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일본 아베정권의 무역 보복에 대항하여 내놓았던 지소미아 탈퇴 미수 행보는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를 반추해 보게 한다. 얼핏 문재인 정부가 일본 무역 보복에 대항을 위해 내놓은 단막극 같지만 의외로 파장을 일으켜 놓았다.
우리 정부가 끝까지 지소미아 종료를 단행할 기세를 보이자 특히 미국의 움직임이 폭풍처럼 밀려들었다. 미 국방장관, 연합사령관을 비롯하여 군부 장성급 관계자들과 고위 정보요원들이 우리 대통령과 국가 안보실장 등을 직접 면담하고 지소미아 탈퇴 번복을 설득하고 나섰다. 그래도 우리 정부가 탈퇴의지를 굽히지 않자 해리 해리스 주한미 대사가 이혜훈 국회정보위원장 등 국회의원 3인방을 대사관저로 불러들여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외국 대사가 주재국 여야 정치인을 정치문제로 관저로 불러들이는 것은 국제 관례상 금기사항이다. 마침내 미 의회 상하원에서도 지소미아 유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등 총공세를 폈다.
황소가 뒷걸음치다 쥐를 밟는 수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한일간 무역마찰 해결책으로 내놓은 지소미아 탈퇴 통보가 미국을 크게 당황케 했음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만일 문재인 정부가 한일간 무역문제 이외에 한미간의 새로운 쟁점까지 예상하고 지소미아 종료를 단행하려 했다면 장래 한미간의 불신정서는 증폭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영·독·불 등 유럽 12개국과 미국은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후 1949년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결성했다. NATO는 지금까지 소련 등 공산권 군사력에 맞서 성공적으로 운영돼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의 팽창이다. 지금은 중국이 방어대상으로 등장해 있다. 이에 대응책으로 한미일 3국이 2016년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를 발족시켰다. 일본자위대의 법적 제한성 때문에 정보협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만 사실상 한미일 군사합동 3각 동맹조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과의 무역마찰을 빌미로 지소미아 탈퇴를 감행하려 들다니 미국으로서는 질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염려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더라도 한미일 3개국 중 한 나라라도 발을 빼면 그것은 치명적인 3각 동맹의 와해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은 중국의 동남아 진출을 약화시키려고 인도,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을 엮어 결사체 구축에 부심하고 있는 중이다. 한미일 동북아 3각 동맹이 차질을 빚게 되면 큰 낭패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미국은 최근 들어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의심의 눈초리로 경계하고 있다. 한국은 사드 한국도입 문제로 중단되었던 중국과의 군사협력 회의를 최근 재개하기 시작했다. 한중 양국의 해군과 공군간의 직통전화 개설도 추진한다는 보도다. 한중간의 경제교역량도 미국보다 훨씬 앞선다. 그러니 한국의 지소미아 탈퇴를 미국이 범상한 해프닝으로 볼 수가 있겠는가. 한국이 자국의 통제권 밖으로 나간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은 지리적으로도 중국과 밀착돼있어 중국의 영향력이 쉽게 범접해 올 수 있고 북한의 끊임없는 적화 책동도 계속되고 더불어 소련의 신동방정책의 통로도 한반도를 책략에 넣고 호시탐탐하고 있다.
아마 미국은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탈퇴 시도에 제일 먼저 1948년의 ‘에치슨 라인’을 떠올리며 “앗 뜨거워라”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미국의 동북아시아 방어전략에는 한반도가 제외돼 있었다. 그것이 소위 에치슨 라인이다. 그때 6.25 남침이 시작되자 미국은 한반도가 공산화되면 일본도 쉽사리 공산권에 투항 밀착하게 되며 본토의 안보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과 맞닥뜨리게 됨을 통감하고 공산권으로부터의 한반도 수호에 참전했던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탈퇴는 단순한 일본과의 무역마찰 대항수단이 있거나 미국까지 겨냥한 내용 있는 계략이었거나 상당한 위험을 동반한 모험극이었고 그 내막의 시나리오들은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소미아 소동에서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더욱 신뢰를 잃었고 대신에 한반도가 미국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지정학적 요지인지를 새삼 일깨워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겠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지 등도 지소미아 사태를 계기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군사비용 대폭인상 요구에도 주한미군은 ‘용병’이 아니고 당연한 임무수행이라며 대폭증액 요구를 비난하고 있다.
일단 지소미아 조건부 종료 연기는 미국의 동북아 위기론을 진정시켰을 뿐이다. 한국과 일본이 지소미아 문제로 무역마찰이 해결된 것처럼 근거 없는 억지주장을 펴거나 더욱이 공과를 놓고 치졸한 외교설전을 벌이는 작태는 가소로운 일이다. 한미일 모두 정신 좀 차리자.
문의 (571)326-6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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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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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재앙이라 부르죠
다 서로 이익을 위해서 머리들 굴리는데 이건또 뭔소리 좀 알고 글을 써야지 개나소나 뭘안다고
참, 문제인 정부 여러 가지로 걱정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