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독립기념일 전후로 남가주에 진도 7.1에 이르는 큰 지진이 있었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특히 가족 중 건강상의 이슈가 있는 경우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알고 있어야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지진 발생 시 기본적인 대처법과 비상시에 대비하여 준비하면 좋을 생존키트에 들어갈 아이템들을 의학적인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지진 발생시에 바로 건물 밖으로 나가면 건물에서 떨어지는 잔해나 전봇대, 전기선 등으로 인해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가급적 건물 안에 머물러 안정적인 테이블 아래로 들어가 한손으로는 머리를 감싸고 다른 손으로 테이블 다리를 잡은 채 지진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도록 한다. 만약 가까이에 창문이 있다면 창문을 등 뒤로 하고 바닥에 무릎을 대고 엎드린 자세로 있어야 우리 몸에 중요한 장기들의 부상을 최대한 막을 수 있다.
의료용 워커나 휠체어를 사용하시는 어르신들은 지진 발생시 잠금장치를 잠그고 그 위에 앉아 베개를 머리 뒤로 감싸고 머리를 숙인 채 기다리도록 한다. 만약 침대 위에 있을 때 지진이 발생했다면 이불이나 담요, 베개로 최대한 머리와 등, 목 부분을 두껍게 감싸서 엎으려 있도록 한다. 차 안에 있는 경우 최대한 나무나 교각, 전봇대 같은 구조물 등을 피해 넓은 공터에 주차를 하고 사이드브레이크를 올리고 지진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도록 한다.
한편 지진 발생시를 대비해 집 안과 차 안에 생존키트를 준비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생존키트는 허리케인이나 태풍 같은 예기치 못한 재난 상황 시 생존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생존키트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식수인데, 일인당 하루 1갤런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족수 대로 보통 차 안에는 3일치, 집 안에는 2주치 정도의 물을 상비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통조림과 같이 잘 상하지 않고 별도의 조리가 필요없는 비상식량들을 챙겨두고, 특히 당뇨 환자들의 경우에는 초콜릿이나 달콤한 스낵류가 꼭 필요하다. 당뇨 환자들이 당 수치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단 음식을 무조건 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만약 며칠간 제대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한다면 급격하게 저혈당 증상이 와서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
다음으로 약물류, 복용하는 약물의 2주치 이상을 상비해 두도록 한다. 항생제 연고, 소독용 알콜, 두가지 이상의 소염 진통제, 눈을 씻어낼 수 있는 식염수 또는 안약, 거즈, 밴드에이드, 면봉, 고체비누, 자외선차단제, 가위, 스위스칼과 같은 다목적 칼, 즉시 사용할 수 있게 나오는 냉 온팩, 물티슈, 라이터, 배터리 없이 사용가능한 손전등, 설사약, 캔 오프너, N95 마스크, 호루라기, 햇빛을 받으면 따뜻해지는 비상용 담요(emergency blacket) 등이 필요하다. 비상용 담요는 코어체온이 떨어졌을 때 특히나 어르신들이나 심혈관질환 환자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깨끗한 식수를 얻기 힘들 때 사용 가능한 LifeStraw 같은 휴대용 정수필터를 가족수 대로 구비해 놓는 것을 추천한다. 물은 어린 아이들이 먼저 마시도록 하는데 아이들은 체표면적에 비해 필요한 체내 수분량이 많아 탈수증상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탈수증세가 발생하면 초기에는 심한 갈증을 느끼고 아래 위 입술이 서로 붙어있거나 혀가 찐득거릴 수 있고, 눈이 푹 꺼져있는 경우도 있다. 어린 아기들의 경우 탈수 시에 대천문이 푹 들어가있는데 이를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 또한 아기들의 탈수 증상은 12-24시간 이내에 기저귀에 소변이 없고 피부가 건조하고 차가워질 수 있다. 어르신들은 혈관이 유연하지 못해 탈수 증상에 즉각 대처하지 못하고 저혈압 증상이 오기 쉽다.
또한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심폐소생술(CPR)을 정식으로 배우도록 권한다. CPR은 결정적인 순간에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수단이므로 배우는 비용과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른과 아이에게 각각 심폐소생술을 하는 방법이 다르고 제대로 된 CPR 방법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2년마다 자격증을 리뉴얼해야 한다. 특히 가족 중 심혈관질환 환자나 어르신들이 있는 경우라면 CPR 방법을 반드시 배워두는 것이 좋겠다.
생존키트에 포함한 N95마스크는 미세먼지나 화학물질들이 폐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특히 천식환자들과 만성 기관지염 환자들은 유사시에 N95를 착용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지진 후에 우리 몸이 물리적으로 다치지 않더라도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아 심리상태의 변화나 정신적인 불안증을 경험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공황장애나 불안증, 조울증, 심혈관 질환 증상이 있는 분들은 이에 유의해야 한다. 지진과 같은 큰 자연재해를 겪은 이후에 심한 경우, 스트로크나 심장마비 등의 증상이 올 수 있으므로 심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분들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지진과 같은 상황에서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긍정적인 마인드로 충격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충격적인 상황을 겪으면 누구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생길 가능성이 있으니 필요한 경우 약 처방이나 심리치료를 받도록 한다.
문의 (213)480-7770 차민영 내과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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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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