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을 뵈러 자주 찾는 오렌지카운티 요양원 뒤뜰 벤치에 앉아 있는데 한 할아버지가 옆자리에 앉는다. 자연스레 인사를 건네면서 대화가 시작됐다. 군인출신으로 금년 95세라는 할아버지는 귀가 잘 안 들리는 듯했지만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하고 정신도 맑아 보였다.
이런저런 얘기를 이어가다가 요양원 생활에 만족하시냐고 여쭸더니 불만을 쏟아 놓는다. 감옥생활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요양원에 오기 전 LA 한인타운에서 혼자 살았다는 할아버지는 버스로 가고 싶은데 다 가고 패스트푸드 점에서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요양원 밖으로 나갈 수조차 없는 신세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목소리에서는 분노까지 묻어났다.
자녀들 입장에선 혼자 사시던 아버지가 더 이상 식사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게 되자 건강과 안전을 위해 요양원으로 모시는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 생활이 할아버지에게는 속박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손발이 다 묶여 있는 것 같다는 할아버지의 호소는 자녀들이 부모의 관점에서 요양원 생활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음을 깨우쳐 준다.
아직 요양원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도 노년기에 접어들면 노후에 대한 불안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특히 요양원 생활이 그렇다. 50세 이상 미국인들의 절반은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에 상당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음이 최근 CNBC 설문조사에서 드러났다. 설문 응답자 2명 중 1명은 “은퇴 후 요양원에서 생활하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다”고 밝혔다. 이들은 외로움과 독립성 상실을 두려움의 원인으로 꼽았다.
노년기 미국인들의 이런 반응은 전문가들의 관찰과도 부합한다. 외과전문의로 하버드의대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아툴 가완디는 지난 2014년 미국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Being Mortal)’에서 “아주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다. 죽음에 이르기 전에 일어나는 일들, 다시 말해 청력, 기억력, 친구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생활방식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치 요양원의 군인출신 할아버지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나이를 먹다보면 언젠가는 독립적 생활이 불가능해지는 현실이 닥쳐온다.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노인들과 그들의 자녀들 사이에는 뚜렷한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자녀들은 부모의 복지를 위해 요양원을 선택하지만 부모는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스스로 생활하거나 자녀들과 함께 살 수 있기를 원한다. 조금이라도 더 삶의 독립성과 주체성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요양원은 분명 노인들의 복지를 위해 존재하지만 역사를 되짚어 보면 그리 아름다운 동기에서만 시작된 시설이 아니다. 20세기 상반기만 해도 대부분의 노인들은 집에서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비율이 10%대에 불과하다. 대부분 요양원이나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노인들이 병원에 입원하는 횟수와 기간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병실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자 1954년 연방의회는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환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별도의’ 시설을 지을 자금을 제공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을 바탕으로 미국 내에 요양시설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인도적 차원이 아니라 병실을 빨리 비우기 위해 지어진 것이 요양원인 것이다.
“많은 시설들이 노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녀들의 만족을 위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한 전문가의 지적은 뜨끔하기까지 하다. 노인들이 어디에 거주할지는 대개 자녀들이 결정하며 이 때문에 많은 시설들은 자녀들의 마음에 들기 위한 ‘시각효과’ 만들기에 애쓴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설에서 살아야 사람은 노인이다. 시설의 좋고 나쁨보다는 노인들이 얼마나 독립적으로 생활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인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서 자녀들은 좀 더 자주 요양원의 부모를 찾아봐야 하는 것이고, 요양원에서 지내는 노인들의 독립성과 정신건강을 위해 시설들이 좀 더 노력하고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녀들은 노인이 된 부모들의 속마음을 잘 안다고 자신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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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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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7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syfy are you an idiot? ㅉㅉㅉ
i cant believe u mo fos
정말로 나이가 들수록 고개를숙이고 겸손하고 꼰대짓만 하지않으면 젊은이들의 존경도 받으면서 서로 잘살수있을것같은데......뒤지게 있는척만하고 지갑도 열지않고 나이많다고 꼰대짓만하는분들이 너무많아....... ㅉㅉㅉ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솔직히 50세가 넘은 노땅들은 웬지 냄새도 나고 정신상태도 너무 구식이라 말이 안통하죠. 문제는 아직도 이들이 직장, 정치에서 미련을 갇고 붙잡고있다는겁니다. 55세가 넘으면 강제로 직장에서 은퇴하게하고 투표권도 박탈해야된다고 생가함. 쪽수로도 제일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들. 이들 나중에 우리가 다 먹여살려야할생각하면 아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