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날씨가 후덥지근하다. 습도가 높아서 가만히 있어도 땀방울이 흘러 내린다. 산들바람 부는 시원한 계곡이 그립다. 푸른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가 보고 싶다. 잠시라도 생각을 비우고 바람과 갈매기 소리로 마음을 채우고 싶은 하루하루다. 뜨거운 한 낮이 되면 시원한 냉면과 막걸리가 간절해 진다. 파도소리 들리는 해안가에서 수많은 밤하늘 별들을 보다가 그대로 누워 잠들면 좋겠다.
여행은 ‘행복의 종합 선물세트’다. 일상에서의 떠남 그 자체가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여행은 혼자도 좋지만 가족이나 마음 맞는 동행이 있으면 더욱 재미있다. 그렇게 즐거운 떠남인 여행은 수 많은 사람들을 설레게 한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을 좋아한다.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색다른 음식을 먹는 것은 언제나 신나는 일이라 그렇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지인들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누군가의 꿈이 되고, 동경이 되고, 행복이 되며 휴식이 되는 것이 여행이다. 적지 않은 여행을 다녔어도 여행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자신의 삶에 중요한 에너지임에는 틀림없다. 설렘과 흥분은 매번 다른 느낌으로 찾아온다. 그것이 바로 여행의 중독성이 아닌가 싶다”고.
여행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주위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했다. 그들의 마음에 느끼는 의견은 이랬다. “여행이란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또 다른 타인으로 인해 삶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내 인생을 위한 내일을 살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여행은 성장통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고 그 후에 더 성숙해지듯이 여행도 막상 부딪혀봐야 고통과 즐거움을 알고 한 뼘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나를 찾게 되는 시간. 사랑하는 사람과 교감하는 시간.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를 생각하는 시간. 자연과 호흡하는 시간. 익숙한 이들과 떨어지는 시간, 쉬는 시간. 그래서 그냥 시간이 이대로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것. 이런 것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여행에 대한 견해였다.
그 뿐만 아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 갈등하면서 빚어낸 최고의 예술.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 돌아갈 곳과 떠나온 곳을 그리워하고 소중하게 여기게 해주는 시간과 기회, 난해한 듯 간단한 듯 슬픈 듯 기쁜 듯 이어지는 것을 보니 삶과 마찬가지 등등이 여행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그들의 생각은 어느 하나 공감 가지 않는 것은 없었지만 한 마디로 여행을 정의할 수는 없었던 셈이다.
독일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니체는 여행을 5단계로 나눴다.
등급이 가장 낮은 1단계는 여행은 했지만 아무 것도 보지 못한 자다. 세상에 나가서도 자기만 들여보는 자가 2단계다. 3단계는 세상을 관찰해 무엇인가를 체험한다. 4단계는 체험한 것을 자기 속에 지니고 와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생활 속에서 가지고 있는 자다. 내면에서 깨달음이 일어나는 단계가 바로 4단계인 셈이다. 끝으로 5단계는 관찰한 것을 체험하고 그 것에 동화한 후에 집에 오자마자 행동이나 작품에서 반드시 되살려야 하는 자로 정의했다. 이렇듯 여행은 자신이 떠나는 것이지만 그 여행의 결과가 결코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다시말하면 여행자가 여행지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했다면 좋은 여행이고 그렇지 못하면 나쁜 여행이란 의미다.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으로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과 자신의 환경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물론 일상에서도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점검할 수 있다. 그러나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서 새로운 시각을 얻기란 쉽지 않다. 자신을 낯선 환경에 놓음으로써 새로운 시작으로 자신을 바라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여행이다. 여행은 사람에게 이롭게 하며 사람을 변화시킨다.
‘여행은 거울 앞에 서 있는 선명한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희뿌연 안개 속에 갇힌 내 자신을 구해내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고 한다.
이제 8월도 어느덧 중순이다. 여름방학도 막바지로 향해 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내 자신을 구명 하는 여행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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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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