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사망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건져낸 진정한 승리다. 이슬람국가(IS) 수괴의 사망은 지구상에 출현했던 가장 잔인하고 위험스런 조직 중 하나인 IS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하지만 최근 이라크에서 레바논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위세를 떨치는 집단시위가 보여주듯 중동은 여전히 정정이 불안한 지역으로 남아 있다. 게다가 알바그다디의 사망이 중동에서 미국의 개입을 축소하는 또 하나의 계기로 작용할 경우 현지의 통제불능 상황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9/11 테러 이후 세계는 급작스럽게 중동지역에 시선을 고정시켰고, 이곳이야말로 지난 수십 년간 의미 있는 정치적, 경제적 혹은 사회적 진전을 전혀 이루지 못한 거의 유일한 지역이라는 한 가지 중요한 팩트를 알게 됐다.
같은 기간 지구촌 곳곳에서 공산주의가 붕괴됐고, 군사정권이 사라졌으며, 경제성장이 개발도상국의 모습을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중동지역의 시계는 멈춰 섰고, 일부 측면에서는 아예 거꾸로 돌았다. 많은 사람들은 이 같은 정체가 이슬람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이 성장하고 번식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한 것으로 믿었다.
지난 2002년 아랍 전문가들이 직접 연구하고 작성한 아랍개발에 관한 보고서는 이 지역의 발전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찾아 열거했다. 보고서는 중동지역이 현대사회로 이동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세 가지 결핍을 지적했다: 자유의 결핍과 여성의 권리 및 지식의 결핍이다.
아랍권에 속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경제적 기회와 정치적 권리 및 사회적 진전이 결여되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랍권 밖의 정부들은 중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다뤄야할 결정적인 이슈로 이들을 간주했다. 그 후 몇 년간 기대수명, 문자해독 능력과 여성의 지위와 같은 몇몇 분야에서 일부 개선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나온 유엔 아랍개발보고서는 “2010년 이후 이들 분야에서 이루어진 평균 연간 성과들이 거의 모든 아랍국가에서 둔화됐거나 아예 반전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2011년의 아랍의 봄에도 불구하고 중동지역에 더욱 강력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이유가 무엇인가? 아랍의 봄이 대체로 실패로 끝났다는 것이 부분적 이유이다. 아랍의 봄을 경험한 국가들 가운데 오직 튀니지만이 민주적 지배체제로 바뀌어졌다. 이집트는 억압통치로 되돌아갔고, 내전을 경험한 시리아는 아사드 정부가 피 묻은 권력을 재장악했으며 예멘과 리비아는 자유낙하 중이다.
이들 이외의 다른 중동국가들 역시 거대한 도전에 직면한 상태이다. 인구통계치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중동의 청년실업률은 세계 최고수준을 기록 중이다.
최대 고용주인 권역 내 각국 정부가 방대한 식품과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이들의 경제모델은 지극히 비효율적이고, 고비용인데다 지속적인 유지가 불가능하다.
개혁노력은 엇갈린 결과를 보인다.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약간의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지출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의 경우 저유가로 경제 전반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민간분야의 회생에 필요한 동력을 제공하기 어렵다.
이집트는 전체 노동인구의 20%를 국가에서 고용한다. 알제리 정부는 전체 인력의 40%, 사우디 아리비아는 65% 이상을 채용한다.
정부가 뒷전으로 물러선 곳에서 민간부분이 나서곤 있지만 고용 공백을 채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당수의 중동국가들은 정부보조금을 삭감했고, 이 과정에서 시위가 발생하자 공권력을 동원해 진압했다.
2002년도 유엔보고서는 아랍국들이 자발적인 정치적 개방을 추진한다면 사회개혁이 훨씬 용이해질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았다. 정치적 개방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향한 대중적 지지를 봉쇄할 인기 있는 선출직 지도자들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조지 W.부시가 제시한 자유 아젠다의 배경을 이룬 매력적인 아이디어로 중동지역에 대한 신중하고 진지한 사고에 뿌리를 박고 있었다.
하지만 성과는 거의 없었다. 정치적 개방은 대부분 폭동과 종파분쟁, 내전과 유혈진압으로 이어졌다. 통일성과 안정을 유지해온 레바논과 요르단은 취약한 상태이고 개혁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랍권의 장기 소요가 가져온 가장 중요한 결과는 이 지역에서 미국이 발을 뺀 것이다. 부시 행정부 2기를 시발점으로 버락 오바마를 거쳐 현재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이르는 동안, 미국은 중동지역에 신물이 나고 말았다.
지금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지저분하고 불안정한 지역에 대한 책임을 홀가분하게 벗어던지고 싶어한다. 영원한 전쟁을 끝내기 원한다는 트럼프의 말에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동의한다.
지금 우리는 미국이 빠져나간 이후의 중동이 어떤 모습으로 떠오를지 지켜보고 있다. 벌써부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 중동의 강자들이 영향력 다툼을 벌이고 있고, 터키와 이스라엘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서로 밀고 당기는 중이다.
시리아에서 5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고, 예멘이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하는 등 대격변의 시기에 유례없는 대혼란이 일고 있다.
이슬람국가는 지도부를 잃고 현재 뿔뿔이 흩어졌지만 경제적 정체, 억압과 좌절감 등 테러집단에 연료를 제공해온 악마들은 지금도 아랍세계에 출몰하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미개하여 무비판적이고 경쟁적으로 회교의식에 몰입한다는데 있다. 이 사람들 실생활에서는 분명히 신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데 말로는 계속 알라를 외친다.
코란이냐 칼이냐 폭력과 학살로 영토를 확장하고 샤리아율법으로 잔혹하게 다스리는 이슬람 종교가 있는한 아랍세계는 희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