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정부 “종교적 입양기관의 신념·양심 보호”
▶ 일부 인권단체 “종교·성적인 이유로 차별” 비판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입양아 가족 초청 행사에서 한 어린이와 남성이 활짝 웃고 있다. [AP]
트럼프 행정부와 동성애 옹호 단체들이 종교적 기관의 입양 및 위탁양육 서비스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 올 초 연방소송이 제기된데 이어 ‘전국 입양의 날(11월23일)’이 있는 11월 ‘전국 입양의 달(National Adoption Month)’을 맞은 첫날인 1일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 발표한 관련 규정 변경 조치가 첨예한 대립 양상을 초래하는 도화선이 됐다. 찬반 양쪽 진영에서 모두 내세우는 명분은 공교롭게도 ‘차별’이란 공통분모를 갖고 있지만 서로의 입장과 해석은 극과 극의 접근법을 띄고 있다. 종교적 기관의 입양 및 위탁양육(Foster Care)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해본다.
신앙 양심 따른 거부권 보장연방후생국(HHS)은 1일 입양 및 위탁양육 기관들이 종교적 신념이나 신앙적 양심을 이유로 동성애 부부나 종교가 다른 가정에 대해서는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새로운 완화 규정을 발표했다. 해당 규정은 연방관보에 실린 후 30일간의 국민 여론 수렴을 거쳐 법제화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이미 올 초 예견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2월 열린 국가 조찬 기도회에서 종교적 기관의 입양 및 위탁양육 서비스 제한 조치 완화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앞서 오바마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불과 9일 전 입양 및 위탁양육 알선 기관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동성애 부부 가정에 대한 서비스를 거부할 수 없도록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 등에 따른 차별 금지법을 긴급 제정해 시행한 바 있다.
서비스를 거부하면 연방후생국이 지원하는 연방 지원금 수혜 자격을 박탈당하도록 조치한 탓에 이들 종교적 기관들은 서비스를 중단하고 아예 문을 닫거나 아니면 신앙의 양심을 저버리고 동성애 가정의 입양이나 위탁양육 의뢰를 수용해야만 하는 입장이었다.
이번 조치로 신앙의 양심을 지키면서도 입양 및 위탁양육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이를 반대하는 동성애 옹호단체들의 연방소송 제기로 순탄치 않은 과정을 앞두고 있다.
동성애 옹호단체의 ‘차별’ 주장은뉴욕에 본부를 둔 비영리기관인 ‘아동의 권리(Children’s Rights)’를 비롯한 동성애 옹호단체들은 백악관이 동성애 차별을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이라며 이번 조치에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동성애는 물론 유대교, 가톨릭, 이슬람 등 서로 다른 종교적 신념을 지닌 가정에까지 입양과 위탁양육을 거절하는 것은 엄연한 차별인데 이런 기관들에게 국민 혈세로 조성된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시민자유연대(ACLU)는 이미 연방후생국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정부를 상대로 연방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대표적인 대형 입양기관인 미러클 힐 선교회가 개신교인이 아닌 가정에 대한 서비스 거부를 허가받고 연방후생국으로부터 60만 달러 지원금까지 받은 것이 빌미다. 전국의 11만4,000쌍의 동성애 부부가 입양 아동을 양육하고 있고 이성 부부의 입양율은 3%인 반면 동성애 부부는 21.4%로 7배 더 높다는 UCLA의 조사도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종교적 입양기관의 ‘차별’ 주장은
입양 및 위탁양육 서비스를 제공하던 종교적 기관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부당한 차별 조치로 종교의 자유를 박탈당했으며 신앙의 양심을 지키려다 수 만개의 기관이 문을 닫은 탓에 오히려 수많은 어린이들이 복지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연방후생국의 이번 조치는 종교나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에 따른 선택적 서비스를 차별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어서 정부가 종교의 자유를 침범할 수 없고 이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담고 있다. 백악관도 동성애 가정에 입양을 금지하거나 배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입양 기관들이 위기의 가정에 있는 어린이를 돕는 일과 신앙의 양심을 지켜야 하는 일 사이에서 더 이상 갈등할 필요가 없도록 조치했다는데 더 큰 의미를 두라는 당부다.
실제로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려는 수많은 노력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에도 연방후생국은 전문의료인들이 낙태, 조력자살, 불임수술 등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나 도덕적 가치와 맞지 않을 때 의료행위를 거부할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 미국주교회의도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신앙의 양심과 사업 포기의 기로에서 갈등하던 고민에서 자유로워진 만큼 아동 복지를 위한 새로운 출발이 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바나 그룹 조사에서 일반 가정에 비해 가톨릭 가정의 입양율은 3배, 일반 기독교 가정은 2배, 복음주의 개신교인은 5배나 더 높다는 점이 이러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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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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