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옳고 그름이나 가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할 일들이 적지 않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찬반 여부가 여기에 해당된다. 친원전이냐 탈원전이냐에 대하여 논란이 분분하다.
미국의 친(親)원전 환경운동가 마이클 셸런버거는 지난 6월 고국의 에너지관련 단체가 추죄한 포럼과 제1야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정면 비판하고 한국은 더 많은 원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에너지원으로 원전을 들며, 원전은 경제적이며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원전의 장점만을 본다면 그의 주장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원전의 단점까지 함께 들여다본다면 친원전을 주장하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왜 그런가? 먼저 에너지원은 안전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셸런버거는 원전사고의 통계를 들어 원전의 안전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원전은 단 한 번의 사고로도 인명은 물론 생태계 전체에 끔찍한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그렇다. 사고 발생 8년이 지났어도 아직도 인근에 사람이 살 수 없고, 농수산물을 생산하지 못하고, 녹아버린 원자로를 해체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복구 과정에 약 800조원(한국 정부예산의 약 2배)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1986년 폭발한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역시 아직도 엄청난 복구비용이 들어가며 반경 30킬로 안에 사람이 살 수 없다.
한국의 원전은 인구 밀집 지역에 있어 안전성이 중요하다. 일부 원전은 반경 30킬로 안에 35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살고 있다. 요즘 빈번하게 발생하는 강력한 지진, 태풍, 해일도 위험요소이고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테러 공격이나 유사시의 폭격 등도 잠재적 위험요소이다. 안전과 관련하여 원전의 노후화에 따른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의 첫 원전은 1978년에 발전을 시작하여 40년간 운영되다 2017년 수명을 마쳤다. 원전이 철거되고 부지를 회복하기까지 15년에서 25년이 걸리고 약 7000억 원에서 1조원의 회복 비용이 들어간다.
원전과 관련하여 단점으로 지적되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핵폐기물들이다. 이들 방사선 폐기물 중 일부는 분해되지 않고 수천 년 동안 위험한 상태로 남아 있게 된다. 위험한 원전 쓰레기를 미래 세대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탈원전이 원전산업의 전면 중단이나 부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원자력 관련 학문과 산업은 사회에 크게 기여해 왔다. 원자력 관련 산업은 국가의 지원 아래 계속 발전해야 한다. 그러나 잠재적 위험성이 있는 에너지원인 원전은 탈탄소화의 장점이 있음에도 점차 비중을 줄여야 한다.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 안전하고 깨끗하며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인류의 에너지원은 한 번 쓰면 없어지는 화석연료가 대부분이었다. 그 부작용은 자연의 파괴, 미세먼지, 대기 오염, 공해, 이산화탄소 발생, 재앙적 사고, 위험한 폐기물 등등이다. 인류의 지속과 지구의 모든 생명을 위하여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여러 단점들이 있지만 신재생에너지 실용화에 주력해야 한다. 기술개발이 이루어지면 에너지 단가와 효율성은 원전보다 낮아질 것이다. 획기적인 에너지원이 될 인공태양으로 비유되는 핵융합에너지 개발도 절실하다. 일부에서 더 많은 원전을 짓자고 한다. 당연히 우리 지역에는 안된다 할 것이고…, 어느 지역에 건설 할 것인가? 신규 원전부지 후보지 결정을 두고 십 수 년간 사회적 갈등이 일어날 것이다. 또한 30년-40년 뒤 수명을 다한 원전의 천문학적인 복구비용과 그 동안 발생한 핵폐기물 처리는 미래세대에게 엄청난 짐이 될 것이다.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 섬 원전사고 이후 신규 원전건설 없이,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에 주력하고 있다. 한 국제 신용기관(S&P)은 미국은 2055년에 원전 제로(0)를 예상한다고 발표하였다.
시대에 따라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길게 보면 탈원전 해야 한다. 탈원전은 내집 전기요금 인상 차원의 의미를 넘어 지구촌 인류와 모든 생명의 미래를 열어가는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넘어가는 힘든 과정이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희망하는 지구촌 촌민의 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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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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