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불투명한 태도를 보이던 북한이 드디어 미국이 기대하던 실무협상에 응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다가올 실무협상은 이 달 말경에 결정되는 장소에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김명길 순회대사를 북한측 실무협상 대표로 임명한 후, 김명길은 지난 20일 조선통신에 성명을 통해서 ‘거추장스러운 말썽꾼’(존 볼턴 안보수석)이 제거된 사실을 반기면서 “이제는 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조미관계에 접근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정치적 결단을 환영한다”고 트럼프를 추켜세웠다.
이번에 북미실무회담이 열리는 배경에는 북한과 모종의 핵합의를 만들어보겠다는 트럼프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리비아식 비핵화 방법으로 북한을 압박하던 볼턴의 해고가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 같다. 북미협상의 재개에 따라 북미는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관계개선, 평화체제 수립 및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논의 모색할 기회를 갖게 된다.
북한의 실무회담 대표가 된 김명길은 그의 성명에서 협상의 성공 가능성에 기대를 걸면서도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경고는 하지 않았다. 북한은 대미성명을 낼 때마다 협상에 대한 긍정적 기대와 실패할 경우의 경고를 함께 보낸다. 예를 들어 최선희 외무성 제1 부상이 9월9일 발표한 성명은 “미국과 마주앉아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미국 측이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계산방법을 갖고 나오지 않고 낡은 시나리오에 매달린다면 실무회담이 북미 간 거래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바 있다.
1주일 후인 16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낸 성명도 두 가지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즉 실무회담이 ‘위기와 기회’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며 “미국이 어떤 대안을 가지고 나오는가에 따라 앞으로 조미관계가 더 가까워질 수도 있고, 반대로 서로에 대한 적의만 키우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선택은 미국에 달렸다고도 했다.
지금까지의 북한의 입장을 종합해볼 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 요약하면 북한이 주장해온 “상호간에 신뢰를 쌓아가면서 실현가능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하나씩 풀어나가자”는 장기간의 단계적 해결방법을 미국이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북한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체제보장과 제재해제 후의 경제지원이다. 미국의 협상자들도 볼턴이 시도했던 것과 같은 북핵문제의 조기 일괄 타결은 북한이 앞으로도 수락하지 않을 것을 잘 알게 됐을 것이다.
실무협상을 시작할 때 미국 측은 우선 회담 목표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에 대한 합의도 없이 또 한번의 형식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한 합의를 도출하여 그 다음 열리게 될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합의된 협상결과를 공식적으로 승인하도록 만드는 실무회담이 될지를 결정해야 한다.
협상을 재개할 때 미국 측은 우선 다음 세 가지를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1)‘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쌍방이 공통적으로 인식하는 개념이 있어야 한다. (2)북한이 지켜온 핵과 장거리미사일 실험 중단약속을 앞으로도 준수한다는 공식문건에 김정은이 서명해야 한다. (3)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모든 핵과 미사일의 생산, 개발활동을 중단해야 한다.
북한이 제의했던 영변 핵시설의 철폐는 여러 지역에 은폐되어 있는 방대한 대량살상 무기고를 폐기하는 과정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미사일에 대한 완전한 신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한편 비핵화를 향한 합의이행에 대한 검증 체제는 필수요건이다.
북한은 비핵화의 시한 설정이나 전반적인 로드맵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시간을 끌 때까지 끌면서, 미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받아내려 할 것이고, 합의된 비핵화의 종점을 향해 움직이는 속도를 최대한도로 늦출 것이다.
그래도 비핵화의 진전을 원한다면 미국은 실질적인 물리적 혜택을 북한에 제공해야 한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한미훈련 중단, 전쟁종식 선언, 불가침 선언이나 연락사무소 설치보다는 당장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될 제재완화인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전쟁방지를 위해서 대화와 협상이 해야 할 역할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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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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