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표현에 ‘a seat at the table’ 이라는게 있다. 직역을 하면 ‘테이블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자리’가 되겠는데,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한다. 이렇게 테이블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은, 자리에 앉는 사람이 특히 어떤 그룹의 대표성을 가질 경우 해당 그룹이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만큼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 받는 것과 같다.
그런데 최근에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정부 기금 사용과 관련된 한 모임을 다녀오면서 우리 한인사회도 그러한 자리 배정에 대한 요구를 꾸준히 해야 할 필요를 다시 한 번 느꼈다.
페어팩스 카운티 정부의 1년 예산 중 약 9억 달러를 보건 복지에 쓰인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현재 1년에 1,300만 달러 정도를 Consolidated Community Funding Poo(CCFP)에 필요한 예산으로 책정해 놓고 있다. 이 CCFP는 비영리단체나 커뮤니티 단체들이 페어팩스 카운티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나름대로 준비해 제출한 프로젝트를 심사해 필요한 재정을 보조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금이다.
이 기금을 받게 되는 프로젝트의 선정은 2년에 한 번씩 한다. 그래서 프로젝트 내용도 2년 간의 활동 계획을 포함시켜야 한다. 2019-2020 회계년도 동안의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금 수여 내역을 보니 작게는 2만달러에서부터 많게는 67만달러까지 있었다. 2만달러짜리 프로젝트는 긴급구호식량 그리고 67만달러짜리는 전과자들과 그 가족들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워싱턴 한인복지센터도 CCFP 기금의 일부를 받아 중요한 일에 사용해 오고 있다.
그런데 내가 ‘자리 배정 요구’의 필요를 느꼈다고 하는 이유는 이 기금의 사용 영역이나 배정 원칙 등에 관련된 정책 자문 기구에 누군가 한인 사회를 대표해 참여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20명 가까이 되는 자문위원들 중 한인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런 정책자문 기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물론 카운티의 전체적인 필요를 모두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카운티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소수 민족 사회의 나름대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 한인 사회의 입장과 의견도 제시하고 토론해 기금 사용 정책에 한인 사회의 목소리를 반영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기금 수여자를 선정하는데 절대적 영향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구로 기금수여자 선정자문위원회(Selection Advisory Committee)도 있는데 그러한 기구에도 한인들이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물론 선정자문위원회에서의 결정에 한 명의 목소리가 과연 얼마나 중요하겠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과거에 유나이티드 웨이(United Way)의 그랜트 수여에 대해 심사하는 일을 했던 경험을 기억해 보면 단 한 명의 소수의견이라도 다른 위원들이 쉽게 무시하지 않는다.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가능하면 존중해 반영되도록 하려고 하는 것을 그러한 자문위원회 회의에서 볼 수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2021-2022 회계년도 기금수여자 선정자문위원 모집에 필요한 지원자 신청은 이미 마감되었다. 그러나 2년에 한 번씩 새로 위원회가 구성되는 것 같으니 2년 후에는 한인들 가운데에서 여러분들이 지원해 보기를 희망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우리가 참여하고 봉사할 수 있는 영역이 많이 있다. 물론 그에 대한 정보가 없어 우리가 참여 기회 존재 자체를 모를 수 있다. 그러한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가 거주하는 지역 담당 카운티 수퍼바이저나 시의원들에게 문의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에 우리 한인들을 대표한다는 한인회들이 직접 나서서 살펴볼 수 있기도 하다.
우리 한인동포들이 미국에 살고 있는 한 우리의 일상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로컬 정부 일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인 사회의 위상도 높아질 것이다. 우리가 차지해야 할 ‘a seat at the table’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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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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