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선만큼 모두가 결과를 궁금해 하는 선거, 그러나 누구도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깜깜이 선거’도 드물 것이다. 2016년 트럼프 당선의 후유증일까, 전문가들도 단정적 언급을 삼가는 기색이 역력하다. 숱한 논란과 탄핵 위협에도 별 영향을 안 받는 듯한 트럼프에 관한한 보이는 그대로의 판세를 읽어 속단하기가 위험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여론조사 결과도 엇갈린다. 내년 11월3일 대선일을 1년 앞둔 무렵에 줄줄이 발표된 조사들 역시 확정적 판세분석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5일 발표된 워싱턴포스트-ABC의 조사 결과는 트럼프와의 양자대결에서 민주당 선두권 대선주자들의 절대적 우세를 보여주었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에겐 56% 대 39%로 17포인트 뒤지고 엘리자베스 워런에게도 55% 대 40%로 15포인트나 밀리고 있다. 3일 나온 폭스뉴스 조사와 월스트릿-NBC 조사에서도 바이든이 12포인트와 9포인트, 워런이 5포인트와 8포인트 차이로 각각 트럼프를 앞서고 있다.
4일 발표된 뉴욕타임스-시에나대학의 조사 결과는 전혀 다르다. 트럼프가 재선될 확률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민주당에게 ‘2016년의 공포’을 상기시켰다.
전국적 지지도를 집계한 위의 조사들과 달리 전통적으로 대선 결과를 좌우해온 6개 경합주 등록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트럼프는 바이든에겐 약간 밀리지만 워런에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에게도 노스캐롤라이나에선 앞섰고 미시간에선 동률이며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플로리다, 애리조나에선 2~5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뒤졌다.
5일 버지니아 등 지방선거의 ‘푸른 물결’이 대선의 풍향계가 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2018년 중간선거 푸른 물결에 합류해 민주후보들을 지지했던 경합주 트럼프 유권자들 중 대다수는 “대선에선 트럼프를 다시 찍겠다”고 응답했고, 이처럼 경합주에서의 여전한 경쟁력으로 “선거인단 확보에서 트럼프의 우세가 2016년보다 더 증가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한다.
트럼프가 또 다시 전체 득표수에서 밀리고도 선거인단 투표를 통해 재선될 수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에겐 등골 서늘해져야 할 경고음이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 민주당 텃밭이었던 이들 경합주 중 최소 3개주에서 승리한다면 백악관 탈환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낸시 펠로시 연방하원의장도 민주당 대선주자들을 향해 경합주 승리를 강조했다. “메디케어 포 올과 부유세 등 리버럴 정책은 캘리포니아라면 몰라도 트럼프를 2016년 백악관으로 보낸 경합주에선 지지받기 어렵다…11월을 기억하라. 선거인단에서 이겨야한다.”
특정후보 지지를 피한 채 리버럴 주자들의 ‘빗나간 방향’을 지적하는 펠로시의 메시지는 좌편향 정책들이 민주당 승리에 꼭 필요한 경합주 부동층 유권자들의 거부감을 초래해 대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상당수 당 지도자들과 기부가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워런과 버니 샌더스의 논리는 다르다. 리버럴의 기수인 이들은 “부동층 유권자들은 덜 이념적이며 워싱턴의 과감한 새 변화를 대변하는 후보에게 영감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민주·공화 전략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하원승리 요인의 하나는 오바마케어 보강 등, 극단적이 아닌 민생이슈 집중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재선 저지’라는 절대과제 실현을 위해 더 치밀해야할 대선에서 오히려 극좌 정책들을 앞세우고 있다고 양당의 상당수 전략가들은 지적한다. 보수에 다가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부동층 온건 유권자들이 포용하기 힘든 극단적 정책으로는 대선 승리가 힘들다는 조언이다. 지난여름 NPR 여론조사에 의하면 진보공약 중 밀입국 비범죄화는 67%가, 민간보험 폐지하는 메디케어 포 올은 55%가 ‘나쁜 정책’으로 꼽았으나 무료 공립대학은 51%가, 자발적 메디케어 포 올은 69%가, 부자 증세는 61%가 ‘좋은 정책’으로 꼽았다.
트럼프는 내년에도 2016년과 같은 46% 득표를 넘지 못할 것으로 뉴욕타임스는 예상한다. 지지표밭을 확대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그 결과로 민주당은 54%의 다양한 비트럼프 유권자들을 통합시킬 수 있는 후보 지명의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비트럼프 유권자는 민주당 말고는 갈 곳이 없다”란 자만은 금물이다. 2016년 트럼프도, 힐러리도 싫어 제3당 후보를 찍은 유권자가 800만명이나 되었다. 만약 2020년의 옵션이 ‘트럼프 대 극좌 민주후보’가 된다면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한 공화 여론조사가는 경고했다.
돈과 열정과 토론실력까지 부족한 바이든이 그중 강력한 트럼프 대항마로 꼽히며 워런의 돌풍에도 1위를 유지하는 것은 비트럼프 중도 유권자들의 지지 때문이기도 하다. 6일 현재 바이든의 전국지지율 평균은 28.6%로 워런의 21.4%보다 앞서 있으나 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연말로 접어들면서 민주당 경선의 포커스는 모금이나 토론에서 투표로 옮겨지기 시작할 것이다. 내년 2월3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첫 투표가 실시되어 5개월간의 프라이머리와 코커스를 통해 결정된 당 대선후보를 7월 전당대회에서 공식지명하게 된다.
수많은 반전이 거듭될 그때쯤이면 깜깜이 선거에도 촛불 하나 켜진 듯 어렴풋이 윤곽이 잡힐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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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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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지금 주류언론 (미주한국일보 댓글난 포함) 에 악다구니를 쓰면서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부류는 소위 진보 민주당 지지세력입니다. 2016년 선거의 양상과 별로 다를게 없습니다. 침묵하는 다수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스텐트 수술받고도 건강에 문제없다고 큰소리치는 자며, 남의 돈 뺐어다가 의료산업 배불려주는 의료체제를 주장하는 자며, 권력을 이용해서 아들 치부시켜준 자며 등등 유권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요? 사기성으로 따지면 트럼프보다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내년 선거가 기다려 집니다.
민주당 누가 되어도 트럼프보다는 조용히 미국을 지구촌을 이끌어 가리라 나는믿는다. 브룸버그가 나온다면 더 좋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