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터졌다 하면 제일 많이 죽는 것은 물론 사람이다. 1차 대전으로 대략 1,000만 명이 전사했다. 2차 대전에서는 군인과 민간인 5,0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원자탄 같은 대량살상무기가 없었던 시절 800만 명이 살해된 전쟁이 있었다.
400년 전 독일 영토에서 벌어진 ‘30년 전쟁’이다. 이 전쟁은 그 기간도 길지만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 국가들의 싸움이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금 같으면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 사이에 다소 갈등은 있어도 전쟁까지 할 정도는 아니다. 도대체 그 두 종교의 가장 값진 교훈인 “네 원수를 사랑하라”는 어디로 갔는가.
전쟁은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 쉬지 않고 벌어져 왔다. 그렇다면 전쟁 주도세력들이 누구일까. 그 첫 번은 단연 통치자 그룹이다. 전쟁소설 삼국지가 그걸 입증한다.
그 다음 전쟁광 통치자 뒤에는 군대장군들이 버티고 있다. 산업혁명 후에는 상인과 기업인들이 전쟁추동세력이 되었다. 아편전쟁이 대표사례다. 하지만 문명학자들은 전쟁 주도의 가장 큰 손은 바로 종교라고 결론을 내린다. 최근에 읽은 ‘21세기 세계의 종교분쟁’이라는 책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중세기 10차에 걸친 십자군 전쟁은 대표적인 종교전쟁이다. 미국과 영국의 독립전쟁도 겉으로는 정치/경제 전쟁 같지만 그 속내는 청교도들과 영국 국교의 싸움이다. 영국과 북아일랜드의 오랜 분쟁도 성공회와 가톨릭교회의 투쟁이며, 중동 이슬람 국가 간의 잔혹한 전쟁도 수니파, 시아파의 끝없는 결투이다. 지금도 화약 냄새 풀풀 풍기는 발칸반도 분쟁 또한 그렇다.
국가 간 전쟁은 아니나 반인륜적 잔혹성의 대표적 종교사건이 있다. 40여 년 전 짐 존스 교주가 이끌었던 인민사원 집단자살 강요사건이다. 남미 가이아나에서 독약 청산가리를 탄 주스를 강제로 마시게 해서 신도 914명을 살해했다. 276명은 어린이들이었다. 희생자 대부분이 미국국적이었으며 캘리포니아 출신이 많았다.
그 집단의 공식명칭은 ‘그리스도 제자들의 인민사원’이다. 한 때는 마약중독자 등 사회 취약층을 구호하는 모범단체로 행세했다. 천사의 가면과 악마의 심장을 함께 가진 전형적 사교집단이다. 마치 교회들이 예배 때는 천사, 회의 때는 악마집단인 것과 같다.
한국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백백교 사건, 오대양집단자살사건, 최근 정치지형을 크게 바꾼 세월호사건 뒤에도 역시 종교의 마수가 있었다. 일본의 신사참배 강요도 종교의 잔혹성과 마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런 독약성은 어떤 특정 종교나 인종, 특정 문화권이나 시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근래의 있었던 이슬람 극렬주의자들의 ‘참혹한 참수사건’이 이를 웅변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유물론을 근간으로 하는 공산당선언문을 1848년에 발표했다. 그것을 출발신호로 공산주의 정권이 한 때 이 지구 영토 3분의 2를 점령했다.
그 공산혁명으로 인하여 1억 명 내외의 생명이 학살당했다. 그 선언문은 ‘종교는 아편’ 곧 마약이라고 단죄했고 종교인들이 일차로 학살당했다. 그런데 어떤가. 오히려 그들 자체가 유물론이라는 아편에 중독된 유사종교집단 아닌가. 생명파괴 규모로도 어느 종교단체보다도 그 죄과가 더 크다.
종교(宗敎)는 글자 그대로는 ‘큰 가르침’을 뜻한다. 인류문명의 가장 건실한 기초적 교훈을 담고 있다는 뜻이다. 지구마을의 큰 종교들은 한결같이 사랑, 자비, 인애, 박애, 관용을 핵심교훈으로 삼는다. 십자가는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대표적 상징물이다.
그래서 미래학자 헌팅턴은 “온 인류가 지구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인종과 종교 차이를 뛰어넘어 기필코 화합을 도모해야 한다”고 절규한다. 다른 종교를 박살내고 자기종교만 살아남겠다는 발버둥은 또 다른 자멸의 길일뿐이라 경고한다. 이 지구를 ‘이리와 어린양이 함께 풀을 뜯는 푸른 초장’ 곧 평화와 공존과 함생의 땅으로 만들자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는 악마종교의 독약을 깨끗이 제거하고 천사종교의 양약을 공급하는 종교의 본분을 어서 속히 회복시켜야 한다. 그 세기적 운동이 바로 모국 한반도에서 시작되었으면 덩실덩실 춤을 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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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근 성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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