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타 카탈리나 아일랜드
▶ 투명한 바닷물과 산줄기, 섬 중앙에 넓은 평지까지, 천혜의 관광지 ‘카탈리나’
섬은 육지와 떨어져 있어 매력적이다. 바다로 단절됐기에 몽환적이지만,여전히 땅이기에 현실적 안정감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일상에 없는 평화와 휴식이 고요하게 기다리고 있을것 같은 환상을 섬은 던져 준다.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 역시 섬 여행의 설렘을 부채질한다.
카탈리나는 수평선에 걸쳐 뽀얀 모습으로 누워 있다. 아무리 맑은 캘리포니아 날씨라도 카탈리나섬의 아련한 장막을 완전히 걷어내지는 못한다. 보이지만 희미하고, 가까이 있는것 같지만 만만치 않은, ‘밀당’의 고수로 남가주의 해안을 향해 손짓한다.
카탈리나로 향하는 고속 여객선은 세 곳의 항구에서 출발한다. 롱비치와 샌피드로 그리고 오렌지카운티에 위치한 대너포인트다. 흰색과 파란색으로 치장한 여객선은 바다 위를 달릴 거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섬으로 가는 사람은 배 타는 재미를 누려야 한다. 섬으로 들어가고 육지로 나오는 뱃길에서 갖는 감흥이 오히려 전체 여정의 백미가 될 수 있다.
승객이 타는 객실은 2층으로 구성돼 있다. 바다를 가르며 쾌속선이 뿜어내는 파도 거품과 망망한 해면을 가까이 지켜보려면 1층에 자리 잡아야 한다.
어깨선과 나란히 펼쳐지는 태평양 위로 그림처럼 갈매기가 날아간다. 선내에 설치된 계단을 올라 2층에 오르면 새롭게 바다가 다가온다. 시각이 넓어지면서 풍경은 한결여유로워지고 시간의 무게는 가벼워진다. 여객선 진동조차 옅어진다.
대양과 쾌속 여객선이 함께 휘저어내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선실 밖 후미로 나가면 된다.
태평양을 건너온 바람이 살갗을 때리는 순간 모든 게 살아 숨 쉰다는 사실에 전율이 인다. 바다도, 바람도, 갈매기도, 멀어져 가는 땅도, 배도 사람도, 모두가 살아 있다.
다만 그 동안 도시에서 잊었을 뿐이다. 모두가 자기의 언어로 소리를 내고 존재의 의미를 설명해 준다. 태평양 위를 달리는 배 위에서 비로소 귀를 기울이게 된다.
쾌적하고 넓은 선내에는 스낵코너도 마련돼 있다.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면 좌석에 등을 기대면 떨치지 못한 온갖 상념과 걱정이 배 밖 저 멀리 날아간다. 항해하는 여객선에 육신을 맡기고 잠시 영혼까지 안식하는 평안을 맛볼 수 있다.
섬 여행에서 뱃삯은 당연히 왕복용으로 들게 마련이다. 카탈리나 섬을 다녀오는 티켓도 헐값은 아니다. 그러나 자동차 여행을 하며 기름 값으로 잡는 예산이나, 워터팍의 시즌패스와 비교하면 경쟁력은 충분하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사람에게는 훌륭한 투자가 될 수 있다. 배 안에서 바다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섬으로 달려가는 흥취가 여느 놀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카탈리나섬의 공식 명칭은 샌타카탈리나 아일랜드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22마일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여객선으로 가는데 약 한 시간 반정도 걸린다. 카탈리나섬은 밀수의 온상지였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이라야 사냥과 낚시가 전부였다.
그리고골드러시 시대에는 사금을 캐기 위해 사람들이 밀려왔다 사라졌다. 몇몇 호텔과 바에는 이런 저런 꺼리로 한탕을 노리는 사람들만 서성거렸다.
카탈리나섬을 살린 사람이 있다.
바로 윌리엄 링글리 주니어다. 그는 한때 세상의 모든 이들이 씹고 다녔다는 링글리 껌 회사를 세운 인물이다. 껌 재벌인 링글리는 카탈리나 섬의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챘다.
남가주 바로 앞 태평양에 떠 있는 이 섬은 투명한 바닷물과 적당한 산줄기, 섬 중앙에는 꽤 넓은 평지까지 갖춘 천혜의 관광지였다.
그는 192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섬개발에 나서 오늘 날 카탈리나의 터를 잡았다. 링글리는 프로야구팀 시카고 컵스의 구단주이기도 했다. 그 덕분에 컵스 선수들은 1951년까지 혹독한 시카고의 눈발을 피해 카탈리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차리고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섬의 90퍼센트가 1975년 카탈리나섬 보존기구의 관할로 편입됐다. 링글리는 자신의 손으로 보존기구를 설립한 이후 자신의 사유지를 헌납해 섬을 모든 사람의 땅으로 만들었다. 개발과 자연보호는 그가 생전에 세운 원칙에 따라 이뤄지는 것은 물론이다. 카탈리나섬에 관한 한 링글리는 멋있게 돈을 쓰고 떠났다.
카탈리나섬의 중심은 아발론 항구다. 대부분 관광객도 여기에서 하선한다. 섬 인구의 대부분 이곳에 거주한다. 아발론은 바다와 인접한 언덕을 타고 들어선 마을이다. 물 위에는 하얀 요트들이 떠 있고 항구를 따라 아름다운 타운이 조성돼 있다. 지중해 항구를 방불케 한다. 아발론은 이름만큼이나 이국적이다.
아발론의 다운타운은 빈티지 냄새를 물씬 풍긴다. 빅토리안 스타일의 건물이 언덕을 따라 들어서 마치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한 구석을 가져온 느낌도 든다. 레스토랑과 카페, 커피샵 등이 즐비하고 대부분 점포 바로앞에 바다가 보인다.
‘초원의 빛’으로 한인 팬들에게도 큰 인기를 모았던 여배우 나탈리 우드가 의문의 익사를 한 곳도 바로 아발론에서 가까운 투하버스 근처였다.
우드는 남편 로버트 와그너와 요트를 타고 추수감사절 휴가를 카탈리나에서 보내던 중이었다.
카탈리나섬에 족적을 남긴 또 다른 대스타가 있다. 바로 마릴린 먼로다. 먼로는 1943년
첫 남편 제임스 도어티와 아발론에서 살았다. 그러다 2차 대전이 발발하고 남편이 징집되자 그녀도 새 인생을 찾아 카탈리나를 떠났다.
카탈리나에서는 골프카가 당당하게 거리를 운행한다. 관광객들은 골프카를 타고 섬을 일주하며 산 위에서 태평양을 둘러보는 재미를 만끽한다. 때론 버팔로 들소가 풀을 뜯는 광경이나 카탈리나 여우를 만나기도 한다. 지프라인은 카탈리나의 상징 중의 하나다. 산 정상에서 협곡까지 줄을 타고 내려가며 한 마리의 물새가돼 산과 바다가 빚어낸 기가 막힌 풍광으로 빠져들 수 있다. 골프장도 당연히 준비돼 있다.
바다에서는 완전 초보자도 유리헬멧을 착용하고 즉시 스쿠버를 즐길 수 있다. 바닷물이 맑아 스킨스쿠버에도 적격이다.
고글 하나만 끼고들어가도 재미를 충분히 건진다. 섬을 일주하는 놀이 배를 타고 나서 데스칸소 비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커피를 홀짝거려 보라. 구석구석 힘껏 조였던 나사가 어느새 스멀스멀 풀려 나가는 걸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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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유정원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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