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노르망디의 해안을 따라 올라가면 깔레라는 작은 항구도시가 나온다. 인구 12만인 이 항구도시는 영국의 도버해협과 불과 20마일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영국과 프랑스 파리의 중간 쯤에 놓여 있다. 소도시인 깔레는 세계적인 미술품 하나를 소유하고 있다. 그것은 깔레 시청에 전시되어 있는 화가이자 조각가인 로댕이 조각한 ‘깔레의 시민’이란 작품으로 여섯 명이 목에 밧줄로 묶여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힘들게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걸작이다.
이 조각은 단순한 조각작품이 아니라 깔레 시민의 명예이며 프랑스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귀족의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단어의 상징이 바로 로댕 작 ‘깔레의 시민’이기 때문이다. 이 조각에는 고결하고도 애국적인 스토리가 담겨 있어서 프랑스의 청사에 길이 빛나고 있다.
1347년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 때의 일이었다. 깔레 시의 전사들은 끝까지 영국군에 항거하다 구원군의 지원을 받지 못해 끝내 영국군에게 항복하고 말았다. 영국왕 에드워드 3세는 누군가는 그 저항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며 6명의 깔레 시민들이 목에 밧줄을 묶어 매고 영국군 진영으로 걸어와서 전원 처형을 하도록 프랑스 군에게 명령했다. 이때 깔레에서 제일 부자인 외스티슈트 생 피에르가 선뜻 나섰다. 그러자 시장인 장레르가 나섰고, 부자 상인인 피에르드 위쌍이 나섰다. 더욱이 위쌍의 아들마저 아버지의 위대한 정신을 따르겠다며 자원하는 터에 감격한 시민 3명이 또 나타나 한 명이 더 많은 7명이 되었다. 외스타슈드는 제비를 뽑게 되면 지원자들이 모두 인간인 이상 행운을 바랄 염려가 있기 때문에 내일 아침 처형장에 제일 늦게 나오는 사람을 지원자 명단에서 빼자고 그들에게 제의했다.
다음 날 아침 6명이 처형장에 모였을 때에 외스타슈드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시민들이 그의 집으로 달려가 그를 찾았을 때 외스타슈드는 이미 자살해서 시체로 변해 있었다. 처형을 지원한 7명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살아남으면, 순교자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여 자신이 먼저 죽음을 선택한 것이었다. 이 사실을 전해 받은 영국의 왕비가 크게 감동하여 국왕 에드워드 3세에게 깔레 시민에게 자비를 베풀 것을 간청했다. 국왕은 간청을 받아들여 6명 전원의 처형을 취소했다.
이 후 깔레는 노블레스(귀족)와 오블리주(의무)라는 단어의 상징으로 등장했으며, 몇 백년이 지난 후 깔레 시의 요청으로 조각가 로댕이 10년의 작업 끝에 ‘깔레의 시민’을 완성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국방에서 비롯된 애국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애국자들의 헌신이 있어 왔다. 그 중에서도 영국왕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관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2차 대전 때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당시 공주 신분) 수송부대의 하사관으로 근무한 것과 영국 왕자들이 이라크 전쟁 최전선에서 전투했던 애국적인 모습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으로 칭송 받았다. 근세에 와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부자, 정치가, 직업을 망라하고 빈자를 위한 기부와 구제의 상징으로 인식, 변화되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옷깃속으로 스며들어 차갑게 느껴진다. 우리 교회에서 운영하는 ‘사랑의 등불’ 선교회에서는 먹을 것, 입을 것, 추위를 피해 잠을 잘 곳, 몸이 아파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삶의 사각지대에서 하루의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살아가는 라티노 노숙자들을 돌보고 있다. 그들은 영주권이 없는 불법체류자들이다. 그들은 매일 이민국 경찰들의 체포, 추방의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아간다.
매주 금요일에 일용할 식품과 생필품을 노숙자들에게 전할 때 그들은 나의 손을 꼭 잡으며 감사해 한다.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따뜻한 선행이 모여서 이름답고 살맛나는 세상을 만든다. 성경은 “모든 곡식의 십분의 일을 거두어들여 창고에 따로 저장해 두십시오. .... 여러분의 동네에 사는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를 위해 그것을 비축해 두십시오. 그러면 그들이 먹을 것을 풍성히 얻게 될 것이고, 여러분의 하나님께서 여러분이 하는 모든 일에 복을 주실 것입니다.” (신명기 14장28,20절 메세지 성경)라며 어려운 이웃에 대해 따뜻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라고 권고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주’ . 얼마나 멋진 단어인가.
<
대니얼 김 / 그린벨트, MD>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