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경기는 투수전보다 점수가 많이 나는 난타전이어야 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만루 홈런을 보는 희열은 대단하다. 그런데 지난 2주 만큼 만루 홈런 때문에 속을 끓여 본 적도 없다.
우선 지난 23일에 열렸던 메이저리그 다저스와 양키즈 게임이다. 류현진이 던졌다. 류현진은 싸이 영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리고 올스타 게임에서 내셔날리그의 선발 투수가 될 정도였던 그가 계속 잘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당일 게임이 중요했던 것은 류현진이 그 전 게임에서 4점을 잃고 패했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는 다저스가 올해의 월드시리즈에서 만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을 월드 시리즈의 전초전으로 여겼다. 그런데 3회초 양키즈에게 2점을 뺏겼고 5회에는 만루 홈런까지 맞았다. 나는 류현진이 던진 공이 상대의 배트에 맞아 담장으로 넘어가는 것을 본 순간 게임을 챙겨보던 스마트폰을 꺼 버렸다.
그러나 다저스 게임보다 더욱 신경을 썼던 것은 리틀리그 월드 시리즈였다. 올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대표로 대한민국 충청남도 팀이 출전했다. 한국 팀으로 리틀리그에 출전한 역대 팀들 중 서울 팀이 아닌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그런데 처음 두 게임을 이기고 일본과의 세번째 게임에서는 패했다. 다행히 패자부활전이 있어서 다음 날 게임을 이기면 다시 일본과 인터내셔날 그룹 결승전을 벌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패자부활전 상대는 이미 4대 0으로 이겨 본 적이 있는 쿠라소우 팀. 쿠라소우는 캐러비안 해의 작은 섬나라이다. 이 게임에서 충남이 1회초 1대 0으로 이기다가 1회 말에 만루 홈런을 맞았다. 나는 이 홈런을 행사 참석 차 사무실을 일찍 떠나는 바람에 보진 못 했다. 아마 보았다면 뭐라도 집어 던졌을 것이다.
한편 한국 팀 이상으로 응원했던 팀이 또 있었다. 내가 사는 북버지니아 지역의 라우든 카운티 팀인데 미국의 동남부 지역 대표로 올라갔다. 버지니아 팀이 리틀리그 월드 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무려 25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더우기 그 팀의 주전 투수인 저스틴 리는 아시안이다. 라우든 팀은 첫 두 게임을 안타 하나 허용하지 않고 이겼다. 특히 4회 콜드게임으로 끝난 두 번째 게임에서 저스틴은 완투로 무안타 게임을 기록했다.
그런데 그 팀이 하와이 팀과의 3번째 게임에서 12대 9로 져서 패자부활전 게임을 치루게 되었다. 상대는 루이지애나였다. 1대 0으로 지고 있는 상태에서 4회초 루이지애나의 공격이었다. 라우든 팀의 투수는 물론 저스틴이었다. 그런데 노아웃에 주자 만루가 되었다. 투구수는 이미 74개. 리틀리그 게임에서 한 투수가 던질 수 있는 최대 투구수는 85이다. 그러니 이제 11번 밖에 남지 않았다. 감독이 마운드로 나왔다. 11개의 투구로 세 명의 타자를 잡을 수 있겠냐고 묻자 투수는 주저 없이 할 수 있다고 했다. 표정과 목소리는 비장하기 까지 했다. 그리고 공을 던졌다. 아, 만루 홈런이네. 바로 TV 채널을 돌렸다.
이틀 후 미국 그룹 결승전은 하와이와 루이지애나 사이에서 벌어졌다. 나는 하와이를 응원했다. 라우든이 하와이에 졌지만 대등한 시합을 벌였었고, 하와이 팀에는 나와 같은 아시안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루이지애나가 일방적으로 9대0으로 앞서 갔다. 6회 말 하와이의 마지막 공격. 제발 무득점만 면해라. 그런데 1점씩 득점하더니 순식간에 9대 5로 따라 붙었다. 그리고 1사에 주자 만루. 이제 홈런 한 방이면 동점이다. 다음 타자의 볼카운트는 2스트라이크 3볼. 그 다음 투구가 낮게 들어 왔다. 그냥 두었으면 한 점 더 낼 수 있었다. 그러나 방망이가 나갔다. 소리가 경쾌했다. 잘 맞은 것 같았다. 어, 친 공이 유격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 갔네. 유격수가 2루로 뛰어가 베이스를 떠난 2루 주자도 잡았다. 더블 플레이로 게임 끝. 세상에 이럴 수가. 만루 홈런으로 극적인 동점을 내심 기대했는데.
일요일에 열린 전체 결승전에서도 루이지애나가 이겼다. 이렇게 올해의 리틀리그 월드 시리즈도 막을 내렸다. 이제 또 내년까지 1년을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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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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