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의 신문지상을 뒤덮은 일본발 대한 반도체금수 조치에 대한 기사들을 신문과 방송으로 접하며 잠을 잘 못 이루게 되었다.
처음에는 걱정 속에서 일본이 그러면 그렇지 하는 마음으로 적대시하는 경향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네들의 속내를 알 것 같아 크게 염려하지는 않게 되었다.
첫째로, 일본의 최근 압박은 대한민국을 겨냥한 것이라기보다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를 대상으로 한 시위성 조치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1)우선은 도쿄에서 열렸던 G20에서의 위상강화 노력이 미국의 반대로 반 보호무역 항목이 빠진데서 일본의 국제위상 역량강화 노력이 실패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2)중일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통상압력을 약화시키려 했던 아베 정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도리어 중일의 친밀한 유대증진을 미덥지 않게 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일 안보동맹조약의 파기 가능성을 흘린 것을 보면 금방이라도 일본정부의 대한 반도체 통제가 지금 이 시점에 나온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3)여기에 문 대통령의 중재가 다시 결실을 보기 시작한 판문점 회담을 통해 급기야 북핵 동결이라는 새로운 화두로 북미의 대결구도가 일본의 한반도 긴장지속이라는 희망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 사태를 보아야 할 것이다. (4) 궁극적으로 미국의 북한 핵에 대한 암묵적 승인과 이를 토대로 한 대북제재의 해제는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일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아베 수상의 최근 언급에서 보이듯이, 한국 정부가 도리어 대북제재를 느슨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고 지속적인 대북제재가 이어져야 한다는 그의 견해는 이를 입증하고 대한 반도체 금수조치의 직접 이유는 이와 같은 사태를 이끌어가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것이 진짜 속내일 것이라고 본다.
둘째로, 아베 행정부의 지속가능한 목표는 참의원 선거뿐 아니라 그 선거를 통해 개헌선을 확보, 군사대국화 곧 미국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려는 희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므로 외교부는 물론 한국정부 전체가 대미외교를 강화해 전방위적으로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중국견제라는 미국의 국익목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2차 대전의 원한을 잊지 않는 일본의 야욕을 충족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겠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특히 부시 행정부 이래로 신 네오콘 세력과 미국의 공화당주류는 일본과 매우 밀접한 유대관계를 맺어 오고 있음은 나카소네 수상 이래로 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존 볼턴 안보보좌관은 이의 대변자인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판문점 회동과 미국 행정부 내에서 일고 있는 북핵 동결 차원에서 비핵화와 제재 일부 해제의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는 점은 그동안 고생한 문 대통령의 열매라고 보아도 타당할 것이다.
셋째로, 그럼에도 어떤 형태로든지 일본과의 협력은 필요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 사이에 있는 한국과 일본은 일면 통하는 면이 있다. 일본이 문명화 되기 전인 5, 6세기 야마토 부족국가 시절 백제를 비롯한 한반도의 문명 전파는 그네들의 국가형성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였다.
결과적으로 남북분단은 일본의 야욕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있겠으나 강대국의 지역지배의 산물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이 역시 모순되는 견해는 아니다. 과거를 돌아보는 일은 언제나 요긴한 일이기도 하지만 미래를 발전시키는 또 다른 틀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넷째로, 영어에 능통한 외교통상 인력의 양성이 시급하다. 김현종 현 국가안보 제 2차장과 같은 인재가 10명만 되어도 이 위기를 넘을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한 번에 다 잡을 수는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니 위안부 문제는 매우 정서적인 면이 큰 것이어서 유지하되 강제징용 판결문제는 지도자와 지도자의 담판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일단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순이라고 제언한다.
당장은 약 오르지만 대승적인 견지- 즉 북핵 해결 비핵화 대북지원 나아가서는 여당 당수께서 허구헌 날 외쳐대는 20년 집권의 목적을 위해서도- 한발 양보하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일 것이다. 이라크 전쟁을 승리로 이끈 아버지 부시가 재선에 실패한 이유, 곧 신출내기 빌 클린턴 아칸소 주지사가 왕좌에 등극한 최고 전략이 ‘경제’인 점을 항상 기억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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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우 한반도 문화재단 대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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