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출신 가수 유승준은 지난 2002년 1월 한국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시민권을 땄다. 그러면서 그는 군역을 피했다. 유승준의 이런 행위에 대중은 엄청난 배신감을 표출했다. 그가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병역의무를 성실히 다하겠다고 누차 밝혀왔기 때문이다. 유승준에 대한 비난으로 여론은 들끓었다.
그러자 한국정부는 그에게 입국금지 처분을 내렸다. 고의적으로 병역의무를 피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받았기 때문이란 게 이유였다. 유승준은 출입국관리법 11조 1항에 의거, ‘대한민국의 이익과 공공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는 인물’로 지목되면서 이후 한국에 들어갈 수 없었다. 지난 2015년 입국을 허가해 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한국 대법원은 유승준에 대한 LA총영사관의 지속적인 비자거부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리고 이 케이스를 고등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은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은 채 오로지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발급을 계속 거부해 온 것을 위법적인 ‘재량권 불이행’으로 봤다. 17년간이나 유승준의 입국을 막아 온 것은 그의 행위에 비해 지나치게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법리와 상식에 비춰볼 때 지극히 합당한 판결이라 생각한다. 잘못된 행위와 처벌 사이에는 합리적 수준의 균형이 존재해야 한다. 위법 행위를 저지른 다른 외국인들, 그리고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하는 다른 한국인들(연 평균 4,000명)에 대한 조치와 형평성을 따져볼 때 유승준에 대한 오랜 입국금지는 과잉처벌이라 할 수밖에 없다.
유승준은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17년간 한국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 긴 처벌의 시간은 실정법이 아닌, ‘국민정서법’을 위반한 대가였다. 한국민들은 병역문제에 대단히 민감하다. 두루두루 공평한지, 그리고 특권이 개입하는 건 아닌지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안이다. 유승준은 미국시민권 취득을 통해 이를 회피하고 게다가 거짓말까지 했으니 대중의 비난과 외면은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정법에 따른 처벌은 냉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유승준이 패소했던 1심 판결 이유는 “유씨가 입국해 활동을 하면 자신을 희생해가며 병역에 종사하는 국군장병들의 사기가 낮아지고 청소년들 사이에 병역기피 풍조가 만연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와 유사한 이유로 유승준은 2심에서도 패했고, 사실 대법원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런 예상을 깼다.
1,2심 판결 내용은 지나친 기우로 보인다. 유승준 한 사람 때문에 청소년들 사이에 병역기피 풍조가 만연할 것이란 법원의 우려는 너무 여론을 의식한, 다소 억지스러운 판단이라 느껴진다. 정말 젊은이들에게 크나큰 좌절감을 안겨주는 것은 한국사회 특권층의 유독 높은 병역면제율(상당수는 기피)이다. 이런 것은 손도 못 대면서 “한 놈만 골라 패겠다”는 듯 유승준에 대해선 유독 가혹했다.
유승준은 취업비자를 신청했다. 한국에 들어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상업적, 경제적으로 상당한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 연예인으로서 이미 전성기를 훨씬 지난 데다 대중의 시선이 너무 따갑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은 이미 거센 후폭풍을 몰아오고 있다. 유승준 입국반대 청와대 청원에 서명한 사람이 삽시간에 20만 명을 넘어섰다.
대법원 판결과 별개로 대중은 정서적으로 얼마든 유승준을 징치할 수 있다. 이런 ‘사회적 처벌’은 대중의 권리이다. 또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지만 유승준이 실제로 한국에 들어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고등법원 심리를 거쳐야하는데다 법무부는 여전히 그의 입국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 법률적인, 그리고 행정적인 불이익을 주는 일은 국민정서와 일정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자칫 법률의 잣대가 여론재판에 휘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병역기피 연예인들은 대중의 거부와 기피를 통해 심판하고 가중처벌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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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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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이성 을 잃어가는 애 어른들 나라 지구촌 시민 정치인 종교인 법조인 모두.... 지구촌이 어디로 갈지 몹시 걱정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