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본의 사회지도자급 인사 75명이 발표한 성명서의 제목이다. “한국은 적(敵)인가.” 그 내용은 아베정부가 한국과의 통상관계를 다룸에 있어서 마치 적국을 대하듯 하는 것을 염려하는 것이었다. 거칠고 무례한 독자반응에도 불구하고 며칠 안에 그들을 지지한다고 서명한 사람들이 3천 5백명을 넘었고 계속 늘고 있다.
일본을 대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는 어떠했는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현 정부에게 묻고 싶다. 일본은 적인가. 전시 강제노동자들에 관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아베의 반응이 매우 부적절하고 무례한 것은 뚜렷한 사실이다. 그런데 그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반응은 적절한 것이었나. 너무나 거칠고 즉흥적이고 세련되지 못했다. 여당권에서 “죽창가”와 안중근 의사 이야기가 나오고 최고 지도자 입에서 최후의 결전이라는 식의 격한 반응이 나오고… 참으로 한심하다.
아베의 공격이 지나쳤고 국제적 여론도 아베의 처리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으므로 이번 무역전쟁에서 피차 손해는 보겠지만 우리가 이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긴 뒤에는 일본과 원수로 지낼 것인가. 일본과 원수로 지내면서 우리가 기술과 산업경쟁에서 극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난 오륙십년 동안에 두 나라는 이런 저런 갈등을 겪으면서도 그런대로 서로 유익하게 지내왔다. 배타적인 것이 애국적인 것은 아니다. 통상문제를 비적대적으로 유연하게 다루자고 한다고 이를 “애국이냐 이적(利敵)이냐” 또는 “일본에 바짝 엎드려야 사는가”하는 식으로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해야 할일을 찾지 못하고 허둥대면서 시민들의 애국심을 선동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한국과 일본 사이의 분쟁은 한국 대 일본이라기 보다는 문재인 대 아베의 성격이 더 크게 보인다. 그들이 아니었더라면 문제를 이런식으로 취급하였을가. 양쪽 다 졸렬하다. 국가들 사이에 지엽적인 문제를 국가 대 국가, 민족 대 민족의 싸움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은 그 문제 자체보다도 자기 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는 듯 한 의심이 들게 한다. 일본측의 경우에는 해당 문제보다 이번 기회에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밟아버리려는 의도가 뚜렸하게 보인다. 한국의 경우에는 정치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반일’로 지지율을 높이려는 경향이 있어왔다.
나는 문재인 정부가 무슨 발표를 할 때마다 불안해서 못견디겠다. 너무나 어설프다. 오늘날 문재인 정부 주변에는 전문가들이 넘쳐나게 많이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에게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경제인들과 대화하기 바란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정부가 나서서 할 일은 아니다. 나는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에 들어온 지난 35년 동안 한국산 이외에는 차를 산적이 없다. 배타적이라고? 천만에. 그들이 우리 차를 안 사니까 나도 그들의 차를 안 사는 것 뿐이다. 솔직히 나는 이번 불매운동이 성공하리라 생각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의 파킹장을 보라. 일제차 전시장 같다. 일본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알아서 자국산을 사준다. 일본 사람과 한국 사람들 사이에는 민도의 차이가 너무 큰 것 같다. 그렇게 멸시를 받으면서도 일제라면 오금을 못펴니 이런 사람들을 데리고 일본을 대항할 수 있을가.
나는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기를 원치 않았던 사람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9개월에서 18개월 안에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가 국민을 책임지겠다”고 하는 나라치고 잘 사는 나라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국민이 국가를 책임지는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이고 자유경쟁 시장체제다. 대북문제에 있어서도 그의 접근방법으로는 김정은에게 질질 끌려 다닐 뿐 양측에 어떠한 도움도 안된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나는 종교인으로서 그가 당선된 후에는 그가 잘되기를 기도하였으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도우라고 권면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를 위한 기도가 나오지 않는다. 그를 위해 기도를 하려 하면 꼭 하나님께 거짓말을 하려는 것 같아서 망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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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모 건축가,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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