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내용이 문제가 되었다. 민주당 초선 여성 하원의원들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쏘아붙인 것이다. 그 표현을 보면서 링컨 대통령을 생각했다. 링컨 대통령이 존경받는 이유 중의 하나가 미국의 통합을 위해 노력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은 통합이 아니라 분열을 말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된다면 증오도 분열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연방정부에 반기를 들었다가 남북전쟁에서 패한 남부연합의 대통령 제퍼슨 데이비스와 남부군 총사령관 로버트 E. 리 장군은 사형되었을까? 아니다. 일시 수감되기는 했지만 사형을 당하지는 않았다.
나무위키에 남부군 총사령관 리 장군에 관한 항목에 이런 글이 있다. “(남북전쟁에서 승리한 북군 총사령관) 그랜트는 동포끼리의 싸움에서 수치를 주는 것은 옳지 않다며 아무 조건 없이, 다만 남부가 연방의 품으로 돌아와 하나의 미합중국이 완성되는 것만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남부 군인들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하며 장교는 검을 휴대하도록(명예의 상징), 병사는 말을 타고 가도록(농사를 지어야 하므로) 허용하고 굶주린 남군 병사들에게 식량을 나누어주겠다고도 하는 등 상당히 너그럽고 관대했다. 심지어 승리한 북군 병사들이 남군 병사들을 조롱하는 것조차 금지했다” 관용과 통합, 바로 이런게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게 아닐까? 증오와 분열이 아니고.
출처는 기억나지 않지만 오래 전 인터넷에서 봤던 세 장면으로 구성된 만화가 있다. 첫 장면에서 젊은 백인이 자기 앞에 있는 흑인을 보고 말한다. “아프리카로 돌아가!”. 다음 장면은 라티노에게 말한다. “멕시코로 돌아가!” 그리고 마지막 장면. 이 젊은 백인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 그의 앞에, 우리가 아메리카 인디언이라고 불렀던, 미국 원주민이 팔짱을 끼고 서있었기 때문이다.
그 원주민은 이 땅이 원래 누구의 것이었는지 묻고 있는듯했다. 유럽에서 왔건 아시아에서 왔건 우리는 결국 이 원주민 땅에 들어온 사람들이다. 유럽 사람들이 먼저 도착했고 아시아 사람들이 나중에 도착했다는 시간의 선후가 있을 뿐. 그런데 먼저 도착했다고 나중에 도착한 사람들에게 그렇게 유세를 떨어야 하겠는가. 1970년대 심수봉의 ‘젊은 태양’이라는 노래에 그런 대목이 있다. “우리는 너나 없는 나그네, 왜 서로를 사랑하지 않나” 특히 아프리카 출신 흑인들은 자신의 의지에 의해 이 땅에 도착한 것이 아니라 노예로 삼기 위해 백인들이 강제로 끌고온 것이건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즈음에 내게 있었던 일이다. 백악관 서쪽 포토맥강 건너에 있는 버지니아 라슬린(Rosslyn)의 윌슨블러바드(Wilson Blvd)에 6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백인 거지가 있다. 노숙자는 아니다. 그는 그 길을 따라 걸으면서 지나는 사람이나 주차된 차 안에 있는 사람에게 구걸을 한다. 그 날은 나와 마주쳤는데 내게 잔돈 있으면 달라고 했다. 없다고 말했더니 조금 전까지 내게 구걸하던 그가 내 면전에서 말했다. “니네 나라로 돌아가!”
어? 이게 무슨 소리지? 잠시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몇 초 후에 생각이 돌아왔다. 세상에나… 내가, 합법적 직업을 가지고 있고 소득에 관한 세금은 원천징수 되는 내가, 타인의 적선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미국 거지한테서 이런 얘기를 듣다니… 말로만 듣던 일이 내게도 생겼구나… 드디어 나도 “나라고 예외겠어? (Why not me?)” 대열에 동참했구나.
다른 사람에게 구걸하기 위해 멀어져가는 그를 바라보면서 ‘한 표’의 중요성을 생각했다. 내게 구걸하던 그 거지도 한 표를 행사한다. 그 한 표 한 표가 모여서, 미국땅에서 태어나고 미국땅에서 교육 받은 초선 여성의원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대통령을 뽑았고, 또 그런 대통령의 그런 표현에 침묵하고 있는 같은 당 의원들을 뽑았다. 그들이 맞다면 다음 번 선거에서 그들에게 표를 주면 된다. 그리고 그게 옳지 않다면 투표를 통해 반대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다.
그러니 아직 유권자 등록을 하지 않았다면 유권자 등록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세상의 시작, 유권자 등록과 투표로 시작된다. 뭘 망설이는가. 다음 세대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는 것,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아닌가 말이다.
<
김성식 스프링필드,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