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0년 전이다. 경상남도 교육청 초청으로 한국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내가 교육위원으로 있는 교육청 소속 두 명의 교육자와 함께 다녀왔다. 경상남도에서 학교들을 방문하고 강연도 했다. 그 때 경상남도 도청 소재지인 창원시를 처음으로 가 보았다. 창원시가 계획 도시인 줄 몰랐는데 참 잘 정돈이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경남 교육청 담당자들의 안내로 창원 바로 옆에 있는 마산시도 가 보았다. 물론 나에게는 마산도 그 때가 처음이었다. 고등학교 때 이민 온 나에게는 한국에서 못 가 본 곳이 많은데, 처음 가 보는 곳에 가면 흥분이 된다. 마산시에서는 문신 미술관으로 안내를 받았다. 자그마한 미술관이었지만 산등성이 높은 곳에 위치한 게 참 마음에 들었다. 미술관 앞에서 내려다 보니 마산 앞 바다가 보였다. 그런데 그게 바로 이은상 시, 김동진 작곡으로 유명한 ‘가고파’에 나오는 “내 고향 남쪽 바다”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가슴이 뛰었다. ‘가고파’는 나에게는 한국 최고의 가곡이었고 중고등학교 때부터 즐겨 불렀었다. 곡도 좋았지만 가사가 마음에 와 닿아 가사 내용에 푹 빠지곤 했다. 그런데 이은상 시인이 ‘가고파’ 시를 쓴 곳이 문신 미술관에서 가까이 보인다고 했다. 내가 그런 시가 쓰여진 곳 가까이에서 그 시에 나오는, 이은상 시인이 내다보며 시를 쓴, 같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가고파’는 전후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나는 사실 후편이 있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전편에 나온 가사가 ‘가고파’ 시의 전부인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1973년 12월에 후편이 발표되었다. 후편 발표 당시 나는 아직 한국에 살고 있었지만 소식은 다음 해 미국에 이민 간 후에나 듣게 되었다. 그리고 1977년 첫 고국 방문길에 나섰을 때 한국에서 후편이 담긴 레코드판 한 장을 구입했다. 당시에는 레코드판을 구입하지 않고선 그냥 음악을 들을 수가 없었다.
‘가고파’ 전편은 1933년에 작곡되었다고 한다. 작곡자인 김동진 씨가 학생 시절인 겨우 19살 때였다. 원래 ‘가고파’ 시는 10수로 구성되었는데 전편은 4수만 담고 있다. 그러다가 그 후 40년이 더 지나 김동진 씨가 나머지 6수를 후편으로 작곡했다. 그리고 그 후편의 초연을 작사자 이은상 시인의 고희 기념으로 숙명여대 강당에서 숭의여고 합창단이 수천 명의 청중 앞에서 했다고 한다. 공연 후 이은상 시인과 김동진 작곡가가 무대 위에서 감격의 포옹을 하고 말이다.
후편에 나오는 시도 전편 이상으로 좋다. “물나면 모래판에서 가재 거이랑 달음질 치고, 물들면 뱃장에 누워 별헤다 잠 들었지”로 부터 시작해서, “처녀들 어미 되고 동자들 아비된 사이 인생의 가는 길이 나뉘어 이렇구나”를 거친다. 그리고 “옛 동무 노 젓는 배에 얻어 올라 키를 잡고, 한 바다 물을 따라 나명들명 살까나”로 이어진 후 “돌아가 알몸으로 살까나 살까나, 돌아가 알몸으로 깨끗이도 깨끗이”로 끝나는 시를 읊을 때 마다 고국에 두고 온 친구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다음에 꼭 고국으로 돌아가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끔 했다.
그런데 이 ‘가고파’를 요즈음 젊은이들은 잘 모른다고 한다. 성악 전공자도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고 했다. 내 생각으로는 영원히 한국의 대표적 가곡의 위치를 유지할 줄 알았는데 아닌 것이다. 그러니까 영원한 것은 없나 보다. 하기야 내가 즐겨 듣는 한국 가곡 중 이수인 작곡 김재인 작시의 ‘고향의 노래’는 가고파 전편이 작곡된 지 35년 후, 그리고 김효근 작시 작곡의 ‘눈’은 내가 미국에 온지도 여러 해 지난 1981년에서나 작곡되었다. 결국 좋은 한국 가곡들도 계속 나오고, 또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곡도 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40대 중반 나이의 박지훈 씨가 작곡한 ‘가고파’도 들어 볼 수 있었는데 그 곡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사는 이은상 시인이 작시한 그대로이다. 이런 변화를 접하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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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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