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고국을 방문하고 왔다. 한 열흘 정도의 기간이었는데 내가 교육위원으로 있는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지역 담당 교육장과 교장 각 한 명과 함께 했다. 나는 지난 몇 해 동안 매년 한 번씩 휴가 대신 고국을 교육자들과 다녀 왔다. 한국에 처음 가 보는 미국인 교육자들을 안내하는 게 때로는 힘겹기도 하지만 그들에게 나의 고국을 소개하면서 다른 문화와 교육 체제를 접해 보게 하는 게 그들이 교육자로서 발전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즐거운 마음으로 해 왔다. 특히 페어팩스 카운티에 한인 학생들도 제법 되는데 그 학생들과 부모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번 고국 방문에서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여러 지역을 방문했다. 서울에서 시작해, 인천, 여수, 대구, 부산, 거제와 경주를 다녀 왔으니 한국에서 가장 큰 4개 도시, 그리고 한려 수도로 유명한 남쪽의 두 도시와 가장 오래된 역사 도시를 가 본 셈이다. 이 지역들을 방문하면서 학교들도 가 보게 되었고 한국 교육자들과 학생들을 만나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만남을 통해 나와 동행한 미국인 교육자들에게는 독특한 한국 예절을 배우는 기회를 갖게 되기도 했다. 그 중 하나가 자리에 대한 것이었다.
학교를 방문하면 교장실로 안내되었는데 그 때마다 미국 학교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테이블과 의자들을 볼 수 있었다. 학교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대체적으로 둥글거나 직사각형 모양의 낮은 테이블, 그리고 그 주위에 낮은 의자들이 놓여 있는 것이었다. 직사각형 테이블일 경우에는 더 확실 했지만 둥근 테이블의 경우에도 어느 자리가 상석인지는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상석은 평소에 교장이 앉는 자리인 것이다.
그런데 인천에서 한 학교를 방문했을 때 그 학교가 위치한 지역의 교육장과 같이 하게 되었다. 교 장실로 안내되었는데 그 학교 교장이 그 교육장에게 상석에 앉을 것을 권했다. 그러자 교육장은 극구 사양했다. 그 자리는 자기가 앉을 자리가 아니라고 말이다. 그렇다고 교장이 그 자리에 앉지도 않았다. 교장이 자기보다 상관인 교육장이 있는데 상석에 앉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교육장이 그 자리에 앉지 않은 이유는 교육위원 자격으로 방문한 나에 대한 배려였다. 물론 그렇다고 손님인 내가 상석에 앉을 수도 없었다. 결국 여러 사람들이 둘러 앉다 보니 자리가 하나 부족하게 되었는데 교장은 다른 곳에서 높은 의자를 하나 가져와 끝에 앉게 되었다. 상석은 그대로 비워 두고 말이다. 이러한 광경을 목격한 미국인 두 교육자들은 한국 사람들의 어른에 대한 배려와 겸손의 예절이 어떤지 깊게 느끼게 되었다.
비슷한 경우가 대구에서 한 학교를 방문 때도 일어났다. 그 학교 방문에 대구시의 부교육감도 같이 하게 되었다. 교장실 테이블 주위 의자에 모두 둘러 앉게 되었는데 교장이 당연히 상석에 앉을 수 없게 되었고 그 자리에는 부교육감이 앉게 되었다. 오래 전부터 내가 잘 알던 그 부교육감은 그 자리에 앉으면서 상당히 어색해 했다. 대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다가 한 사람이 부득이 먼저 자리를 뜨게 되었다. 그래서 한 의자가 비게 되자 부교육감이 얼른 일어나 상석을 비워 두고 자리를 옮겨 앉았는데 그 모습이 미국인 교육자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 왔던 것이다. 그 모임에 있던 한국 교육자들 사이에는 부교육감이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지만 미국에서 방문한 교육자들, 특히 오래 전부터 알아 왔던 교육위원인 나를 배려해 부교육감 본인이 상석에 앉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여겨서 자리를 옮겨 앉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이렇게 자리에 대한 예절을 따지는 한국 문화가 그런 문화가 없는 미국 문화보다 더 우수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미국인 교육자들이 배워서 적용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문화적 배경의 다양성이 미국의 어느 곳보다 높은 페어팩스 카운티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미국인 교육자들이 이렇게 다른 문화를 접해 본 것은 자신들과 그들이 책임지고 있는 학생들의 교육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한인들을 대할 때에 어쩌면 고려해 볼 수 있는 배움이 되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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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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