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트럼프와 김정일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트럼프가 잘 하는 리얼리티 깜짝쇼였다. 1주일이 지난 지금도 판문점회동이 성사된 배경에 대한 추측이 난무한다. 한편 이번 북미간의 정상회동은 내용보다, 상징성의 의미가 돋보인다. 그래도 나름대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미국 대통령이 최초로 북한 땅을 밟은 것도, 한반도 분단과 긴장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이 만난 것도,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3자가 잠시나마 서서 만난 것도 모두 역사상 처음이었다. 트럼프가 2분간 만나서 악수하고 인사를 교환하고 싶었다던 회동은 53분간 진행되어 사실상의 3차 북미정상회담이 되었다.
이번 회담의 의미는 상징적으로 북미가 전쟁대신 관계개선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문대통령의 말처럼 “적대관계의 종식 선언” 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고작 하노이 파국이후 결렬된 비핵화 협상을 실무대표급에서 재개한다는 것이다.
외교와 협상에는 절차와 내용의 역할이 있다. 우선 이번 회담이 성사된 과정을 살펴본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말을 믿는다면, 이번 회동은 전례 없는 트위터 외교를 통해서, 트위터 발신 후 32시간만에 성사되었다. 트럼프가 29일 아침 트위터로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는 메세지를 보냈고, 5시간후에 북한의 최선희 제1 외교부상이 긍정적으로 호응했다. 김정은은 정식으로 만나자는 제의를 받은 것이 29일 오후 2시였다고 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제안이 거절당하면 체면이 손상될 수 있다는 걱정도 했다고 실토했다.
일부에서는 이 회담이 오래전부터, 아니면 적어도 6월 23일 알려진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답장으로 보낸 편지속에 정상회동의 제의가 포함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김정은은 “흥미있는 내용을 신중히 생각해 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다. 그러나, “흥미 있는 내용” 에 대한 구체성은 밝혀진 바 없다. 만약 “흥미있는 내용”이 판문점 회동의 제안이었다면, 트럼프와 김정은이 짜고 거짓말을 한 꼴이 된다.
필자는 하노이 결렬이후 소원해진 북미간의 관계, 트럼프와 김정은의 성격, 내용상으로 특기할 만한 판문점 회동결과의 부재, 그리고 그들의 국내 정치적 입장 등을 고려해 볼 때, 이번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은 실제로 전통적인 외교적 준비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갑자기 이뤄진 깜짝행사라는 해석에 무게를 둔다.
외교에서 형식과 절차는 원하는 내용을 얻는데 있다. 물론 절차는 내용상의 목표 달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Top Down 이냐 Working Level에서 시작하는 Bottom Up 외교를 논의하게 된다. 트럼프의 외교는 이번에 Top Down 을 통해서 실무급 협상 재개를 끌어냈다. 앞으로 진행 결과에 따라 다시 정상들이 직접 관여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미국측의 실무진 대표는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대표로 결정되었고, 북측대표는 김명길 전 북한 베트남 대사로 결정됐다는 보도가 유력시 된다. 최근 평양에서 위상이 상승된 최선희 제1부상이 이번에도 비건의 상대역이 되기는 쉽지 않다. 북한은 자존심이 강하고 직급에 따른 상대역 간의 균형 의식도 강하다. 한마디로 최선희은 비건보다 직급이 높다는 것이다.
실무협상의 성공여부는 실무자들에게 부여된 권한의 수준에 있다. 즉 그들은 상부로부터 확실한 지침과 부여된 권한를 통해서 협상과정에서 신축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결정의 고비 때 마다, 상부의 승인을 받고 협상을 진전시킬 수는 있다. 미북간의 실무진을 볼 때 북한측 실무 대표보다 미국측 실무 대표가 보다 신축적인 권한을 갖고 회담에 나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실무진이 해결 할 수 없는 사안은 최고책임자들의 몫으로 남을 수 있다.
일단 실무협상이 시작되면, 알려진 양측의 입장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신축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하노이에서 미국이 제시한 전면적 조기 핵폐기나 북한이 주장한 영변시설 폐기와 주요 제재해제의 교환은 이미 실패했다. 앞으로 협상이 진전되려면, 양측이 새로운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 쌍방은 “완전한 조선반도의 비핵화”와 같은 각기 해석을 달리하는 용어들도 분명히 정의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 나머지 국제사회도 북미간의 협상의 최종 종착점이 완전한 북한의 핵철폐와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의 협상은 험난한 과정을 예고한다.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북한이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 지금까지 실패한 협상의 경험, 쉽게 가시지 않는 북미간의 불신 등 협상의 장애물들이 산적해 있다.
그래도 협상은 해야 한다. 한반도의 긴장과 북한의 핵위협을 관리하기 위해서도 협상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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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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