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또 다시 우호 혹은 비우호적인 주변 국가들로부터 일제히 안보와 평화와 관련된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 일본, 북한, 중국과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한국의 역사와 지정학적인 운명의 관점에서 볼 때 놀라울 일도 아니다.
미국은 한일간의 지소미아 정보공유 협정을 부활하라고 한국에 압력을 가한다. 한국은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을 제한한 후에 지소미아 중단을 결정했었다. 그러나 일본은 한일간의 무역관계를 복원할 의사를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지소미아 협정은 11월 23일로 만료된다.
11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지소미아 부활을 강력히 원했던 미국의 요청을 단호히 거절했다. 조건은 일본을 설득해 보라는 것이었다. 한국정부는 일본이 수출제한을 해제하지 않는 한, 지소미아를 복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문 대통령의 결정은 견해에 따라 정당한 주권의 행사 또는 한미동맹을 해칠 수 있는 위험한 처사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미국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현재보다 5배 올려 총액 50억불을 내라고 압박한다. 분담금 인상을 요청하면서, 에스퍼 장관은 트럼프의 말을 가감없이 그대로 옮긴다. “한국은 부유한 나라다. 그러니 당연히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라고.
지금까지 알려진 한국의 분담금 증액의 용도는 주한미군과 직접 관련된 지원 비용뿐만이 아니라, 현재는 한국영토에 주둔하고 있지 않지만, 유사시 한국방어에 투입될 미군병력 유지 비용과 첨단 전쟁자산 운용비를 포함한다고 한다.
트럼프는 전진 배치된 역내 미군병력의 목적이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순전히 동맹국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분담은 협상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지만, 한국에서 우선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차라리 50억불을 자주국방에 사용하고, 북한이 핵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 한국도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말들이 오가는 실정이다. 따라서, 다분히 고립주의 색채를 지닌 트럼프의 미국제일주의는 진정한 동맹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은 남북대화를 철저히 단절하고 있다. 한국의 투자로 건설된 금강산 관광시설 해체문제도 서면논의를 고집한다. 같이 만나서 협의하자는 서울의 제안을 일축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은 앞으로 북한의 관광사업에 끼어들 생각도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동안 북한은 한국이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남북경협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했었다. 구체적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철도연결 등으로 북한에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한국이 미국의 뜻에 따라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제재조치에 동참하는 것을 보고, 북한은 한국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까지 느끼고 있다. 북한은 또 한미군사훈련과 한국의 전력강화 계획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는 북미협상을 통해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국내정치적으로 어려워도 인내심을 갖고 핵문제 해결을 위한 측면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은 남한에 대해서 모욕적인 막말로 한국을 비판하고 있다.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이 무색할 정도이다. 한국이 언제까지 북한의 부정적 언행을 두고만 볼 것인지도 우려스럽다.
북한은 핵협상에서 한국의 역할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미국은 협상을 지원하기 위해서 한미훈련의 규모를 축소하고, 연말에 예정되었던 한미합동 공군훈련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17일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과 곧 만나 협상을 끝내자고 제의했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도 선뜻 대화에 나설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대화의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고 있다. 18일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미국이 진정으로 우리와의 대화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면 우리를 적으로 보는 적대시 정책부터 철회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조건의 핵심은 제재 해제에 있다.
이에 앞서 북한은 미국측이 밝혀지지 않은 제 3국을 통해 전달해온 실무회담 재개 제의를 거절한 바 있다. 북한은 미국의 본질적인 입장의 변화가 없는 접근은 속임수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연말 데드라인을 어기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도 재개할 수 있다는 위협도 가하고 있다.
끝으로 중국은 한국이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에 완전히 참여할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 전략은 공개적으로 중국을 봉쇄할 것을 목적으로 한다. 중국은 한미일 3각 동맹이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 방어 체계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한국은 이미 부분적인 사드의 한국 전개를 통해서 혹독한 대가를 치른 바 있다. 사드가 중국이 아니라 북한을 목표로 한다는 한미측의 설명은 먹히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한국은 원하든 아니든, 급변하는 지역의 안보환경 속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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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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