제들이다. 중국 측에 이의 제기를 해도 “싫으면 중국에서 나가라”는 태도다.
미국이 초강대국이 된 이유를 중국 당국자들은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이는 과거 로마제국부터 시작해 대영제국까지도 해당되는 말이다.
전통시대 중국도 어떤 의미에서는 그랬다. 그것은 하드웨어보다 오히려 소프트웨어의 힘이었다. 패권국의 제도와 가치가 받아들일 만하다는 스스로의 판단 아래 많은 국가 국민들이 수용했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중국도 ‘중국몽’이나 ‘인류운명공동체’ 실현을 통해 진정한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의 가치를 다른 나라 국민들도 수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직은 결코 가능하지 않은 모습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인 왕이가 오는 4일 한국을 찾아 양국관계의 발전방향을 논의한다고 한다. 4년여 만의 방한이다. 부디 좋은 대안을 가져가기를 바란다. 한국도 한국의 핵심이익을 절대로 양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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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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