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연히 워싱턴 D.C. 소재 1995년에 건립된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지나면서 최근 한국내 일어난 미대사관 무단침입과 한국의 국방비 분담금 증가요청에 이성을 잃고 반미 데모를 하는 청년들을 바라보며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만약, 가족 중에 사랑하는 형제자매가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에서 자유를 수호한다는 명목 하에 참전한 가운데 어느 날 저녁식사를 준비하는데 문밖에 검은색 승용차가 도착하고 뜻하지 않는 초인종 소리가 울리며 “귀댁의 자녀는 매우 용감했습니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데 대해 한없는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전사소식을 전하게 되어 매우 유감스럽습니다.”하면서 부모에게 자녀의 유품을 전해준다면 과연 이런 변고를 당한 부모의 심정이 어떨지 상상하기도 힘들다.
더욱이 한창 자녀가 대학에서 공부를 해야 할 사랑하는 자녀에게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면 어느 가족이 자녀가 전사한 나라를 고맙게 여길 수 있을까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 한국전에 참전해 사망한 젊은이들만 33,642명이고 실종자까지 합치면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는데 전사자와 실종자들의 가족과 친지들 마음 속에는 아직도 그립고 뼈아픈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참전 후 상처를 입고 돌아와 온갖 고통과 어려움 속에 살다 죽은 참전 군인의 사망자 수까지 합치면 54,246명이라고 한다.
미국은 전후에 각종 원조를 한국에 아끼지 않았다. 한가지 더 기억해야 할 사항이라면 아직도 자녀를 잃은 슬픔과 추억을 가슴속 깊이 묻고 살아가는 전사자 유족과 친지들이 현존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전 참전기념비 벽에 새겨진 수많은 이름들 앞에 오늘도 조화와 그리움이 담긴 메모들이 끊이지 않는다. 몇개의 간절한 그리움의 메모들을 읽으면서 가슴이 매우 아팠다. 참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한국을 도와준 미국정부와 참전용사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필자도 미주동포 중의 한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해마다 수 많은 자녀들의 대학진학과 재정보조 진행을 바라보면서 여러 방면에 아쉬움을 갖게 하는 이유는 이렇게 수많은 미국 젊은이들의 피값으로 자유를 수호하고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자주국방을 외치면서 자주국방을 위한 비용부담은 하지 않으려 한다는 판단력의 부재이다. 이는 이기주의일 수도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미국에서 대학을 진학할 때에 미국정부는 자녀가 영주권자 이상이면 미시민권자와 동등하게 형평성의 원칙에 의거해 가정의 재정형편에 맞게 균등히 학자금 재정보조를 지원한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이러한 재정보조지원을 통해 자녀들은 사립대학이든지 주립대학이든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대통령 근로장학금(Work/Study Program)을 통해 연간 학생마다 최대 4천달러까지 지원해 주고 있다. 반면에 70년대 이후 대한민국의 대미수출품의 대부분을 애국이라는 명목 하에 자발적으로 구입하며 한국수출력 신장의 근간을 헌신적으로 이룬 미주동포들에게는 과연 한국정부가 어떠한 지원대책을 현실적으로 마련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과연, 기업차원을 봐도 마찬가지이다. 누가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현대/기아/대우 자동차를 초창기에 구입했으며 대한항공을 이용하며 수입된 한국 냉장고 세탁기 등을 애국심의 발로로 구입해 온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그 동안 미주동포들을 기반으로 한국의 기업들은 지대한 성장을 해왔지만 그 동안 이제는 한국의 기업들도 이윤추구만 바랄 것이 아니라 재미동포 자녀들을 위해 사회환원이라는 차원에서 조금이라도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한다.
매년 가정의 어려운 형편때문에 대학에서 재정지원을 받아도 그야말로 몇 천불이 모자라 등록하지 못하거나 대학진학 수준을 낮춰 조금이라도 재정부담이 적은 차선책을 모색하는 어려운 한인가정들이 많은 것을 볼 수가 있다. 본국 뉴스를 접하면서 한국내 국회의 말만 앞세우는 당략과 기득권 싸움에 얼룩진 위정자들을 보면 참으로 조국의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운 느낌뿐이다.
이제는 한국정부도 미주 동포자녀들에게 민족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확립해 자긍심을 갖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차원에서 기준을 마련해 미국정부같이 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재정지원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특히, 홍익인간의 정신이 대한민국의 정치, 교육, 문화의 최고 이념이라는 점에서 한국정부는 더욱 더 동포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지원을 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문의 (301)219-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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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명 / AGM 칼리지플래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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