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코올이 많을수록 전류가 세, 알코올이 많을수록 전류가 세
▶ 음주후 90분이 혈중 농도 최고 이후 1시간마다 0.015%씩 떨어져
‘소주 한 잔만 마시고 운전해도 처벌 받는다.’지난달 25일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면서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줄었다. 개정법 시행 후 2주 동안 하루 평균 음주운전 사고 건수(27.5건)는 올해 1∼5월(평균 39건)보다 30%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휴대용 음주측정기 판매량은 늘었다. 개정법 시행을 앞둔 지난달 15~24일 소셜커머스 위메프에서 팔린 휴대용 음주측정기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이상 많았다. 티몬에선 이 기기의 판매량이 10배 가량 급증했다. 주요 구매자들은 40대 남성(31%)이었다. 30대 남성(26%)과 50대 남성(23%)이 뒤를 이었다. 개정법에 따라 면허정지 기준이 기존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면허취소 기준은 0.1% 이상에서 0.08% 이상으로 강화하면서 혈중알코올농도를 미리 측정해보려는 사람들이 휴대용 음주측정기 구매에 적극 나선 것이다.
음주측정에 기여한 아인슈타인우리 몸에 들어온 알코올은 여러 과정을 거쳐 분해된다. 먼저 알코올은 간에 있는 알코올탈수소효소(ADH)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바뀐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아세트알데히드탈수소효소(ADLH)와 작용해 아세트산으로 변하고, 아세트산은 신진대사를 통해 이산화탄소와 물로 몸을 빠져나가게 된다. 하지만 효소들이 알코올을 분해할 수 없을 정도로 술을 많이 마시면 몸 속에 아세트알데히드가 축적된다. 이 때문에 피로감과 구토, 설사,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이게 바로 숙취 현상이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IARC) 정한 1급 발암물질이기도 하다.
폐에 흡수된 알코올은 미처 분해되기 전에 빠져나가기도 한다. 숨을 내쉴 때 술 냄새가 나는 건 이 때문이다. 휴대용 음주측정기는 바로 날숨에 포함된 알코올을 측정한다. 이를 통해 몸 안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얼마일지 추산한다.
과거의 음주측정기는 중크롬산칼륨에서 일어나는 산화ㆍ환원반응을 이용해 혈중알코올농도를 분석했다. 운전자가 음주측정기에 대고 숨을 내쉬면 측정기 안에 있던 용액에 알코올이 녹게 된다. 이 용액은 황산과 질산은, 중크롬산칼륨으로 이뤄져 있다. 알코올은 붉은 오렌지색의 중크롬산칼륨과 반응하면서 아세트산으로 산화되고, 중크롬산칼륨은 환원되면서 녹색의 황산크롬으로 변한다. 날숨에 섞인 알코올 농도가 높을수록 중크롬산칼륨이 황산크롬으로 많이 바뀐다. 음주측정기는 중크롬산칼륨의 색깔 변화를 측정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산한다.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를 이용한 음주측정기도 있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 ‘빛의 방출과 변환에 관련한 예시적 관점에 대하여’란 논문을 통해 빛이 에너지를 갖는 입자(광자)로 이뤄져 있다고 주장하며, 광전효과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처음으로 밝혔다. 광전효과는 빛을 금속 표면에 쪼였을 때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으로, 아인슈타인은 광자가 금속판을 때리면서 금속 속에 있는 전자를 튕겨낸다고 설명했다. 아인슈타인은 이 업적을 인정받아 19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광자 중에서도 푸른빛의 광자는 에너지가 커 금속에 쬐면 전자를 튀어나오게 한다. 전기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반면 붉은빛의 광자는 에너지가 약해 금속 속 전자를 잘 튕겨내지 못한다. 광전효과를 이용한 음주측정기는 금속의 이런 성질을 이용한다. 음주측정기에 들어 있는 가스는 알코올과 만나면 파란색 등 파장이 짧은 빛깔로 바뀐다. 푸른 가스에 들어 있는 광자는 에너지가 높아 금속에 쬐면 금속 내 전자를 튀어나오게 한다. 이렇게 발생한 전자 수를 측정하면 알코올 농도를 계산할 수 있다.
요즘 널리 쓰이는 전자식 음주측정기는 알코올이 산화하면서 발생한 전류 크기를 측정한다. 음주측정기 속 백금 양극판에 닿은 알코올은 전극에 전자를 내주면서 아세트산으로 산화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자가 음극으로 이동하면서 전류가 발생한다. 이 전류의 세기를 측정하면 혈중알코올농도가 얼마 되는지 알 수 있다. 내쉬는 숨 속에 알코올이 많을수록 흐르는 전류의 세기도 커진다. 다만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술을 많이 마실수록 호흡으로 나오는 알코올 농도와 혈중알코올농도 모두 높아지는 건 맞지만 개인마다 편차가 크다”며 “날숨에 섞인 알코올을 측정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산하는 현재 방식은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재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시까지 소주 2병, 3시간 반 지나도 면허취소음주는 공간 지각 능력을 떨어뜨리고 거리 감각이나 방향 감각 등에도 악영향을 준다.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아질수록 사고 위험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가 0.06%일 때 사고 위험성이 2배 늘고, 0.1%에선 6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15%이면 그 위험성이 25배나 급증한다.
때문에 술 마신 뒤 운전을 해야 한다면 ‘위드마크 공식’을 통해 시간이 얼마나 지난 뒤부터 운전을 해도 되는지 따져보는 게 좋다. 이 공식은 1930년대 스웨덴 생화학자 위드마크가 제안한 것으로, 술의 종류와 운전자의 체중, 성별 등을 통해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알코올이 체내에 전부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선 체내흡수율이란 개념을 도입, 공식을 수정해 쓰고 있다.
음주량에 알코올 도수와 알코올의 비중(0.7894), 체내흡수율(0.7)을 곱한 수치를 음주자의 체중과 성별계수(남성 0.86ㆍ여성 0.64)를 곱한 값으로 나누면 혈중알코올농도 최고치를 알 수 있다. 가령 체중 70㎏인 남성이 20도 소주 2병(720㎖)을 마셨다면 혈중알코올농도 최고치는 0.132%가 된다. 보통 술자리를 마치고 90분 지난 시점을 혈중알코올농도가 가장 높은 때로 본다. 이후 1시간 지날 때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15%씩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남성이 밤 10시에 술자리를 끝냈다면 그 다음날 새벽 1시 30분 혈중알코올농도는 0.102%로 볼 수 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가장 높은 시각(당일 밤 11시 30분)에서 2시간 지났으니 혈중알코올농도 최고치(0.132%)에서 두 시간 동안 분해된 정도(0.03%=0.015%×2)를 뺀 값이다. 술을 다 마신 지 3시간 30분이나 지났다고 안심하다간 큰 일 난다. 여전히 운전면허가 취소될 수준인 만큼 운전은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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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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