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오는 월요일이면 내가 교육위원으로 있는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의 학생들은 새 학년 개학 첫 날을 맞는다. 인근의 프린스 윌리암 카운티도 같은 날 개학이다. 그러나 라우든 카운티 학생들의 경우 이미 어제부터 수업을 시작했다. 반면 메릴랜드 주의 경우 대부분의 학교들이 노동절 휴일 바로 다음 날인 9월 3일에 새 학년을 시작한다.
버지니아 주 의회는 지난 봄 회기 때 리치몬드 근처에 있는 놀이공원 이름을 따서 소위 ‘킹스 도미니언 법’이라고 불려 왔던 공립학교 학사일정법을 개정했다. 각 학군이 자의적으로 노동절 이전에 개학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과거에는 폭설 등으로 인해 휴교한 날이 일정 숫자를 초과한 경우에만 학군들에 따라 선별적으로 노동절 이전 개학이 가능했다. 그러나 새로 개정된 법에 의해 이제 북버지니아 지역의 규모가 큰 학군들 대부분이 노동절 전에 방학을 끝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부분은 버지니아 주 의회가 노동절 전 개학을 전면 허용하면서 그 대신 조건으로 학생들의 노동절 연휴를 4일로 정한 것이다. 그래서 노동절 전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4일간 학생들은 개학을 하자마자 바로 미니 방학을 즐기게 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여행업계의 주 의회에 대한 막강한 로비의 힘을 느껴 볼 수 있다. 교육에 주는 영향 보다 여행 산업 보호에 대한 주의원들의 배려가 엿보이니 말이다.
반면에 메릴랜드 주는 주지사가 여행 산업을 위해 2016년에 내린 ‘오션시티 행정명령’이라고 불리는 노동절 전 개학 금지 행정명령을 지난 봄에 주 의회가 새 법을 제정하여 무효화 시켰다. 각 학군이 자율적으로 노동절 전에 개학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군들은 행정명령에 따라 이미 이번 학년도 개학 날짜를 정해 놓은터라 이번 학년도는 그대로 노동절 이후에 개학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많은 한인 학생들이 거주하는 몽고메리 카운티나 하워드 카운티 모두 9월 3일에서나 개학을 한다. 그러나 다음 2020-21학년도 학사 일정 결정 때는 노동절 이전 개학을 고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경우 교육위원회는 이미 2020-21학년도 학사 일정까지 결정해 놓았다. 여름 방학 초에 그 다음 해의 여름 방학 스케쥴까지 준비할 수 있도록 학사 일정을 미리 결정해주기를 희망하는 학부모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교육위원회가 지난 7월 두 번째 정기회의에서 결정했다. 원래는 5월 중으로 학부모들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6월 첫 회의에서 결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교육위원들 사이에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고 추가 설문조사의 필요도 있다고 여겨져 결국 표결이 몇 번 연기된 끝에 7월 둘째 회의에서 최종 결정되었던 것이다.
당시의 설문 조사 결과에서 시선을 끌었던 점은 학부모들이나 교직원들이 바라는 것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개학은 늦게 하고 방학은 일찍 해 달라고 했다. 겨울 방학은 2주 기간을 보장하고 추수감사절 휴일도 수요일부터 시작되도록 해달라고 했다. 봄 방학에 부활절 일요일까지 1주일 뿐 아니라 부활절 다음 월요일도 포함된다. 여기에 법정 기초 수업일인 180일과 교직원들의 교육이나 학생 성적표 준비에 필요한 날들을 추가하면 학사 일정 결정이 쉽지 않다. 또한 해 마다 이견이 있어 왔던 베테랑스 데이의 휴일 지정 여부는 당일을 조기 하교일로 정함으로 절충을 본 셈이 되었다.
추가로 알아야 할 점은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2020-21학년도의 첫 수업일이 이번 학년도 처럼 월요일이 아닌 화요일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교사들의 수업 준비를 위해 개학 전에 교사들에게 수업 없는 근무 일을 하루 더 배정하기로 했는데 결국 월요일로 할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다른 날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첫 수업일이 다음 날로 밀리게 되었다. 이렇게 학사 일정 결정에는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아 절대로 간단하지가 않다. 모두에게 좋은 새 학년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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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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