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진국·중국 수출의존도 높은 한국, 세계경제 침체에 직접적 타격
▶ 법인세 인하·경제활력 제고 등 새 환경에 적응할 정책 시급
최근 세계 경제가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주요국이 돈 풀기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역사상 최고라고 일컬어지는 호황 국면을 마무리하는 신호인 듯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높은 금리역전이 가끔 발생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비관적인 경제전망 때문인지 대선을 의식한 것인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성에 차지 않는다며 금리의 대폭 인하를 거칠게 요구하고 있다.
두 번째로 큰 중국의 경제는 연초 경제성장률 목표인 6~6.5% 달성도 쉽지 않고 심지어 6%가 무너질 수도 있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결정적 원인일 것이다. 3위 일본 경제 역시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과감한 돈 풀기로 일본을 잃어버린 20년에서 탈출시킨 것으로 칭송받던 아베노믹스는 어느 정도 성장을 이뤘지만 엔화 약세로 인해 달러 환산 국내총생산(GDP)은 오히려 대폭 감소해 미국·중국과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고 재정적자만 급증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과감한 노동개혁으로 통일 후유증을 극복한 것으로 칭송받는 모범생이었던 세계 4위 독일의 경제는 아예 마이너스 성장으로 빠져들고 있다. 원래 제조업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제라서 미중 무역분쟁, 노딜 브렉시트, 제조업 회귀, 세계무역 축소 등 세계 경제 재편으로 인한 수출 타격의 영향을 특히 많이 받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자동화 투자 과소, 정보기술(IT)에 대한 노동자들의 부적응 등으로 인해 그동안 강점으로 작용하던 직업교육 위주의 교육체제가 점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탈리아는 이미 경기침체에 빠져 있다. 미국·중국에 대한 원자재 수출에 크게 의존하던 캐나다와 호주 역시 무역분쟁, 세계무역 축소, 중국 자본 유입 정체의 불똥을 맞고 있다.
선진국들과 거대 개도국 중국의 경기침체는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 등 정치적 사건 외에도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인한 저축률 감소와 생산성 둔화,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구산업이 소멸하고 신산업이 대두하는 과정의 마찰적 불황, 경제 서비스화의 진전으로 인한 무역정체, 선진국으로의 제조업 회귀로 인한 국제분업 감소 등 근본적이고 추세적인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무역분쟁과 브렉시트 등 굵직한 사건들이 마무리되더라도 세계적인 경기침체 추세는 향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황이 좋은 일부 개도국도 결국은 세계 경기침체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세계 경제의 새판은 이미 짜이기 시작했다. 따라서 개인이든 정부이든 경기침체나 디플레이션 상황을 뉴노멀로 상정하고 경제운영 계획을 조정하는 등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을 심각하게 고려할 때다.
이러한 세계 경제 환경 변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곳은 선진국과 중국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나라다. 반도체와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을 중심으로 급감하고 있는 수출은 매월 감소 행진이 이어지고 있으며 무역수지도 연속 악화하고 있다. 성장률 전망치는 한 달이 멀다 하고 하향 조정되고 있으며 경기침체는 물론이고 심지어 경제위기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과거 아시아 금융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그나마 선진국들과 중국이 받쳐줘 우리가 단기간에 위기를 헤쳐나올 수 있었으나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그나마 선진국들은 막대한 해외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우리의 해외 순자산은 1,000억달러에 불과한 실정 아닌가.
세계 각국은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재빨리 눈치채고 법인세를 인하하고 규제를 완화하고 경제활력을 제고하는 등 정책 조치를 취해왔는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벼랑 끝에 선 경제가 마지막 자해 펀치 한 방을 맞은 것 아닌가. 정책 당국자들은 도대체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나 있는지 답답하다.
위기가 오기 전에 당국자들은 항상 “이번은 다르다 (This time is different)”라는 말로 애써 가능성을 부인한다고 한다. 대비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라는 말도 있다. 거친 느낌으로는 이번은 정말 다른 것 같다(This time is really differ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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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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