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경 후 매년 3~5%씩 골밀도 줄어, 방치 땐 골절로 이어져 생명 위협...50대 이상은 1, 2년마다 검사 필요
▶ 사전 증상 없어 ‘침묵의 병’ 불려...칼슘·비타민D 충분히 섭취하고 꾸준한 근력 운동도 예방에 효과
골다공증으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환자가 이제 100만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대한골대사학회는 실제 골다공증 환자는 이보다 3배 정도 많은 31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상인의 뼈(왼쪽)와 골다공증 환자의 뼈.
바람이 든 무처럼 뼈에 구멍이 숭숭 뚫린 골다공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골다공증은 연간 5만명 정도 늘고 있는데 2017년 85만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90만명, 올해는 95만명 선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호연 대한골대사학회 이사장(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병원에서 치료받는 골다공증 환자가 100만명에 육박하지만 학회가 추산한 골다공증 환자는 310만명가량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골다공증이 진행되면 뼈가 푸석푸석해져 조금만 충격을 받아도 쉽게 부러지고, 아주 심하면 기침이나 재채기만 해도 뼈가 부러질 수 있다. 60대는 5명 중 1명, 70대는 2명 중 1명꼴로 골다공증을 겪는다. 방치하면 골절로 이어지는데, 대퇴골이 부러지면 20%가 후유증 등으로 목숨을 잃는다.
골다공증 환자의 대부분은 폐경 후 여성이다. 30대에 최고점에 이른 여성의 골밀도는 폐경 후 1년마다 3~5%씩 급감한다. 폐경 5년 후엔 1년에 1%씩 줄어 60세가 되면 30대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다. 50세 이상 여성 43%가 골절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골다공증의 날(10월 20일)’을 맞아 대한골대사학회·대한골다공증학회 등 관련 학회는 골다공증 조기 진단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손목 골절 여성 50% 이상 골다공증
증상이 없어 ‘침묵의 병’으로 불리는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을 막으려면 정기 검진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여성은 50세 이후, 남성은 60세 이후 1~2년에 한 번씩 검사하는 게 좋다. 골다공증 검사는 손목과 척추 부위 뼈 사진을 찍는 DXA 방식(이중 에너지 X선 흡수법)을 많이 쓴다. DXA검사는 뼈의 단면을 찍어 촘촘한 정도를 본다. 이 검사에 따른 T-점수가 0점이라면 정상, -1.5~-2.4점은 골감소증, -2.5점 이하는 골다공증이다.
골다공증이 무서운 이유는 골절을 유발하고, 특히 고령층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고령인은 한해 20%가량이 넘어진다. 65세 이상 고령인의 낙상 사고는 겨울철(12~2월)에 30.7%가 발생해 사계절 가운데 가장 많다.(질병관리본부) 특히 낙상한 고령인의 10~20%가 뼈가 부러졌다.
하지만 골다공증 위험에 노출돼 있는 폐경 후 여성들은 조기 진단과 치료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대한골대사학회가 50~70대 여성 1,000명에게 설문 조사해 보니 83%가 골다공증 위험을 인식하고 있지만 72%는 골다공증 검진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이로 인해 골다공증에 걸려도 약물 치료를 받는 비율이 여성은 36%, 남성이 16%에 그치면서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약물 치료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신정호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을 예방하려면 적절한 약물 치료가 중요한데, 비스포스포네이트제제를 투약하면 38% 정도 골절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골다공증 진단과 치료가 저조하면서 폐경 후 여성 등이 손목 골절 등을 당한 뒤 골다공증 진단을 받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손목 골절된 여성 2명 가운데 절반 이상(50.6%)이 골다공증 환자였다. 이준구 서울백병원 정형외과 교수팀이 2008~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만1,303명 가운데 51세 이상 여성인 손목 골절 환자 87명과 그런 적이 없는 대조군 2,124명을 비교·분석한 결과에서다. 이 교수는 “손목이 골절된 여성은 골다공증일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엉덩이관절(고관절)이나 척추까지 부러질 위험이 높기에 골다공증 검사를 받아 뼈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칼슘 섭취와 체중 실리는 운동 필요
골다공증 골절을 예방하려면 모든 연령층에서 칼슘과 비타민D를 먹는 것이 좋다. 김하영 원광대 산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칼슘은 하루 800~1,000㎎ 섭취가 권장되며, 1차적으로 우유 멸치 해조류 두부 등을 음식으로 먹고 부족하면 영양제 복용을 권한다”고 했다. 비타민D는 햇볕을 쬐면 피부에서 생성되지만 자외선차단제를 쓴다면 비타민D 보충제를 하루 800IU 단위 정도 먹는 게 좋다.
또한 금연을 하고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한다. 특히 운동은 맨손체조·걷기·조깅·가벼운 근력운동 등 뼈에 무게가 실리는 체중 부하운동이 필요하다. 운동 강도는 비교적 가벼운 강도와 보통 강도 사이로 하면 된다. 최소한 20분 이상, 1주일에 사흘 이상 운동을 해야 한다.
근력 운동은 처음에는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앉았다일어서기 등이 좋으며, 이 운동에 익숙해지면 기구를 이용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된다. 오인수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운동이 뼈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운동을 중단하면 빠르게 사라진다”며 “운동은 오랫동안 꾸준히 해야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날씨가 점점 추워져 겨울이 되면 다른 계절보다 몸의 움직임이 줄어들고 근육·관절의 유연성이 떨어져 가벼운 충격에도 골절로 이어지기 쉽다. 척추·엉덩이관절 골절과 함께 ‘겨울철 3대 골절’로 꼽히는 손목 골절은 전체 골절의 16% 정도 된다. 넘어질 때 손으로 바닥을 짚는 사람이 많은데 이때 체중의 2~10배의 힘이 손목에 전달되면서 뼈가 잘 부러진다. 겨울철 골절을 예방하려면 눈 오는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걸을 때는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아야 한다. 신발은 구두보다 마찰력이 큰 운동화를 신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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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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