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웃배우 폼 클레멘티에프... ‘가오갤’‘어벤져스’ 멘티스 역 인기
▶ 범띠해 봄에 태어났다고 이름이 폼...한국 감독님들과 일해 보고 싶어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맨티스 역으로 출연한 한국계 프랑스 배우 폼 클레멘티에프가 코믹콘 서울 2019 참석을 위해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클레멘티에프는 “기억이 안 나는 서너 살 무렵에도 한국에 온 적이 있다”며 “어머니의 나라에 다시 찾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홍윤기 인턴기자]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맨티스는 우주 최강 악당 타노스를 정신 능력으로 제압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서울의 이곳 저곳을 걸어 다니며 구경하고 싶어요. ‘코리안 바비큐’도 실컷 먹고, 쇼핑도 할 거예요. 그리고 감독님 한 분과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무척 설레어요. 혹시 모르죠, 나중에 같이 작업하게 될지도(웃음).”
배우 폼 클레멘티에프(33)가 두 번째 한국 나들이를 기대하며 한껏 들떴다. 지난해 4월 영화 ‘어벤져스: 인피티니 워’ 홍보를 위해 내한한 이후 1년여 만에 ‘코믹콘 서울 2019’ 행사로 한국 팬들을 다시 만났다. 클레멘티에프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와 ‘어벤져스’ 시리즈의 맨티스 역할로 전 세계 마블 팬들에게 사랑받는 배우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행사장에서 2일 마주한 클레멘티에프는 “팬들과 사진도 찍으며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웃음 지었다. 코믹콘 서울 2019는 만화,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피규어 등 대중문화 전 분야를 아우르는 세계적인 콘텐츠 산업 축제로 2일부터 4일까지 열렸다.
한국인 어머니와 프랑스계 러시아인 아버지를 둔 클레멘티에프는 캐나다 퀘벡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자랐다. 폼(Pom)이라는 이름은 한국어인 ‘범’과 ‘봄’을 합친 것으로 ‘범띠 해 봄에 태어났다’는 뜻이다. 국적은 프랑스이지만 그는 자신의 뿌리에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영화 ‘올드보이’ 할리우드 리메이크판에 출연했을 땐 한국어 사전에서 ‘Happiness’ 뜻을 찾아서 배역 이름을 ‘행복’이라고 직접 짓기도 했다. “제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늘 자랑스러워요. 한국과 러시아, 프랑스의 피를 물려받았고, 프랑스 가족의 손에서 자랐죠. 누군가에겐 제가 조금은 낯선 존재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저는 저일 뿐이에요. 다만, 사람들이 저를 보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아요.”
클레멘티에프는 코믹콘 서울 2019 행사 기간 내내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다. 그는 “마블 영화가 힘겨운 일상에서 ‘탈출’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랑받는 것 같다”며 “나 역시 비슷한 이유로 마블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클레멘티에프가 연기하는 맨티스는 신체 접촉을 통해 타인의 감정을 읽고 조종할 수 있는 정신 능력을 갖고 있다. 이 능력을 쓸 때마다 이마 더듬이에서 빛이 나온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는 혼절한 토르(크리스 헴스워스)를 깨우기도 했고, 우주 최강 악당 타노스(조시 브롤린)의 정신을 제압해 무력화시키기도 했다. 클레멘티에프는 “맨티스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며 “우리 모두가 그 사실을 더욱 잘 알게 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클레멘티에프는 ‘올드보이’ 출연을 위해 배운 태권도를 최근까지도 계속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훈련 영상을 보면 실력이 상당하다. 그는 “아직 배우고 있는 단계”라면서도 가장 자신 있는 기술로 ‘하이킥’을 꼽았다. 2022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에선 정신 능력에 액션 능력까지 겸비한, 한층 성장한 맨티스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글쎄요. 제임스 건 감독의 결정에 달려 있어요. 사실 맨티스는 액션을 할 필요가 없어요. 손을 얹기만 해도 누군가를 처참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미래에 액션 능력이 추가될지 상상은 해 볼 수 있겠죠. 저도 액션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된다면 정말 멋있을 것 같아요. 다만 의상이 불편해서 하이킥을 하긴 어려워요. 실제로 시도해 봤거든요(웃음). 바지를 조금 더 편하게 만든다면 가능할지도 몰라요.”
최근 마블 영화에선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는 여성 슈퍼히어로들이 협력해 타노스에 맞서는 상징적 장면이 담기기도 했다. 클레멘티에프는 “8, 9년 전만 해도 ‘어벤져스’에 여성 캐릭터는 블랙 위도우(스칼릿 조핸슨)와 스칼릿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페퍼 포츠(기네스 펠트로)밖에 없었다”며 “여성 캐릭터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서 무척 반갑다”고 했다. 그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외에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블랙팬서’의 와칸다 제국 공주이자 천재 과학자인 슈리(레티티아 라이트)와 블랙 위도우를 꼽기도 했다. “세트장에 모든 여성 캐릭터가 모여 함께 촬영했을 때 정말 신나고 즐거웠어요. 재능 넘치고 멋있는 배우들이에요. 우리는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응원하고 있어요. 여성 슈퍼히어로만 등장하는 영화가 나올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앞으로 만들어질 마블 영화에선 여성의 힘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여성 슈퍼히어로 영화에 앞서 한국 영화에서도 클레멘티에프를 만나고 싶다. 그는 “한국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 그리고 아직 이름을 알지 못하는 많은 감독들과 일해 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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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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