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에서 총체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우선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 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협치보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일본과의 갈등은 원만한 해소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하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등 고기술 제품에 사용되는 원료의 수출을 제한하는 것은 일본의 한국인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의 보상 판결과 이를 준수하는 한국정부에 대한 보복행위다. 일본은 눈 가리고 아니라고 아웅 한다.
일본의 보복행위는 한국경제 뿐 아니라 자유무역 질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태의 악화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GSOMIA)의 파기로 이어진다면, 한미동맹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차질이 생긴다.
아베 정권이 문재인 정부와 감정적 대결로 나온다. 일본이 한국의 감정을 건드린다. 이 판국에 어느 한 편을 들 수 없는 미국이 설사 나서서 중재 역할을 한다 하더라도,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대로 가면 한일 모두에게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은 65년 한일협정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입장에서 벗어나, 자국이 가한 피해를 보상해야 하는 역사적 책무를 외면해선 안된다. 한국은 이 문제와 함께 경제보복 문제를 외교적으로 푸는 것이 바람직 하다.
이번의 대일갈등을 계기로 5당 대표가 대통령과 회동한 것은 국내정치적으로 좋은 일이다.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여야가 정책을 달리하고 경쟁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대북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직 내년에 있게 될 총선거 구도가 정해진 것은 없다. 유불리가 달라 질 수 있는, 어떠한 정치 구도라도 언론과 선거의 자유가 보장되는 한, 심판은 국민이 하게 될 것이다.
남북문제에서 북한이 한국을 도외시하는 것은 잘못 하는 일이다. 북한은 한국이 자주적으로 남북관계 진전을 하지 못한다고 비난한다. 북한이 핵을 선뜻 포기하지 못하는 것처럼, 한미동맹은 한국안보의 핵심이다. 한국이 원하는 것은 미북과 한국이 보조를 맞추면서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과정을 함께 밟아 가자는 것이다. 남북관계의 개선은 북미관계에 도움이 된다.
미국은 지난 달 트럼프가 김정은과 3번째로 만나서 합의한 실무급 비핵화 협상에 북한이 응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평양이나 워싱턴이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이후 명확히 밝힌 새로운 입장은 없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전에는 제재완화가 없다는 입장, 북한은 단계적 접근과 상응한 조치의 동시적 행동의 주장에서 변화가 없다.
다만, 어떠한 비핵화 협상도 미국측의 시의적절한 제재 완화 없이는 진전을 기대할 수 없다. 한때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에서 북한의 핵계획 동결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일부 보도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후에도, 제재해제에 대해서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미묘한 차이점이 보이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과정을 이행하는 어느 시점에서 제재를 부분적으로, 일시적 또는 지속적인 약속이행을 조건부로, 완화 내지 해제해 줘야 한다는 의견과 끝까지 선 비핵화 후 제재해제를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양상이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의 결심이다. 그는 강경파 참모들의 의견과는 달리 어느 시점에서 김정은에게 무엇인가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시간은 문제가 아니다,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한다.
그가 북에 선물을 주는 시간을 정치적으로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2020년 대선 때까지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만 안 해도, 자신이 북한의 핵위기를 해결했다고 주장할 것 같다. 만약, 비핵화 최종합의 이전에 모종의 부분적이나마 구체적인 중간합의를 이끌어낸다면, 그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주 북한의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8월에 실시 예정인 ‘19-2 동맹’ 한미 연합훈련을 취소하지 않으면, 실무협상 개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한 반응이 여러가지다. 북한이 핑계를 대고 실무협상 개최 약속을 깨는 것이란 것이 그 중의 하나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아직도 실무협상팀의 구성이나 전략적으로 협상 개최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이 실무협상을 안 할 특별한 이유도 없다.
금년에 실시되는 한미훈련은 외교협상에 지장이 되지 않도록 규모를 축소한 것이다. 핵전략 자산도 동원되지 않는다. 그만큼, 북의 우려를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언제나 한미합동 훈련을 반대해 왔다. 그들은 한국의 신무기체계 도입에서 날카롭게 반발한다. 한미동맹의 훈련이 없어지려면, 한반도에 완전한 평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한국의 경제가 걱정스럽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중미 무역전쟁과 세계무역질서 재편성의 불안에 겹쳐, 일본의 경제보복의 위협까지 받고 있다. 이런 때에 비핵화 문제가 진전되어, 제재가 해제되고, 남북경협이 활성화 되면, 한국경제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개성공단의 경험은 남측에서 폐쇄하기 전까지, 경제적으로 분명 남북에 남는 장사였다. 비핵화가 진전되고, 평화가 정착되면, 여러 개의 개성공단을 북한에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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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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