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워싱턴 포스트지에서 버지니아 주검찰이 라우든 카운티 교육청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라우든 카운티 공립학교들이 제공하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에 흑인 학생들이 공평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고발장이 접수되었다는 것이다.
북버지니아에 있는 라우든 카운티는 미국 전체에서 평균소득이 가장 높고 주민들의 교육열 또한 대단하다고 알려져 있다. IT 관련 직종에서 일하는 주민들이 많고 연령도 비교적 젊은 편이다. 주민들의 인종적 분포를 보면 백인이 56%, 아시안 19%, 히스패닉 14% 그리고 흑인이 7% 정도 된다. 공립학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 수준도 훌륭하다.
그런데 흑인 민권단체인 NAACP가 주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 의하면 흑인 학생들이 라우든 아카데미(Academies of Loudoun)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우든 아카데미 내에는 사이언스 아카데미, 엔지니어링과 테크놀러지 아카데미, 직업교육 아카데미 이렇게 세 가지 다른 프로그램이 있다. 그 중 첫 두 프로그램은 인근 페어팩스 카운티에 위치한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TJ)와 버금가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는 데에 목표를 두고 세워졌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그 두 프로그램에 합격한 흑인 학생 숫자가 아주 적다. 이번 학년도에는 각 두세 명에 불과했다. 반면 아시안 학생은 첫 번째 프로그램에는 102명, 두 번째 프로그램에는 79명이었다.
고발 단체는 이렇게 인구의 인종적 분포비율에 비해 흑인 학생들의 합격 비율이 낮은 이유가 입학 사정 기준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린데 입학 사정 기준과 과정을 보면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와 동일한 것 같다. 1차 단계에서는 시험 성적, 2차 단계에서 교사 추천서, 학교 성적, 그리고 에세이를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다. 지원 학생들의 인종적 배경이 드러나는 개인정보는 전혀 제공되지도 않고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평가 기준과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주 검찰이 일단 조사에 나서기로 한 이상 결과를 기다려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입학 사정 기준과 과정 중 어떤 부분이 흑인 학생들에게 불공평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선뜻 이해가 안 된다.
결과적으로 합격된 흑인 학생들 숫자가 늘어 나지 않는 이상 무조건 불공정 하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러한 입학 사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혹시 추첨을 통해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아니면 흑인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도입을 해야 한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페어팩스 카운티에서도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 입학사정 결과에 흑인 학생들이 많지 않은 것을 두고 지원학생 인터뷰를 통해 과학, 수학, 테크놀러지에 관한 열정 평가를 포함하자는 주장이 과거에 나온 적도 있었다. 그 것은 아마 흑인 학생들이 인터뷰에서 상대적으로 더 우수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왔던 것 같다.
흑인 학생들과 백인, 아시안 학생들 그룹 사이의 학업 성취도 격차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사실 미국의 대부분의 학군들이 오랫동안 해결을 못하고 있는 이슈이다. 거기에는 라우든 카운티 뿐 아니라 페어팩스 카운티도 예외는 아니다. 격차의 근본적 이유로 가정의 소득 차이에서 기인하는 기회의 불균등이 가장 크게 거론된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교육청의 노력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는 데에는 모두 의견을 같이 한다.
그러나 이런 논의를 할 때마다 거의 언급이 안 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그것은 학생들의 교육에 있어서의 부모의 역할이다.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도 쉽게 얘기를 못 꺼낸다. 잘못하면 인종적 편견을 가진 사람으로 오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말하는 사람도 조심스럽고, 혹시나 듣는 사람 가운데 누군가 모욕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적극적인 논의를 하는 것에 겁을 먹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부분까지 논의가 되지 않으면 진정한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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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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