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생각과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합의점을 찾고 합의된 것들은 다시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개선 발전되어 나간다는 이론이 정·반·합(Thesis→Anti-thesis→Synthesis) 의 과정이다.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헤겔의 철학과 사회발전 과정을 설명한 변증법적 이론이다. 민주국가에서 정·반·합의 과정은 필수적인 조건이 되어야 한다. 여러 정치 사회집단에 의해서 수렴된 다양한 주민들의 의견과 필요를 최선의 방법으로 정책이나 사회운동에 반영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 그리고 민주 공화 정치세력의 대결은 미국역사와 함께 존재해 왔다. 특히 1930년대 경제공황 극복을 위해 루즈벨트 대통령에 의해서 실시된 막대한 공공 고용 프로젝트와 사회복지 지원의 진보 뉴딜정책은 진보와 보수의 뚜렷한 대결의 시대를 열게 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 동안 경험한 것처럼 합리적인 정치 사회발전의 기본조건인 정·반·합의 과정이 미국 정치와 사회 대화의 광장에서 크게 부서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정·반·합 대신에 정과 반의 싸움만 존재하는 것 같다.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 대신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공격만 난무하니 합을 이루어 낼 수 없는 것이다. 대화를 통한 합의 대신 권력이나 다수의 힘에 의한 결정만이 이루어지는 정·반·정이나 정·반·반의 과정만이 되풀이 되고 있는 느낌이다.
한심스럽게도 여론의 지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할 언론이 정치계의 이런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있다.
대표적 시사 TV 방송국인 CNN, MSNBC , Fox News등의 시사 프로그램을 시청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시청자들을 위한 객관적이고 건설적인 내용 대신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위한 선전이나 특정 정당 혹은 정치인을 헐뜯고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방송미디어 뿐이 아니다. 신문을 보아도 객관적인 분석과 건설적인 논리로 건전하게 독자들을 교육하고 설득시키려는 논설은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사실 중심의 객관적 보도여야 될 뉴스 기사까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비하시키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한국 신문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정치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우리 한인 친지들 간의 평범한 대화와 일상생활의 교류에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친지들 간의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특정 정치인이나 정책에 대한 지지나 부정적인 언급이 그와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방의 기분을 자극하게 된다.
화목해야 할 대화가 정치토론으로 변하고 마침내는 두사람 간의 관계까지 서먹스럽게 만든다.
사회 심리학에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이론이 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관해서 두개의 상충되는 인식을 갖게 되면 정신적인 불편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즉 가까이 지내는 사람의 정치관이나 이념 혹은 특정 정치인에 대한 생각이 나와 다르면 마음이 불편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연히 사람들은 인지부조화로 생긴 마음의 불편을 감소하려고 노력하게 되는데, 많은 경우 상충되는 인식 중 하나를 포기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관이나 이념 혹은 특정 정치인에 대한 인식 대신 중요한 인간관계를 포기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진보 법조계의 리더인 긴스버그(Ginsburg) 대법관과 수년전 타계한 보수 법조계의 대표 격이었던 스칼리아(Scalia) 대법관은 수많은 대법원 케이스에서 서로 반대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 중에 서로 다른 이론과 논리로 수없이 많은 충돌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사생활에서 이 두 대법관의 깊은 우정 관계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우정과 사적인 인간관계를 상치되는 이념이나 법이론, 그리고 법정에서의 반대 판결과 논쟁으로 부터 철저히 독립시켜 생각한 것이다. 우리 모두 두 대법관의 인지부조화 예방법을 배울 수 있길 바란다. 또 일반 대화에서 정치나 이념 같은 민감한 이슈를 피하는 것도 인지부조화 예방책이 될 것이다.
<
박옥춘 조지메이슨 대학 겸임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생각이 달라도 가까운 인간관계를 유지한다는 것. 매우 어려운 일이겠습니다. 특히 코리안들은 감정적이고 진영논리에 쉽게 몰입하기 때문에 더 어렵습니다. 아예 그런 주제는 피하는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