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들이 도움 주고 받는 환경이 넷플릭스 고속성장 비결 중 하나
▶ 리더, 구성원 자유 누리게 하고 ‘어시스트’평가항목에 넣어야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옛날에 임금님이 한 분 계셨다. 어느 날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평소와 달리 왕관이 약간 비스듬하게 놓여 있는 것을 본다. 모자 담당자를 부른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 있었던 그대로 말해라.” “예, 사실은 제가 어저께 어머님이 몸이 좋지 않아 의원에게 모시고 가느라 일찍 조퇴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복 담당자에게 제 일까지 좀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그만 저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자. 여러분이 이 왕이라면 어떤 조치를 내렸을까. 중국의 철학자 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 왕은 자신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조퇴한 모자 담당 의전관을 엄중 처벌한다. 그 부탁을 받아준 의복 담당 의전관은 어떻게 됐을까. 역시 엄중 처벌한다. 여기서 엄중 처벌은 대개 처형을 의미한다. 자. 그다음부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제 그 누구도 자신의 일이 아니면 대신해주거나 도와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들 자기 일만 한다. 남의 일을 도와주는 것은 이제 월권에 해당한다. 왕의 조치는 모든 신하를 수동적 인간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중국 공산당 치하의 집단농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8가구가 모여 한 단위를 이룬다. 정전법(井田法)의 전통에 따라 한 농장의 밭을 9등분한다. 그리고 각자 한 구석씩 맡아 자신의 가족을 위해 농사를 짓는다. 가운데 있는 밭은 국가에 바친다.
오전9시가 되면 당번 순서에 해당되는 사람이 나와 마당 한복판에 있는 종을 친다. 그러면 8명이 마당에 모여서 같이 밭으로 일하러 나간다. 그 다음날도 오전9시에 종이 울리면 어김없이 다 나와서 밭으로 간다. 그런데 어느 날 무슨 이유에서인지 9시에 종이 울리지 않았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왜. 종을 쳐야 할 당번이 종을 안 치는데 나갈 이유가 없다. 내가 나가야 할 유일한 이유는 종이 울려서다. 왜 종이 울리지 않는 지, 그 원인을 파악해야 할 의무는 없다. 인간은 공산주의하에서 수동적인 인간이 돼가기 마련이다.
미국의 한 회사에서는 이런 사훈을 가지고 있다. “모든 직원은 다른 모든 직원에게 도움을 적극적으로 제공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돕는다.” 이 회사 직원들은 자신이 남을 도울 수 있다면 그것을 기꺼이, 그리고 즐겁게 행동에 옮긴다.
예를 들면 사내 게시판에 “○○팀에서 ○○주제로 워크숍을 가진다”는 공지가 붙는다. 그 주제에 관심을 가진 직원이 있으면 비록 그 프로젝트에 참가하지 않고 있더라도 그 워크숍에 갈 수 있다. 초대장이 오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참석해보니 그 팀원들이 끙끙대고 있는 문제가 ‘마침 내가 잘 알고 있는 토픽이다’ 싶으면 한 수 가르쳐주고 온다. 우리로 치면 엄청 오지랖이 넓은 짓이다. 마구 나대는 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에서는 이런 오지랖이 그냥 권장되는 정도가 아니라 의무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오지랖이 넓은 것이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 되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초고속 성장을 한 비결 중 하나다.
미국의 한 전설적인 농구 감독이 있다. 무려 88연승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88경기를 연속해서 이긴다는 말인가. 이 감독은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들으면서 자라났다고 한다. “첫째, 징징대지 마라. 둘째, 불평하지 마라. 셋째, 핑계대지 마라.” 존 우든 감독의 자서전에서 이 글귀를 읽으면서 내 얼굴이 귀까지 빨개지는 것을 느꼈다.
“요즘은 옛날 같지 않아서 쉬 피로해지네” “태블릿 PC 하나 좋은 것이 더 있으면 생산성이 확 오를 텐데” “그때 그 일만 없었더라면… 내 인생 확 좋아졌을 텐데” “내가 어쩌다가 그런 인간들한테 말려 들어가서리….” 이런 것은 다 징징이고 불평이고 핑계다.
이제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이 우리에게 주는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문제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아라.” 그리고 리더들이여, 이렇게 생각하라. ‘어떻게 하면 내 조직 구성원들이 서로서로 도와줄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첫째, 각자가 자유를 누리게 하고 둘째, 그 책임을 스스로 지도록 도와주고 셋째, 어시스트를 평가항목에 필수로 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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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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