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두 달 전 지인 한 명이 나에게 올해 11월의 교육위원 선거에 보태 쓰라고 수표를 한 장 건네주었다. 내가 페어팩스 카운티 민주당으로부터 공식지지를 얻는 것에 실패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그 사람은 나에게 민주당 지지에 상관없이 출마할 것을 권했다.
그 동안 나는 그 수표를 그대로 갖고 있다가 최근에 돌려보냈다. 교육위원 선거 후보자 사퇴 서류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정식으로 접수시키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수표를 준 사람은 다름이 아니라 내가 1995년에 페어팩스 카운티의 브래덕 지구에서 민주당 지지 후보로 교육위원 선거에 첫 출마했을 때 공화당 경쟁 후보자였던 테씨 윌슨 씨다.
1995년 선거에는 모두 3명이 출마했다. 그 선거에서 나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51퍼센트 득표로 당선되었다. 그 결과는 윌슨 후보에게 충격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당시에 나는 정치와 선거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정치신인이었으나 그는 페어팩스 카운티 공화당 간부 당원으로서 선거와 정치 경험이 풍부했을 뿐만 아니라 교육 현안에 대한 지식도 나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선거에서 낙선한 윌슨 후보는 그 후 4년간 절치부심 준비를 해서 1999년 나와 둘 사이의 리턴매치에 승리했다. 그 선거에서 나는 방심했고 윌슨 후보는 그 허를 잘 찔렀다. 재선에서 실패 후 나는 2003년에 재기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 때 나는 브래덕 지역구 대신 카운티 전체 유권자를 대표하는 광역 교육위원 후보로 출마했다.
광역 위원이나 지역구 위원 모두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같은 한 표를 행사한다. 그러나 지역구 위원은 특정 지역구 일에 좀 더 관심을 갖는 반면 광역 위원은 카운티 전체 이슈에 집중할 수 있다. 내 자신이 특정 지역구의 일보다는 카운티 전체 이슈를 다루는 것에 더 호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윌슨 위원과 굳이 다시 격전을 벌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그 해 선거에서 나와 윌슨 씨는 동반 당선되었다.
동반 당선 후에도 윌슨 씨와 나의 사이가 꼭 편했던 것은 아니다. 서로 상대에게 한 번씩 패했던 경험이 둘 사이를 어색하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여러 현안에 대한 입장 차이도 컸다. 사실 그런 관계는 윌슨 위원이 교육위원회에서 은퇴한 2011년까지도 계속되었다. 그런데 그의 은퇴 후 서로를 보는 시각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2011년 가을에 선거가 있었는데 그 선거 결과로 교육위원 중 절반이 초선 위원으로 채워지게 되었다. 초선 위원들은 모두 당연히 큰 포부를 갖고 정책 결정이나 예산 수립에 일익을 담당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현실은 그들의 소신이나 추구하는 바를 그대로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선거 캠페인 기간 중 강력하게 내세웠던 주장이나 공약들이 있었지만, 일단 당선된 후에는 교육행정에 있어 부분적인 것보다는 전체적인 큰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동료 교육위원들의 의견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동료 교육위원들 중 자신과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위원도 있기 때문에 종종 정치적인 절충과 양보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의욕이 넘치는 초선 위원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제법 보이게 되었다. 그런 것을 볼 때 ‘구관이 명관’이라는 속담도 있듯이 과거 동료들의 부재가 새삼 깊게 느껴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2011년 선거에서 다수의 초선 위원들의 등장은 윌슨 위원과 내가 서로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리고 그 후 서로 도움도 주고 격려도 해주는 관계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아직도 공화당원인 그가 민주당원인 나의 민주당 공식지지 획득 실패를 아쉬워할 뿐만 아니라, 선거 출마를 권하고 선거 자금으로 사용하라고 수표까지 선뜻 건네주었던 것이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물론 동지가 적으로 바뀌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그렇지만 한 번 적이었다고 영원히 적일 것이라고 단정하지 말고, 동지가 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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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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