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들과 점심식사를 했다. 그 자리에서 내가 모두들 즐기는 화제인 정치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좀 오래 된 이야기야. 한국 가는 비행기에 한국사람 옆에 미국 사람이 앉았어. 그들은 곧 친해져서 농담을 나누었지. 먼저 미국사람이 이야기를 끄집어냈지, ‘당신네 한국은 히딩크라는 축구 코치를 수입해서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만들었소. 그런데 요즈음 한국의 정치가 엉망이니 정치의 히딩크 같은 대통령을 수입하면 어떻겠소.’ 그러자 한국 사람이 웃으면서 대답했지. ‘당신의 의도를 내가 알겠소. 당신이 지금 부시 대통령을 팔아먹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꿈도 꾸지 마시오. 부시는 절대 수입 안 하겠소.’ 하면서 두 사람이 박장대소 했지. 그런데 말이야. 그런 농담이 이제 현실이 되어야 할 것 같아. 지금 한국의 대통령 안 되겠어. 그렇다고 지금 야당 정치인들 중에서 마땅한 대통령감도 못 찾겠고 말이야. 그러니 정말 한국은 해외에서 대통령 할 사람 한 명 수입을 해야겠어, 어떻게 생각하나?”
그러자 옆에 친구가 씨익 웃으면서 나를 쳐다보며 한마디 했다. “자네 말이야. 언젠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란다고 글 쓴 적 있지? 당신 트럼프 좋아 하고 그를 수입했으면 하는 것 같은데, 그런데 말이야 트럼프만은 절대 안 돼!”
박장대소가 터졌고, 그 이후 모두 이 사람이 좋다 저 사람이 좋다고 라고 하며 빈정대고 조롱하며 이런 저런 정치인들의 이름이 거론되었고 급기야 아베, 김정은 이름까지 떠들어댔다. 그러다가 결국 고국의 현 경제와 안보를 걱정하는 이야기로 전개되어 한참 떠들어 대다가 헤어졌다.
돌아오는 차속에서 생각해 보았다. 정말 대통령을 수입해야 할까? 내가 농담을 했지만 나의 무의식속에 그런 생각이 녹아 있는 것도 같다.
사실 한국의 실정은 너무나 극단적으로 양분되어 있다. 그래서 양쪽을 아우르는 대통령 탄생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인 것 같다. 좌파가 대통령이 되면 우파가 죽어라고 반대하고 우파가 집권하면 좌파가 국정을 마비시킨다. 경상도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 전라도 사람들이 물고 늘어지고 전라도 대통령이 탄생하면 경상도 사람들 또한 그럴 것이다. 그러니 현 시점에서는 제갈공명이 대통령이 되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니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며칠 전 NBC TV 아침 뉴스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방영되었다. 프로야구에서 로봇을 심판으로 쓴다는 이야기다. 캐쳐(catcher) 뒤에 심판은 그대로 두고 피쳐(pitcher)가 던지는 공을 로봇이 읽고 마이크로폰으로 심판에게 알려주면 심판이 스트라이크! 볼! 이렇게 소리를 지른다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심판에게 오심이라고 항의를 할 이유가 없어지고 좀 더 정확하게 되었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오심도 하나의 야구의 구성이다. 그리고 심판에게 항의하는 것도 또 하나의 야구를 보는 즐거움이다. 로봇의 심판은 정확할지 몰라도 야구 맛을 잃게 한다고 했다.
나는 혼자 미소를 지으며 자문자답했다. 한국에서 요즈음 같은 정치 환경에서 현존하는 정치인들 중에서 대통령을 뽑는다는 것은 하책이다. 그런대 대통령을 수입한다는 것이 상책일 수 있으나 눈을 씻고 보아도 수입할 대통령 감도 없는 듯하다.
이어서 스스로 자문자답해 본다. 그러면 대통령을 로봇으로 만들어? 아 그러면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것 아냐? 아니 그것보다 로봇 대통령이 탄생하면 세상이 너무 밋밋해질 것 같지 않아?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어느 교수였더라? 별로 취미가 없는 사람에게 정치처럼 재미있는 스포츠는 없다, 라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래그래 여야 좌파 우파 경상도 전라도 싸우는 것 재미있지. 그래야 TV, 신문, 유튜브 보는 맛도 있지. 대통령 수입도, 로봇 대통령도 다 재미없어. 그냥 이대로 서로 싸움질 하는 것 재미있게 보아야 할 것 같아. 사실 정치 이야기는 내 저녁 술상에 맛있는 안주감이야.
이런 생각이 사실 나를 자괴감에 빠지게 한다. 이러한 현실이 지속되어선 안 되겠다. 한국 정치인들은 물론 모든 시민들의 자성이 필요할 때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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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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