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 후보를 뽑는 공화당 예선만큼 엎치락뒤치락한 선거도 드물다. 2011년 실시된 아이오와 인기투표에서 1등을 한 것은 그때까지 무명이나 다름없던 연방 하원의원 미셸 바크먼이었다. 그러나 참신한 이미지로 반짝하던 그녀는 그 후 자격 미달로 중도 사퇴하고 말았다.
그 다음에 뜬 것은 텍사스 주지사 릭 페리였다. 공화당의 아성이자 최대 표밭인 텍사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토론회에서 제대로 대답을 못하고 쩔쩔매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대통령감은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 다음 피자체인 회장을 지낸 흑인 기업인 허만 케인이 선두를 달렸으나 불륜 스캔들이 터지면서 밀려났고 뉴트 깅그리치 전 연방 하원의장이 그 자리를 물려받았지만 대의원 확보에 실패하면서 탈락하고 결국은 미트 롬니가 대선주자 자리를 꿰어 찼다.
전문가들은 이런 심한 부침은 유권자들 마음에 꼭 맞는 후보가 없었던 탓으로 보고 있다. 모르몬교도인 롬니가 탐탁치는 않지만 그나마 그가 오바마와 싸워 승산이 있는 후보라는 판단 하에 낙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2020년 대선을 앞둔 지금 민주당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때 두 자리 수 차이로 다른 경쟁 후보를 앞서가던 조 바이든은 첫 경선주인 아이오와에서 엘리자벳 워런에게 밀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아이오와에서 요즘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나이 불과 37세로 정치경력이라고는 인디애나의 소도시 사우스 벤드 시장을 한 것이 전부인 피트 부티지지가 워런을 제치고 1등을 한 것이다. 최근 실시된 디모인 레지스터와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티지지는 25%로 16%를 얻은 워런, 그리고 15%로 동률을 기록한 바이든과 샌더스를 압도했다.
아이오와만이 아니다. 세인트 앤셀름대 조사에 따르면 부티지지는 25%로 뉴햄프셔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바이든과 워런은 15%로 동률, 샌더스는 9%로 4위를 기록했다.
오바마 밑에서 8년간 부통령을 했고 생애 전부를 워싱턴에서 살다시피 한 바이든과 민주당 좌파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워런과 샌더스가 정치초년병과의 싸움에서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은 민주당후보들이 얼마나 약한가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가 뒤늦게 선거판에 뛰어든 이유를 알 것 같다.
부티지지는 대선후보가 아니더라도 흥미로운 인물이다. 지중해 몰타 섬에서 이주한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고교시절 존 F 케네디 재단이 실시하는 에세이 콘테스트에서 1등을 차지했다. 그때 그가 주제로 선택한 것이 버몬트 주 연방 하원의원인 버니 샌더스의 정치적 용기와 강직함이었다.
그후 하버드에 들어가 역사와 문학을 전공한 그는 학부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후 가장 똑똑한 학생만 뽑힌다는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포드에서 수학했다. 빌 클린턴도 로즈 장학생 출신이다. 그후 시카고 맥킨지 & 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던 그는 2010년 인디애나 재무관 선거에 출마해 낙선하지만 다음 해에는 사우스 벤드 시장에 도전에 당선된다.
그의 경력 중 특이한 것은 2007년 군대에 자원입대해 아프가니스탄 전에 참전한 것이다. 거기서도 편안한 사무직이 아니라 총알이 날아오고 폭탄이 터지는 전장을 누비는 운전병으로 복무했다. 한국에서 출세 코스를 달려온 엘리트라면 상상할 수 없는 행보다.
거기다 그는 미 역사상 대선 경선 후보로는 처음 동성결혼 중인 인물이다. 동성결혼은 오바마조차 처음에는 반대했고 연방대법원이 이를 합법화한 것이 불과 5년 전이다. 이런 인물이 대선 후보감으로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여론조사에서 1등을 했다는 것은 미국이 얼마나 급속히 변하고 있는가를 말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이오와나 뉴햄프셔는 대선 풍향계이기는 하지만 대의원 수는 얼마 안 되고 순서는 나중이지만 대의원 수가 많은 사우스캐롤라이나 같은 곳에서 그의 지지율은 한 자리다. 보수적인 흑인 민주당원들이 압도적으로 바이든을 밀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워싱턴 포스트는 그를 “당신이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가장 흥미로운 시장”이라고 불렀다. 승패에 관계없이 30대 동성애자가 대선 여론조사 1위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그는 “가장 흥미로운 대선 후보”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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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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