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 전 뉴욕의 콜럼비아 대학교에서 열렸던 한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콜럼비아 대학교는 내가 대학생 시절 한인 학생들의 파티가 열린다고 해서 가보고는 처음이니, 이번 방문이 약 40년 이상이 된 셈이다. 물론 그 후에도 몇 번 학교 앞으로 운전을 하고 지나가 보기는 했으나 캠퍼스나 강의실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40년 전에는 학교가 위치한 지역이 위험한 곳이라고 알려졌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학교 주위가 참 맘에 들었다. 깨끗했고 맨하탄에 있으면서도 번잡함은 피해 있었다.
이 컨퍼런스에서는 ‘언어와 사회 작용’이라는 커다란 주제 아래 여러가지 재미있는 토픽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참석해 보았던 컨퍼런스에서는 보통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거나 무거운 내용들이 발표되곤 했는데, 이 곳에서는 발표 시간도 질의 응답을 포함해 25분 정도여서 지루하지 않았고 특색 있는 토픽들이 포함되었다. 그 중 파마산 치즈, 백인에 대한 고정관념, 그리고 청문회장에서 증인들이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을 피해 가는 방법도 있었다. 발표자들도 미국 뿐 아니라 핀란드, 러시아, 호주, 홍콩, 영국과 네덜란드 등 세계 각국에서 왔다. 그런데 내가 재미있게 들었던 발표 중에는 ‘OK’의 여러 다른 의미에 대한 것도 있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오케이’라는 영어 단어가 상황에 따라 여러 다른 뜻이 있다고 한다. 그 단어는 우리의 일상 대화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데, 여러 다른 뜻으로 사용된다는 점은 평소에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설명을 듣고 나니 그 단어가 어떻게 여러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을까 궁금해졌다. 그러나 이 날의 발표 시간은 제한적이었기에 사용되는 여러 뜻을 살펴보는 것으로 끝났다.
오케이는 1830년 대 말에 당시 사람들이 일부러 스펠링을 틀리게 쓰며 사용했던 여러 어휘들의 약자들 가운데 지금까지 유일하게 살아 남은 단어라고 한다. 모든 것이 맞다는 뜻의 ‘all correct’를 ‘oll korrect’로 스펠링을 틀리게 썼고 그 약자가 ‘OK’라는 것이다. 당시에는 ‘no go’를 일부러 ‘know go’로 써서 ‘K.G.’가 약자가 되고, ‘all right’을 ‘oll write’로 해 ‘O.W.’를 약자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오케이’가 이제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우선 ‘당신만 오케이 하면 내일 점심을 같이 합시다’ 라는 문장에서는 ‘동의’의 뜻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모든 게 오케이 입니까?’ 에서는 ‘만족스럽다’ ‘괜찮다’라는 뜻이다. 반면에 오케이의 첫 글자인 ‘오’에 어떤 억양을 주느냐에 따라 ‘보통’이나 ‘그저 그렇다’ 라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니 ‘만족스럽다’와는 정반대의 의미가 될 수도 있는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어제 본 영화 어땠니?” “음, okay.” 아마 이 때 ‘오’의 발음에는 약간 부정적인 분위기가 나게끔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한 ‘승인 하다’는 뜻으로 쓰여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그 계획 ‘오케이’ 했어” 에서 처럼 말이다.
감탄사로도 사용 된다. 어떤 행동을 취하거나 새로운 말을 시작할 때 말이다. “오케이, 내가 할께” 에서가 그 한 예이다. 또한, 문장을 중간에서 잠깐 끊거나 쉴 때도 사용된다. “손님들이 갑자기 많이 들이 닥쳤어, 오케이, 그래서 모두 하던 일들을 멈추야 했지.” 또 다른 용도로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케이’를 추임새처럼 종종 내뱉거나 연발하기도 한다. 즉, 한 사람이 ‘어쩌구 저쩌구’ 얘기를 할 때 중간 중간에 ‘오케이’ ‘오케이’ 하는 경우이다. 이 때는 동의한다는 뜻도 아니고 좋다는 뜻도 아니다. 번역을 한다면 ‘그래, 그래’ 정도가 될 것 같다.
이렇게 아주 간단한 단어에 여러가지 다른 의미가 있고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언어, 특히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직접 살면서 터득하는 경우가 아니라 책이나 수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배우는 경우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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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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