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6년간 LA에서 리커 스토어를 운영하던 하워드 이 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3년여 전 비즈니스를 접어야 했다. 이제 무엇을 하나? 생각이 우버에 미쳤지만 망설여졌다. 서브웨이에서도 일을 해봤다. 돈이 되지 않았다. 어차피 세컨드 잡이 있어야 했다. 부동산중개 라이선스가 있어서 같이 해보기도 했으나 그 일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지 않은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차 하나 있고, 건강하고, 미국생활 오래해서 영어 되고… 우버를 해보기로 했다. 풀타임으로 우버를 시작한 지 2년여가 지나면서 얼마 전 1만 트립을 찍었다.
우버는 출퇴근이 자유로운 업종. 앱을 켜는 순간 출근, 끄면 퇴근이 된다. 한때는 우버와 리프트를 같이 해보기도 했다. 우버가 조용하면 리프트로 갈아탔다. 앱만 스위치 하면 되기 때문에 양쪽을 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법이 바뀌어 내년부터 우버 운전자가 독립계약자가 아니라 직원으로 간주된다면 지금처럼 두 직장 겸직이 허용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막상 우버를 해보니 LA에서 그렇게 오래 운전을 했는데도 희한한 길이 생각보다 많았다. 우버 맵이나, 구글 맵을 켜놓고 다녀도 일방통행을 거꾸로 들어가 진땀이 나는 일도 겪었다. 교차로가 묘해서 우회전만 해야 하는 차선에 잘못 들어선 적은 적지 않았다.
전에는 이 정도 교통법규 위반은 가볍게 했으나 우버를 한 뒤로 달라졌다. 운전이 직업이 되자 준법정신이 높아지더라고 했다. 승객이 너무 늦게 가는 것 아니냐고 채근하는 경우가 있어도 제한속도를 지킨다. 우버가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풀타임 우버 운전은 고된 일이다. 가장 강력한 적군은 졸음. 이런 사정을 아는 우버 앱은 12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꺼지고, 6시간 후에야 다시 켤 수 있다. 화장실 가는 것도 생각처럼 쉽지 않다. 화장실을 찾느라 10분, 15분씩 돌 때도 있다. 운전석에만 앉아있다 보니 몸이 굳고, 배가 나오기도 하고.
좋은 손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려서 바로 건너면 될 것을 혼잡한 길에서 굳이 건너편에 대 줄 것을 요구하는 승객도 있다. 차선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돌아가면 “그런 식으로 해서 돈을 더 버는 거냐”는 손님도 있었다. 그 때문에 2번을 싸웠다. “이런 인격모독적인 말까지는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을 겪으면서 우버는 마음 수양의 기회이기도 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앱에 탑승후기를 남기는 승객들도 있다. 그가 보여주는 우버 공유 앱을 보니 그는 5.0 만점에 4.9를 기록 중인 ‘초 호감 운전자’. 승객의 평가와는 별도로 우버가 석달 단위로 매기는 운전자 평가에서도 플래티넘 급이다. 이 등급이 되면 애리조나 주립대학에 온라인 등록할 경우 등록금을 우버에서 전액 지원하는 등 베니핏이 다양하다고 한다.
우버를 하면 얼마나 벌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하워드 이씨는 처음 풀타임으로 뛰었던 지난해 8만5,000여 달러를 세금보고 했다. 세금 떼고 나면 월 5,000여 달러 수준. 주 6일 50~60시간을 뛰었다고 한다. 올해는 일을 줄여서 세전 수입을 6만~6만5,000 달러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전에는 수입 배분을 우버 75, 운전자 25 비율로 나눴지만, 지금은 60대 40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팁은 물론 100% 운전자 몫. 간혹 현금 팁도 있다. 공항 가는 길에 이런저런 정치 이야기를 나눴던 애리조나에서 온 공화당 할아버지가 20달러, 승차감이 좋다던 할머니 승객은 얼마 전 60달러 들여 휠 얼라이먼트를 했다는 말을 듣더니 20달러를 팁으로 놓고 내렸다.
피크 타임은 LA 다저스나 레이커스 등 스포츠 경기나 콘서트가 끝난 뒤. 보통 때 요금의 2.2~2.3배가 되기도 한다. 픽업 콜이 가장 많은 시간은 오전 7~9시, 오후 4~8시로 출퇴근 시간에는 요금이 1.2~1.3배 정도 된다. 장거리는 235달러에 라스베가스, 130달러 정도를 받고 샌디에고와 베이커스 필드로 뛴 적도 있다. 보험은 승객을 태운 시간은 우버, 나머지는 개인보험으로 커버한다. 일반 보험료보다는 좀 비싸다.
“젊었을 때 우버 같은 일을 할 기회가 있었다면 다른 인생을 살지 않았을까”라고 그는 말한다. 가게 안에만 있다가 하루 종일 세상을 다니며, 많은 사람을 겪다 보니 견문과 생각이 넓어지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에게 반년에서 1년 정도는 우버나 리프트 운전을 권하고 싶다고 한다.
“인생 사는데 분명히 도움이 될 거예요. 돈 버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배우게 되고, 1달러를 쓰더라도 생각하며 쓰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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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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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7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내가 듣기로는 우버가 겉으로는 장사가 잘되는것같지만 보험료가 어마어마하고 인프라 건축하는데 아직도 돈이 밑빠진독에 물붇기식이고 특히 아직도 많은 주들이 택시회사의 로비와 싸우는데 법정비용이 상당히 나간다고하네요. 그들이 돈을 세이브할수있는건 인건비밖에 없답니다.
아니 무슨 말이세요 ? 인건비라뇨 ? 운전자들이 10 만원 벌면 그중에 6만원은 우버가 가져가는데, 운전자가 돈을 벌어다 주는 사람들인데, 우버가 공장이 필요한것도 아니고 제고문제가 있는것도 아니고 그냥 앱으로 소프트웨어나 관리하고, 돈들어갈때가 어디가 있는지 알수 없음. 이익률이 엄청나야 정상일거 같은데
우버의 business expense의 대부분은 인건비라고 합니다. 그래서 자율주행에 목숨을 거는것이지요 인건비의 대부분을 줄이면 엄청난 이윤이 생김으로.....
인지도 1위에 저렇게 많이 가져가는데 우버는 왜 맨날 천문학적인 적자를 내는지 알수가 없다. 차를 만드는것도 아니고, 도데체 어디다 돈을 다 쓰는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