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8.15 광복절 연설에 대한 일본과 북한의 반응을 살펴볼 만하다. 대통령 연설은 한일갈등의 악화속도를 늦추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 일본과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주장한 것이 효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역사문제에서 무역분쟁으로 악화된 한일 간의 갈등은 아베총리가 있는 한, 앞으로 쉽게 해소될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한편 북한의 반응은 아주 거칠었다. 8월 16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발표한 대변인 담화는 막말 수준을 넘는 민망스러운 욕설도 담겨있었다. 이번 담화는 8월 11일 청와대를 “겁먹은 개”로 조롱했던, 북한외무성 권정근 미국 담당국장의 담화내용보다 훨씬 저속한 비어들을 사용했다.
조평통 담화는 문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 로 지칭하며, “보기 드물게 뻔뻔한 사람”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 “북쪽에서 사냥총 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 “사고가 건전한 것인지 의문” 이라는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평화경제 건설 구상은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하늘을 보고 크게 웃을) 노릇”이라고 깎아 내렸다. 평양에는 거친 말을 만들어내는 전문가들이 있다.
북한이 표면상으로 반발하는 이유는 한국이 미국과 북한침입을 위한 합동운련을 하며. 최신무기 도입과 개발을 통한 군사력 증강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심 북한은 핵무장해제가 되면 한국이 북한을 흡수통일할 것이라는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생각은 문대통령이 방법을 제시하지 않은 채, 2045년까지 통일을 달성할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말도, 한일갈등 해소 차원에서 극일 수단으로 남북 “평화경제”를 제시한 것도 남한의 일방적인 생각으로, 북한과 협의나 교감도 없는 시점에서, 북한의 존재를 무시하는 처사로 인식할 수 있다. 조평통은 이러한 한국으로부터 느끼는 북한내부의 정권 안보의 불안이나 흡수통일에 대한 공포심을 논의할 수 없다.
김정은은 지난 4월 최고인민위원회 연설에서 한국은, 핵문제를 둘러 싼 북미관계에서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가 아니라 당사자가 되라고 했었다. 이제는 미국과 직접 해결할 것이니, 남조선은 빠지라고 철저한 통미봉남의 자세로 나온다. 남북대화를 다시 할 생각도 없다고 말한다. 북한은 한국이 미국에 대해서 북한에게 유리하게 해 줄수 있는 영향력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한국이 북미대화를 지지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북한의 도발을 조장한다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북한이 각종 신종유도탄과 단거리미사일을 빌시해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만 안하면 된다는 식의 발언들을 문제 삼는 것이다. 북한 매체들이 트럼프의 말을 인용하고, 미국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비난을 자제한다. 합동훈련은 미국과 함께 하는 훈련인 데도. 서울정부의 입장은 어정쩡하다.
트럼프는 지난 주 김정은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공개하면서, 김정은이 전쟁연습훈련에 불만을 갖고 있으나, 훈련이 끝나면 미사일 발사도 중단하고 비핵화 실무 협상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도 “우스깡스럽고 비용이 많이 드는 전쟁연습” 을 좋아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훈련을 위한 물자동원에 드는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한국의 보수정치인들 가운데서도 “트럼프는 안되겠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한미합동훈련이 끝나면, 비핵화 실무회담을 열겠다고 했지만, 북한 협상팀은 누가 이끌지 확정도 안된 상태이고 협상준비를 새로이 갖췄다는 신호도 보이지 않는다. 비건 미대북대표가 20일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나, 한국정부와 협상공조 협의 이외에 북한의 협상팀과 혹시 판문점에서 만날 수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워싱턴과 서울은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한편 일단 합동훈련이 끝나면, 북한이 한동안 조용해질 가능성은 있다. 북미회담도 재개될 수 있다. 그러나 실무회담에서 협상진전으로 또 한차례의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기 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이 있다. 우선 미국이 김정은의 비핵화약속을 믿고, 북한에 밝은 미래를 기약해도 북한은 이를 믿지않는다. 제재완화나 해제없이 비핵화협상은 진전은 불가능하다. 미국은 선 비핵화 후 제재해제를 주장한다. 그래서 미국 보고 “계산법”을 바꾸라는 것이다.
북한은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설치등 관계개선 조치보다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원한다. 제재해제 없이 남북경협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북한이 알게됐다. 문재인의 평화경제나 45년까지의 통일은 현단계에서 막연한 이상적인 비전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은 현 한국정부의 의도나 힘의 한계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핵무기개발과 이에 대한 제재와 고립에서 오는 고통에 대한 분풀이를 한국에 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한국정부의 인내에도 한계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북한이 남쪽에 대고 욕을 퍼붓고, 무력도발로 위협을 한다고 해서 북한이 얻게 될 것은 별로 없다. 남북관계는 지금 껏 심한 기복을 겪어 왔다. 벼랑끝을 가다가도 긴장완화와 평화적 협력으로 돌아 온적도 여러 번 있다. 이번에 북한이야 말로 작년 4월의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 선언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 전쟁 촉발 위기였던 2017년으로 돌아갈 것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전쟁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
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