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는 많은 감정이 새롭게 느껴진다. 초봄의 잎사귀처럼 싱그러움과 설렘이 있다. 때론 낯선 곳에서의 불안함도 생기지만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돌아와서도 다녔던 장소가 한동안 꿈속을 헤맨다.
신화와 역사의 땅 그리스를 다녀 왔다. ‘매달린 바위’라고 할 만큼 경이롭고 웅장한 자연 바위와 신을 향해 절규하는 인간의 의지가 만들어낸 380M의 절벽위에 암석으로 세워진 메테오라의 발람수도원을 관람했다. 내부의 비잔틴 미술도 감상하고 성 니콜라스 수도원의 뛰어난 비경과 전통마을인 칼람바카도 구경했다. 그리스도의 박해를 피해 은둔생활을 했던 수도사들의 사진과 생활상을 고스란히 보면서 극한 상황에서 대처하는 인간의 극기(克己)를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존재는 신앙심의 초석이 되었다. 그들이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구원받은 자가 아니라 죄인이고, 여전히 실수하고 연약한 인간임을 겸손하게 자백하며 하나님의 가르침을 구하고 있다. 고통이 없는 삶이 아니라 주신 고통을 지고 가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간구하는 것이다. 무한한 시간과 거대한 우주공간에서 인간은 티끌같은 존재임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그리스는 일조량이 많아 목화가 잘 되고 산이 많아 그 조건에 맞는 올리브와 꿀이 많다 한다. 스파르타꽃과 들의 백합화라는 야생 양귀비가 노랗고 붉은 조화를 이루며 산과 들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다. 자연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탁 트이고 넉넉하고 푸근한 포용력이 전해온다. 살면서 행복한 시간은 가슴 따뜻한 존재와의 만남이다. 그리스인들은 부담없이 모여 지인끼리 와인을 물에 타서 마시고, 모래에 구워낸 담백한 맛의 그릭커피를 즐긴다. 찬란한 고대문명을 꽃피운 문화의 나라답게 책을 읽고 철학을 논한다. 가족과 집밥을 나누며 될 수 있으면 많은 시간을 함께 즐긴다한다. 음식을 나누는 것은 생명을 나누는 것이다. 음식은 하늘이 베푼 축복이고 사랑이다. 3층집들이 많이 보였는데 맨 위층은 자식들이, 중간엔 부모가, 아랫층은 조부모, 이런식으로 산다. 옛날 한국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모시고 아들, 손자, 며느리가 행복하게 살았던 시대가 연상된다.
그리스는 태양과 신화의 나라이다.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고 할 만큼 신화가 많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신화는 모든 사람이 즐겨 읽는다. 수수께끼를 풀어서 질투의 여신 ‘헤라’가 보낸 ‘스핑크스’라는 괴물을 지혜로 처치한 ‘오이디프스’는 테베에 평온을 줌으로서 테베왕으로 즉위한다. 오이디프스는 델포이 신전에 있는 문귀 “너 자신을 알라” 를 보고 “인간이구나” 외친다. 스핑크스와 오이디프스가 대결한 지혜 겨루기의 수수께끼는 “땅위에 네발로 걷는 것이 있다. 이름이 같은데 두발로 걷는다. 이름이 같은데 세발로 걷는다. 무엇이냐?” 이었다.
<인간이 태어나서 기어다닐 때는 네발, 걸을 때는 두발, 늙어서는 지팡이를 짚게되니 세발…>
신화라는게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많지만 인간주의를 고수하여 마치 신이 인간처럼 행동하는데 흥미가 있다. 태양, 예언의 신이었던 아폴로의 예언대로 “뼈를 준 아비는 죽이고 살을 준 어미로 짝을 맞게되는…” 비극 오이디푸스의 신화를 델포이(델피)에 가서 확인하고 신전과 박물관도 보았다. 신을 인간의 세계로 끌어들인 신화이다. 그들에게 신은 공포의 대상도 아니고 절대자도 아니며 어머니, 아버지 같은 존재이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언덕에서 기원전 331년에 지은 올림픽 경기장를 보았다. 그 시대에 6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리석 경기장이 있었다는 게 놀랍다.
아테네는 민주주의, 그리스 예술의 최고봉이었다. 기원전 5세기에 전쟁의 여신으로 알려진 “아테네” 에게 바친 파르테논 신전은 도리스 기둥 양식을 갖추고 있다. 6세기 부터 기독교 교회로 쓰고 있다는 그 신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1호이다. 젊은이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무고한 죄명으로 갇혀 사형된 소크라테스의 감옥과 아폴로 신전, 산타그마 광장, 그리스의 중요한 신탁이 이루어진 신성한 땅의 배꼽 움팔로스라 불리던 델피에 들러 고대 오라클, 경기장과 원형극장을 보았다. 그리스인은 자유분방하고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한다. 죽음은 예수님이 재림하실 때까지 잠자고 있는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화장법은 없다. 동네 좋은 터에 공동묘지를 만들어 3년 동안 임대해 주는 게 그들의 장례문화이다.
낙천적인 민족성은 날씨가 좋아서 생긴건지는 몰라도 그리스인들은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며 산다고 한다. 행복이란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찾아든다. 행복은 긍정적 정서를 통해서 자신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능력이다. 긍정적인 사람은 남을 행복하게 해주고 삶에 강한 활력을 준다. 어제의 아픔과 슬픔까지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게 삶에 향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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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잔 워싱턴 두란노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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