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변화는 불안을 동반한다. 변화에 대한 원초적 저항은 우리 몸에서부터 일어난다. 항상성이다. 외부 조건의 변화와 무관하게 인체 내부 환경을 일정하게 그래서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생명체의 특성이다. 날이 더우면 땀을 흘려서 정상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한 예이다.
개인에게도 사회에도 변화는 불안이다.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긍정적 변화라 하더라도 기존의 틀이 흔들리는 데 대한 불안은 있다. 하지만 불안에도 때가 있다. 한 세기 전에나 타당했을 타인종 유입 불안을 여전히 불안으로 여긴다면, 그래서 이미 ‘멜팅 팟’인 나라의 현실을 거부한다면 이는 시대착오적 현실부정이다. 오래 전에 관 속에 들어갔어야 할 백인우월주의, 백인민족주의 망령이 최근 유난히 준동하고 있다.
한주 전 신문을 다시 보고 있는 걸까, 착각할 정도로 총기난사가 빈발하고 있다. 7월의 마지막 주말이던 28일 북가주, 길로이 마늘 축제장이 살육의 장이 되더니, 바로 다음 주말인 지난 3일에는 텍사스, 엘파소가 참혹한 대학살의 현장이 되었다. 그리고 채 하루가 지나지 않은 4일 새벽에는 오하이오 데이턴에서 총탄이 빗발쳤다. 전쟁터가 따로 없다.
길로이 축제장에서 3명의 목숨을 앗아간 범인(19살), 엘파소 월마트 매장에서 22명을 죽인 총격범(21살), 데이턴에서 9명을 살해한 난사범(24살)은 모두 백인청년들이다. 전쟁에 나가듯 군사용 소총에 대용량 탄창을 챙겨들고 가능한 한 많은 살상을 노렸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길로이와 데이턴 총격범들은 현장에서 사살돼 그들의 내면에 어떤 증오의 악마가 있었는지 정확히 알 길이 없다.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엘파소 총격범이다.
그는 ‘히스패닉의 텍사스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이 한 목숨 바칠 각오’로 나섰다고 했다. 멕시코 접경의 엘파소는 미국 반 멕시코 반인 도시이다. 주민 대부분이 히스패닉인데다 국경 너머 멕시코 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샤핑도 하고 친지 방문도 한다. 이번 총기난사 희생자들 중 상당수는 멕시코 인들이다.
총격범은 ‘히스패닉 침공’의 현장으로 엘파소를 지목했다. 성능 좋은 무기를 장만하고 4페이지 성명서를 작성하고 장장 8~9시간을 운전해 ‘현장’에 도착했다. 총격에 나서기 직전 온라인 사이트에 마니페스토를 올리고 소음차단 귀마개를 한 후 조준 사격하듯 총질을 시작했다.
성명서에서 그는 히스패닉 ‘침공’ 방치는 미국의 자살행위라며 이런 추세를 막기 위해 자신이 (히스패닉) 살육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기난사 중 경찰이 출동하자 그는 바로 무장해제하고 투항했다. 독립투사라도 된 듯 확신에 찬 태도였다.
총보다 위험한 것은 잘못된 신념이다. 백인우월주의, 신나치주의 같은 잘못된 이데올로기가 온라인의 폐쇄된 공간에서 확산되고, 증폭되며, 경쟁하듯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
백인 아닌 모든 인종은 적이니 제거해야 한다는 신념에 사로잡힌 이들에게는 총기규제도 소용이 없다. 어떻게든 무기를 손에 넣을 것이다. 백인우월주의 테러가 이민과 난민으로 유색인종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전통적 백인국가들에서 줄을 잇고 있다.
이들 백인테러범은 대부분 보란 듯 마니페스토를 발표하고 임무 수행하듯 총격에 나선다. 2011년 노르웨이에서 신나치주의 청년이 무차별총격으로 77명을 살해한 후,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의 유서 깊은 흑인교회 참사, 2017년 버지니아 샬로츠빌에서 인종주의 반대 시위대를 향한 차량공격, 2018년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 총기난사 그리고 2019년 들어 3월의 뉴질랜드 무슬림 사원 총기난사, 4월 캘리포니아 포웨이 유대교 회당 공격 그리고 이번 엘파소 사건 등이 모두 같은 맥락이다.
이들을 테러로 모는 음모론은 ‘백인 인종청소론’과 ‘거대 교체론’이다. 유색인종 이민을 받아들이면 다른 인종 간 결혼이 많아져서 결국 순수한 백인혈통이 근절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20세기 초반에는 미국사회에서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다.
‘교체론’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보이지 않는 엘리트 그룹(주로 유대인)이 무슬림과 히스패닉 이민자들을 불러들이고, 흑인과 다른 소수계의 출산을 장려함으로써 유럽계 백인 기독교인들을 지배하려 든다는 음모론이다. 바로 유대인 세계지배 음모론이다. 중미 캐러밴이 밀려들 무렵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이 공격받은 배경이다.
총보다 무서운 잘못된 신념의 확산을 막는 길은 관련 테러에 대한 확실한 응징이다.
9.11 테러 후 미국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슬람 테러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도록 무슬림 커뮤니티를 무섭게 감시했고, 테러에 대한 응징으로 전쟁을 불사했다.
반면 백인 테러에 대해서는 너무 느슨하다. 인종주의를 단호하게 배격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정치인들이 인종주의에 대해 성의껏 대응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정치인들을 바꿀 수밖에 없다. 미국이 백인의 나라였던 시대는 오래 전에 지났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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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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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10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110대 의원수는 민주당이 하원 상원 전부 차지햇는데 몰 했지요? 재발 팩트만 이야기 하시길.아니 그잘란 행정명령이라도 오바마때 했었어야지요길
참고로113대 의원수 즉 오바마때 상원 을 민주당이 장악햇엇지요.근데 왜 총기규재못했나요?현재 상원공화당이많아서 안된다고요?이것도트럼프탓?앞뒤가맞지안내요
총기협 잘못건들면 총마자 죽습니다.그많금 파워막강해요.재발 총기규재해야되는건 맞습니다. 트럼프니 모라도 할겁니다.입만산 민주당위인들 보단 낳아요
그큰요.근데 오바마는 몰햇지요?오바마때도 수십번의총기사고있엇지요.최소한 트럼프는 따발총용 거치대라도 못팔게했지요.그리고 트럼프니까 모라도 할겁니다.정치적으로 악용하는건 민주당이란걸
아랫댓글 올린분 한번 더 이 사설을 잘~ 읽어보세요. 요는 총을 쏜자가 우냐 좌냐가 아니라 이런참사가 점점 더 심해져가는데 미주총기협회의 사주를 받는 공화당은 찍소리 못하고있다는겁니다. 민주당은 이런 사고가 생길때마다 심한 총기규제를 법안으로 상정하는데 공화당이 계속해서 반대하고있는겁니다. 지금도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 알라바마, 오클라호마 같은데 가보세요. 거기 주민들 버젓이 총갔고 다니고 18세미만 청소년들 총기구입이 담배한갑사는것보다 더 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