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세상이 시끄럽고 혼란스럽다. 새로운 문명기기의 출현, 미국 대통령의 트윗으로 더 소란하다. 거기에 한국의 화성 연쇄살인범, 미국 캘리포니아 연쇄살인범의 자백 등.
“너 사이코 아냐?” 친구 간의 가벼운 농담부터 연쇄살인범까지 사이코라는 말이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Psych(마음, 정신, 영혼)’와 ‘Path(병)’의 합성어를 줄인 낱말로 마음이나 정신이 병들어 있다는 의미다.
정신과에서는 반사회적, 자애적 성격을 가진 자를 소시오패스(Sociopath), 분열성질 성격까지 섞여 있으면 사이코패스(Psychopath)라 부른다. 분열성질(Schizoid) 성격 특징은 친밀한 감정을 불편해하고, 정서적으로 차갑고, 감정표현이 아주 부족하다. 영화나 운동경기 관람 중 무관심, 무반응을 보인다. 보통 외톨이로 알려져있고 정신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소질이 많다.
한 개인의 성격(Character)은 부모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마음결(성품-Trait)과 주어진 환경 속에서 성장하며 경험한 모든 것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주로 소시오패스로 불리는 연쇄살인마들은 선과 악을 구별하고 자신의 범죄행위를 죄악으로 보는 인식이 아주 낮다. 피해자에 대한 공감능력, 후회나 죄책감, 양심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또 감정조절이 안돼 행위가 매우 충동적이고, 보통 말을 유창하게 잘하고 매력적이지만 거짓말과 속임수로 타인을 이용하며 조정한다. 자기애가 병적으로 심해 항상 자기중심적이고 자기이익이나 만족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는 반사회적, 병적 자애적 성격에 분열성질 성격도 가지고 있다.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는 한 나라의 지도자, 앞집의 변호사, 뒷집의 학교 선생님, 옆집의 망나니 아저씨, 정신병원과 감옥을 들락거리는 옆집 옆집의 중년남자 등 우리 주위 모든 영역에 살고 있다. 평소에는 이상성격들이 내부에 숨어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한다.
연쇄살인마는 또한 여러 콤플렉스의 포로들이다. 콤플렉스란 복잡하게 뭉쳐있는 복합체를 뜻하지만 심리학용어로 사용할 때는 내적갈등을 의미한다. 무의식 속에 불편한 사고와 감정이 합쳐 있다가 어느 계기로 인해 다른 형태로 변형되거나 대치되어 의식 밖으로 뛰쳐나오는 심리상태다.
가장 흔한 콤플렉스는 열등감 콤플렉스, 사내아이가 어렸을 때 아빠를 제치고 엄마에게 성적매력을 느낀다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그 반대로 여자아이의 앨랙트라 콤플렉스 그리고 여성이 우위에 서서 남성을 휘둘러 남성정체성을 뭉개버리고 싶은 무의식적 소망인 다이애나 콤플렉스 등. 요즘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서인지 다이애나 콤플렉스가 자주 회자된다.
상당수의 연쇄살인마들은 성에 대한 콤플렉스와 갈등이 심하다. 성(Sex)은 여러 의미를 내포한다. 단순히 암수를 구별하고 쾌감과 자손유지를 위한 성행위가 목적인 해부학적 성, 타고난 성을 가지고 살아가며 사회, 문화, 심리, 종교적 주위 환경에 의하며 학습되어진 성을 지칭하는 젠더(Gender), 그리고 성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며 행동해야 되는 모든 성적역할을 포함하는 성적인 성(Sexuality)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연쇄살인마는 피해자의 고통에 성적쾌감을 느끼는 성적가학증이나, 브래지어, 스타킹 등 여성 물건에 성욕을 느끼는 물품음란증 같은 변태적 성욕장애인 성도착증을 나타낸다. 그래서 여성만을 골라 살해하는 경향이 많다.
연쇄살인마는 한번에 많은 사람을 살해하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 주기적으로 사람을 죽인다. 살인 중간 중간에 숨을 고르기 위한 냉각기(보통 한달 정도)를 가진다. 살인 동기는 심리적 만족, 짜릿한 쾌감, 지배욕, 소유욕, 사회악을 없앤다는 소명감(창녀살해) 등으로 집착중독에 가깝다. 그래서 끝까지 범행을 계속하기 때문에 범행현장에서 사살되거나 체포된 후 감옥에서 생을 마감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연쇄살인마들은 대부분 20-40대 백인남성으로 어려서 학대, 따돌림, 불우한 가정환경을 가졌다.
정신과의사는 연쇄살인마를 치료해야 하나? 찬반논란이 뜨겁다. 지금, 여기(감옥)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게 정신과의사의 임무라는 측은 찬성한다. 출감 후 재범행가능성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그들을 치료해도 중독성 쾌락추구 때문에 재범가능성이 대단히 높으니 치료는 사회에 독이 되는 행위라는 것이 반대파 의견이다.
개인적으로 연쇄살인마를 만난 적은 없다. 연쇄살인마 치료에 대해 어느 편에 설까? 내 내면에 잠겨있는 선과 악의 상징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그리고 내 갈등과 감성에 물어 보아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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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곡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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