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국가든 정권이든 분열과 부패, 사회타락으로 망하지 않는 예가 없다. 그것은 결코 증오나 저주가 아닌 역사진행의 철칙이다. 로마제국이나 장개석의 중화민국이나 모두가 부패와 내분, 기강해이로 명멸해 갔다. 대한민국의 정치사회 현실을 보노라면 극심한 분열과 기강해이, 타락풍조로 인하여 망해가는 단계에 들어선 것 같은 전율이 엄습해 온다.
오늘날 우리나라와 같은 정당간의 치졸한 극한 대립과 기강해이 혼돈 타락상은 어느 시대 어느 역사에서도 듣거나 읽어본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바로 엊그제 청와대 정무특보와 야당 원내대표 간 시정 잡배수준의 싸움판을 보면서 뭔가 갈 때까지 가버린 종말을 모두가 통감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왜 이러는 걸까. 막연한 반발이 치밀어 오른다.
고구려 만주 넓은 벌판을 모두 빼앗기고 끝자락 한반도로 쫓겨 와서도 우리 조정은 무얼 했는가. 세종대왕 시대 잠깐을 빼놓고는 줄곧 사대주의, 굴욕외교, 당파싸움, 백성탄압 등이 전부였다.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풍신수길)가 13개 번주(봉건 영주)를 통합하고 서양에서 조총을 들여와(1543년) 한반도 정복(정한론)을 준비하고 있었는데도 우리 조정은 뭘 했나. 일본의 급성장을 전혀 무시해 버리고 그들의 침략준비를 까맣게 모른 채 무얼 했나. 우리 운명을 명나라에 맡긴 채 사색당쟁, 내분의 늪에 깊이 빠져 있었다.
그러고도 우리 선조들은 정신을 못 차리고 몽고까지 석권한 청나라(후금)와 명나라 틈새에 끼여 갈팡질팡하며 자주국방과 중립외교를 주창하던 광해군을 명나라와 짜고 제거해 버리고나서 정유재란과 인조의 삼고구궤(三顧九饋) 치욕의 수모, 병자호란을 당했다.
우리는 왜 ‘복배수적’(腹背受敵: 앞뒤로 적이 도사리고 있음) 역사 내내 장탄식을 해오면서도 왜 깨닫지 못하고 지금도 비굴 치욕의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는지 괴롭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지금 이 시간의 한반도 처지를 돌아보자. 우리 한국은 그야말로 고립무원이다. 북한이 핵무기 난동을 부리면서 자기들과 함께 미국에 저항하지 않는다고 강압하며 한미 간의 이간 책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중국과 소련은 다시 결탁하며 한반도를 미국과의 패권경쟁에 흥정물로 악용하려 들고 있다. 또한 우리 항공식별구역을 중국, 러시아 전투기들이 제 집처럼 드나들고 있다.
우리는 북한에게도 중국 러시아에게도 굴욕 저자세 일관이다. 미국이 우방 동맹국이라고는 하지만 과연 대등한 입장에 서있나. 사드 유도탄 기지를 한반도에 설치하여 중국과 외교와 경제 마찰을 빚게 했다. 수백억짜리 스텔스기를 여섯 대나 구입하고 여의도 면적 두 배에 해당하는 평택에 최신시설 군사기지를 건설해주고 매년 1조원이 넘는 군사 주둔 비용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새해부터 주둔비용을 엄청 올려 매년 6조원을 내라며 압력을 넣고 있다.
일본은 이미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시키는 경제침략을 감행해 왔다. 그런 노골적인 적대행위를 하면서도 지소미아(군사정보협정) 탈퇴에는 심한 앙탈을 부리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괌, 일본, 호르무즈 해협 미군 군사비용까지 한국이 부담할 것을 요구하면서 지소미아 문제는 노골적으로 일본 편을 들며 한국의 탈퇴를 막으려 들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 한국은 국제적으로 사면초가에 빠져있다. 지금 국내에선 나라를 걱정하는 시민들의 비관적 목소리가 무성하다. 그야말로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 무국통탄’(나라가 없으니 어쩌랴 더불어 맘 붙이고 살 곳이 없구나) 우려의 소리가 두렵다.
나라의 형편이 이 모양인데도 지도자들은 수백 년 고질적 병폐에서 한 발짝도 진화를 못하고 있다. 내외적으로 나라가 수렁으로 빠지든 말든, 국민들이 무질서와 경제혼란 속에 있어도 오불관언 아랑곳 하지 않고 날만 새면 싸움질이요, 분열이다. 20대 국회의 법안처리는 30%를 넘지 못했다. 우리 정치인들의 직무유기, 세금수탈, 죄행이 여실히 드러나 있는 셈이다. 탐욕과 독선에 한껏 취해 있으니 이들에게 애국애족의 마음이 있을 리가 없다.
가짜 뉴스, 가짜 민주가 판치는 세상, 무원칙 이념대립과 증오, 분열, 타락, 불공정의 모순이 해결될 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전 국민이 오늘의 처지를 자각하고 중도노선을 찾는 기적이 올 수 있을까 염원해 본다. 바로 며칠 전 독일 총리 메르켈 여사는 통일 축사를 통하여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하는 민족에게 평화와 통일이 온다”고 역설했다. 뼈저리게 새겨둘만한 교훈인 것 같다.
<
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 페어팩스,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