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의 대부분은 원래부터 특별한 용도로 구분하여 사용하던 약용 식물이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 먹던 음식들을 맛의 차이가 아닌 몸에 끼치는 효능의 차이를 기준으로 따로 분류한 것들이다. 물론 그 중에는 약성이 너무 강해 일반 음식으로는 잘 사용하지 않는 한약재들도 있지만, 전문적인 지식을 지닌 이가 제대로만 사용한다면 그런 한약재들도 몸에 무해하다.
식재료가 오염될 수 있다면 당연히 한약재도 오염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제부터 모든 한약재는 안전하다고 믿고 마음껏 복용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 근본이 음식과도 같아 재료 그 자체로서는 무해한 한약재라 하더라도, 여느 다른 음식처럼 재배나 유통의 과정에서 얼마든지 오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이 거의 매일 먹는 ‘배추’나 ‘고추’같은 음식들도 저질의 토양에서 재배하거나 지나친 농약을 사용하게 되면서 여러가지 나쁜 것들이 그 안에 축적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임상에서 많은 이들이 한약의 안전성에 대한 문의를 할 때 꼭 ‘한국산’인지, 혹은 ‘중국산’은 아닌지의 여부를 먼저 확인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이는 많은 사람들이 한약재 자체가 가진 ‘독성’보다는 한약재가 재배되고 유통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오염’에 대해 더 큰 불안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실제로 그 동안 한국에서 문제가 되었던 농작물이나 축산물들의 경우 그 대부분이 중국에서 수입되어 오는 경우가 많았기에, 중국산 한약재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가질 만하다.
한의사가 한약재의 원산지를 선택하는 기준은 품질보다는 원방의 충실함이다
일단 본인은 임상에서 대부분 한국에서 재배한 국산 한약재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중국산 한약재가 국산보다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은 아니다. 다만, 본인이 주로 임상에서 사용하는 치료법의 기초가 한국에서 자생한 ‘사상의학’에 두고 있어, 사상의학의 창시자인 당시의 이제마 선생님이 사용했을 법한 ‘국산 한약재’들을 주로 사용해 원방을 충실하게 재현하려는 의도로 ‘한국산’ 한약재를 사용하는 것 뿐이다. 물론 중국에서 한의학을 공부하셨거나, 중국의 특정한 의서를 바탕으로 의술을 펼치시는 분들이라면, 본인과 같은 이유로 자연스레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한 한약재를 사용해 처방을 구성할 것이다.
일반 소비자가 한약재를 선택하는 기준은 원산지보다는 엄격한 품질검사 여부가 되어야 한다
또 원산지가 중국이라는 이유만으로 중국산 한약재의 품질이 한국산 한약재보다 떨어진다고는 말할 수 없는데, 실제 한약재의 원산지보다 중요한 것은 정식으로 ‘의약품’ 으로서의 검사 기준을 통과한 한약재를 사용하는지, 혹은 ‘식품’ 으로서의 기준만 가까스로 통과한 한약재를 사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식재료로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품종의 한약재라 할지라도, 일반 야채로서 섭취하는 기준보다 훨씬 대량의 용량을 농축해서 다려 먹는 한약복용법의 특성상, ‘한약재’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훨씬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약재로서의 검사에 부적격 등급을 받은 약재라도 식품으로서의 기준은 충분히 충족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일까? 한약재의 대부분이 약재이면서도 동시에 음식으로 소비되는 중국이나 한국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동일한 품종의 한약재라도 한쪽에서는 식품으로서 기준에 맞춘 검사를 통해 일반 시장에 야채로 풀리는 한약재가 있고, 다른 쪽에서는 의약품 검사 기준을 통과 해 의약품으로서 한의원으로 풀리는 한약재가 있다. 일반적으로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경우 일반 농산물에 적용하는 식약청의 기준보다 수십배 엄격한 기준의 ‘의약품/생약’ 검사를 통과하는데, 여기서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의약품 검사보다 그 기준이 훨씬 완화된 ‘식품검사’를 다시 통과해 일반 시장에 식재료로서 유통된다.
즉, 검사 결과 기준치를 초과한 농약이나 중금속을 포함해 한약재로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약재라도, 식재료 로서의 기준은 충분히 통과하는 정도로 우리가 매일 먹는 배추나 오이보다는 안전한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정식으로 ‘의약품’ 으로서의 품질 검사를 통과한 한약재라면 안전성에 대한 심은 전혀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 한의원은 법적으로 반드시 이 ‘의약품’ 으로서의 기준을 통과한 한약재만을 취급하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니 한약재가 중국산이든, 한국산이든 양심적인 한의사가 고른 한약재를 복용하면서 품질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거의 있을 수가 없다.
문의 (703)942-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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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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