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ECD, 한국성장률 전망치 또 낮춰...상의회장까지 “경제는 버려진 자식”
▶ 2년간 투자여건 악화 수없이 지적...정부, 지금이라도 규제 혁파 나서야
지난주 한국 경제에 대한 인식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고용상황이 양과 질 모두에서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움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18일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경제는 버려지고 잊힌 자식이 됐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누구 말이 맞는지에 대해 굳이 부연설명이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 ‘정치가 경제를 압도하고, 편 가르기가 일상화된 작금의 상황에서 경제에 대해 운운한다고 뭐가 달라질까’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한국 경제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상당히 냉혹하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1%로 또 낮췄다. 지난해 11월 2.8% 로 전망했던 것을 10개월 사이에 세 번 하향조정해 0.7% 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주요 기관이 11곳이 넘는다.
한국 경제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투자에 가장 잘 나타난다. 민간투자 증가율은 2017년 3월 16.2%였으나 그 이후 빠르게 감소해 올해 3월에 마이너스 7%까지 떨어졌다. 올해 7월까지 한국으로 들어온 외국인 직접투자도 도착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2% 급감해 56억1,000만달러에 그쳤다.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글로벌 외국인 직접투자는 2015년을 정점으로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1조3,000억달러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를 근거로 외국인 직접투자 감소가 우리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같은 기간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 직접투자한 금액은 오히려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의 경우 7월까지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21억달러 정도 늘어났다. 2015년까지 300억달러 수준에 머물던 해외 직접투자가 2016년 396억달러로 30.4% 급증했으며 그 이후에도 2017년 446억달러, 2018년 498억달러로 각각 12.6%, 11.6% 증가했다.
글로벌 외국인 직접투자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유독 한국의 해외 직접투자가 급증한 것은 2016년부터다. 2016년에는 촛불집회로 대표되는 혼란했던 국내 정치상황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 직접투자를 늘렸다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국내 기업의 ‘탈(脫)한국’ 현상이 지속되는 것을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적인 요인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지난 2년 동안 기업의 투자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은 수없이 지적됐다. 법인세 인상,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 노동시장 경직성 심화, 지지부진한 규제개혁과 각종 규제 등에 따른 고비용·저효율 경제구조가 심화되면서 국내 제조업이 생존을 위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통령도 경제가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어려운 경제를 살릴 방안은 2년 전과 동일하다고 한다. 더 늦기 전에 일자리 정부임을 내세웠던 초심으로 돌아가 지난 2년의 공과를 냉철하게 평가하고 제대로 된 평가를 토대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
기업의 투자 활성화가 최고의 일자리 창출방안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공약 이행률이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높은 도널드 트럼프의 경제정책인 트럼프노믹스의 3각축은 감세와 규제개혁, 보호무역,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요약된다. 2016년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트럼프 공약 실행으로 2017년 미국 경제성장률은 2% 중반~3% 중후반을 보일 수 있지만 그 이후 특히 2019년에는 마이너스 1.5%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OECD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하고 있다. 무디스의 예상이 크게 빗나간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양호한 이유 중 하나가 투자 친화적 규제개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새로운 규제 1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규제 2개를 철폐해야 한다는 ‘1인 2아웃(1 in 2 out)’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단순히 수치상으로 철폐되는 규제 숫자가 더 많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규제 도입비용이 폐지되는 규제비용으로 상쇄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원칙을 반영하고 있다. 투자여건 개선의 핵심은 규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지금이라도 정부실패를 최소화해 나가야 한다. 불가역적인 조치를 쏟아내면서 정작 필요한 이해관계 조정에는 무책임한 태도를 견지하는 데서 벗어나야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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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 숙명여대 교수·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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