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일룡 칼럼
▶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지난 9월 30일 Students For Fair Admissions 라는 단체가 하버드 대학을 상대로2014년에 제기했던 아시안 입학 지원자들에 대한 차별 소송의 판결이 발표 되었다. 매사추세츠 주 연방지방법원의 앨리슨 버로우 판사는 하버드 대학이 입학 사정에 있어 아시안 학생들에게 의도적인 차별을 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패소한 원고 측은 항소 할 것이라고 한다.
이 판결에 실망하거나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도 제법 있으리라 믿는다. 나도 이 재판의 귀추에 관심을 가져 왔다. 대학에 지원하는 모든 학생들, 특히 아시안 학생들에게 끼칠 파장이 작지 않을 것 같아서이다. 그래서 판결문도 검토해 보고 하버드 대학의 아시안 동문연합회가 주관한 온라인 브리핑도 들어 보았다.
하버드 대학의 입학 사정 절차를 면밀하게 검토한 판사는 판결문에서 흑인 학생들에게 흑인이었다는 점이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다고 했다. 그러나 아시안 학생들에게 아시안이었다는 점이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물론 이 부분에 있어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흑인이었다는게 흑인 학생들에게 긍정적 요소가 되었다면, 아시안인 점이 아시안 학생들에게는 부정적으로 작용되었다고 보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입학 사정은 결국 ‘제로 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인종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았을 경우 흑인과 히스패닉 합격자 비율이 제법 감소하고 아시안 학생들의 비율은 증가했을 것이라는 증거도 재판에서 받아들여졌다. 그렇기에 아시안 학생들이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재판에 제시된 증거들 중 우리가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하는 또 다른 점들이 있다. 입학사정관들은 아카데믹, 특별활동, 운동, 개인적 자질 부문과 교사와 카운셀러 추천서들을 평가한다. 여기에서 아시안 학생들은 아카데믹과 특별활동에서 백인, 흑인, 히스패닉 지원자 그룹에 비교해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와 있다. 반면 운동과 개인적 자질에서는 평점이 가장 낮다.
특기 할 점은 아카데믹과 특별활동에서 아시안 학생들이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지만 교사와 카운셀러 추천서의 경우에는 백인 학생들보다 낮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학생들을 가까이에서 살필 기회가 있는 교사들과 카운슬러들이 아카데믹과 특별활동 외에 학생들의 어떤 점을 고려해 백인 학생들에게 더 높은 평점을 줬는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인종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대학의 입학 정책이 인종차별 금지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였다. 그 부분에 있어 버로우 판사는 지난 40여년 동안 이러한 입학 정책을 허용해 왔던 법원의 시각이 변경해야 될 시점에 아직 다다르지 않았다고 보았다. 그 판사는 130쪽이나 되는 판결문 말미에 흑인 최초의 아이비 대학 총장이었던 루스 시몬스 전 브라운 대학 총장의 법정 증언 내용을 인용한 후 이렇게 적고 있다.
“그 훌륭한 증언이 교육의 다양성에 무엇이 중요한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중략). 하버드 대학에 합격해 등록하는 학생들은 다양한 경험, 사고와 재능을 가진 학생들과 더불어 살고 공부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인종을 초월해 각자 나름대로의 삶과 경험을 소유하고 있는 인격체로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바로 그 것이 하버드 대학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언젠가 인종적 배경이라는 것은 단지 하나의 팩트에 불과하지 어떤 사람의 본질을 결정하거나 중요한 점을 나타내는 결정적 팩트가 아닌 시대로 우리를 이끌어 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가 그 시점에 도달하지 못 했다. 그 때까지는 ‘인종적 배경을 의식한’ 입학 사정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대학들이 배움을 촉진하고 학문을 발전시키며 서로 간에 존경과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시킬 수 있다.”
우리가 사는 미국이 어떤 한 사람의 인종적 배경이 그 사람을 판단하는데에 있어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 성숙함을 아직 이루었다고 보지 않는다면 아마 입학 사정에서도 인종적 배경은 계속 ‘의식’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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