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탠퍼드대 한인 여교수 뇌과학의 새 지평 열어
▶ 뇌 신경세포의 연결 구조와 동작 원리 밝혀 상용화
뇌 신경세포의 연결 구조와 동작 원리를 통해 뇌질환을 진단하고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뇌과학 분야의 확기적인 연구 결과를 이끌어낸 스탠퍼드 대학 이진형 교수, 이 교수는 이 기술을 상용화해 바이오 기업 엘비스(LVIS)를 창업했다
인류의 평균 수명은 연장됐지만 치매나 뇌졸증 등의 뇌 질환은 인류에겐 여전히 위협적인 요소이다. 뇌혈관 질환은 여전히 가장 많은 사망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불치의 병으로 일컫는 뇌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서부터 치료까지 언제쯤이면 가능할 수 있을까.
뇌 신경세포 연결망 연구의 권위자로 스탠퍼드 대학에서 후진을 지도하고 있는 이진형 교수가 불가사의한 뇌질환에 대한 진료 및 치료를 가능하게 접근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이를 상용화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진형 교수는 광유전자학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융합한 혁신적인 연구 방법론을 개발했는데 이는 뇌질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이 교수는 뇌질환 치료 방법에 대한 근본적 접근 방법을 스마트폰과 대비해 설명해준다.
“고장 난 스마트폰을 고치기 위해 수리점에 가면 수리점에서는 고장 난 원인을 찾기 위해 스마트폰의 작동 원리에 접근할 것입니다.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있다면 쉽게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야겠죠. 뇌 질환도 마찬가지입니다. 뇌 회로도를 파악해야만 병을 진단하고 제대로 치료할 수 있죠.”
이 교수는 “뇌전증(간질), 치매, 파킨슨병 등 뇌 질환을 정복하기 위해선 1천억 개가 넘는 세포로 구성된 뇌를 완벽히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같이 설명한다.
이 교수는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스탠퍼드대로 유학 와 전기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같은 대학에서 박사후연구과정을 마친 그는 2007년부터 UCLA 전기공학과 정신의학, 방사선학 조교수로 근무하다 지난 2012년 모교인 스탠퍼드대로 자리를 옮겨 바이오엔지니어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스탠퍼드 대학 바이오 X 건물에 위치한 랩에서 동료 연구원과 연구 결과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는 이진형 교수(오른쪽)
전기 전자 공학을 공부했던 그가 갑자기 뇌공학에 관심을 가졌던 배경은 외할머니의 뇌졸중과 연계된다.
“제 박사학위를 기대하며 한국에서 바라보던 할머니가 제가 대학원을 졸업할 당시 뇌졸중으로 쓰러져 12년간 반신불수로 병상에 누워있다 돌아가셨어요.”
이 교수는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생각하며 뇌질환 치료를 개발키 위한 마음을 더 굳게 다져왔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과학기술이 이렇게 발전했는데도 작은 뇌혈관 하나가 터졌다는 이유로 평생 누워계셔야 하는 현실이 끔찍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때 직접 뇌를 연구해야겠다고 생각했고, 2007년부터 독학을 하며 오랜 기간을 거쳐 이제 하나둘 성과가 나오고 있고 이를 상용화해 많은 환자들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찬다.”고 소감을 전한다.
공학도 출신인 이 교수는 반도체처럼 뇌의 회로도를 만들고 분석해 뇌 질환 진단과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무려 12년만의 결실이었다.
그동안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 엘비스(LVIS)를 2015년 팔로알토에 창업했고 한국에도 지사를 뒀다. 엘비스는 이 교수의 뇌 회로도 개념을 기반으로 뇌전증, 치매, 파킨슨병 등을 진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로 회사 이름은 뇌 회로를 ‘생생하게 시각화’(Live visualization)한다는 의미의 약자다.
“이미 환자별 뇌 회로를 분석해 치료방법을 제안해주는 소프트웨어인 ‘뉴로매치’를 개발했어요. 뉴로매치’는 지난해 스탠퍼드대 의대에서 뇌전증 환자 대상의 실험을 마쳤고,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뇌질환 진단과 치료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이어지자 투자자들로부터 1500만불에 달하는 투자액도 들어왔다. 이제는 임상에 대한 긍정적 결과를 기반으로 병원들이나 제약회사들과 접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제안서를 제출해 자금 지원을 받아 처음 연구를 시작했는데, 이 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말렸어요. 이 분야는 생물학, 유전공학 등 다양한 지식이 필요한데 평생 해보지 않은 분야를 어떻게 연구할 생각이냐고 주변 교수님들과 동료들이 모두 극구 반대했었습니다.”
현재 스탠퍼드 대학에서는 이진형 교수의 연구 결과가 뇌의 작동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현격히 높일 수 있는 노벨 의학상을 거머쥘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그가 동료 임을 매우 자랑스러워 했다.
이 교수는 라이나생명 50대 이상 세대의 삶의 질 개선과 건강 증진에 기여한 인물에 수여하는 ‘라이나50+ 어워즈’에서 스탠퍼드 의과대학·공과대학 교수로 첫 수상자로 알려져 있다. 당시 그는 ‘뇌 회로도’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치매와 파킨슨병 등 치료가 어려운 뇌 질환 치료에 희망을 준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교수는 “올해는 뇌 회로 분석 도구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신청을 위한 임상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는 해”라며 “뇌전증 다음 타깃은 치매와 파킨슨병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환자의 뇌 회로를 분석해 적절한 치료법을 제시해주는 정도지만 앞으로는 신약 및 치료법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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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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