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레이셔 국립공원(Glacier National Park)
맥도날드 호수.
#맥도널드 호수(Lake McDonald)
미 서부의 글레이셔 국립공원은 말 그대로 빙하가 깎아지면서 형성된 깊은 계곡과 빙하수가 흘러 내려와 생긴 하늘빛을 담은 천연 호수들 그리고 광대한 초원을 내 집처럼 여기며 살고 있는 수많은 야생동물들과 저마다 아름다운 빛깔을 뽐내는 야생화들이 어우러져 여행객들을 어서 오라 부른다.
40만 헥타르가 넘는 공원 안에는 수많은 계곡과 호수들이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고 내가 좋아하는 맥도날드호수를 먼저 소개하려 한다.
맥도널드 호수는 국립공원에서 가장 큰 호수로 만년설이 반쯤 덮여 있는 로키산맥이 호수의 삼면을 둘러싸고 주변에는 울창한 나무숲이 호수에 자기의 모습들을 비추며 위엄을 자랑하고 있다. 내가 갔을 때는 7월이었는데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만년설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이 호수의 특징은 호수 주변 기슭의 물 표면에 다양한 색깔의 바위와 자갈들이 있는데 이것은 철분이 공기의 노출에 의해 산화된 것이라고 한다. 호수에 당당히 비치고 있는 로키산맥도 웅장하지만 형형색색의 크고 작은 자갈들이 너무 귀엽고 예뻐서 좋다. 화사하게 피는 봄꽃들이나 다양한 색깔을 뽐내는 단풍잎들은 여름이 가고 있다고 그리고 겨울이 오고 있다고 말해주고 떠나가지만 예쁜 색의 돌들은 변하지 않고 영원히 늙지 않는 피터팬처럼 그렇게 여기에 있다.
#사진 찍는 팁
사실 이것은 사진 찍는 사람들에겐 팁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인데 형형색색의 작은 자갈들의 색을 선명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돌들이 물속에 잠겨 있어야 하는데 물에 젖은 자갈을 앞에 깔고 풍경을 함께 찍으려면 군대에서 유격훈련 하듯 납작하게 엎드려서 찍어야 한다. 카메라가 물에 젖으면 안 되니까 왼손으로는 카메라를 받치고 오른손으론 PL Filter(색을 선명하게 하기 위한 렌즈)를 돌리면서 찍어야 하기 때문에 한두 장 찍고는 숨이 차고 팔이 후들거려서 일어나 앉았다가 다시 찍곤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나는 사진을 찍으며 사람들 마음속이 저렇게 다 보이면 어떨까 하는 우스꽝스러운 생각을 했는데 얼마 전 지인에게 이 사진을 선물했더니 그 분은 아침마다 이 사진을 보면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 좋다고 했다.
생각의 차이는 많이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볼 수는 없어도 저렇게 맑았으면 하는 생각을 잠시 하면서, 작고 동그란 돌 다섯 개를 주워 어릴 적 동무들 불러 땅에 주저앉아 '공기놀이’ 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Logan Pass Visitor Center, 다양하게 피어 있는 야생화, 오벌린 폭포, Many Glacier Hotel, 와일드 구스 아일랜드.
#야생화 천국
아이들의 방학인 6, 7, 8월이 되면 이름도 알 수 없는 야생화들이 설산을 등에 업고 넓은 초원에 다양하게 피어 관광객들의 눈을 황홀하게 해준다.
하지만 다양한 야생화들이 피기 시작하면서 관광객이 많아지니까 야생화 보호차원에서인지 꽃들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줄로 막아 놓아서 사진 찍는 우리들은 다양한 구도 잡기가 힘들었다.
#오벌린 폭포(Oberlin Falls)
로겐패스 비지터센터에서 잠시 쉬고 근처의 Going-to-the-Sun 도로를 지나다 보면 쭉쭉 뻗은 초록색 나무들 사이에 시원하게 흐르는 폭포를 발견할 수 있다. 보통 폭포들은 위에서 아래로 그냥 뚝 떨어지지만 오벌린 폭포는 계단식으로 흐르는 것이 특징이고 그리 크지는 않지만 더운 태양빛 아래 지나는 관광객들의 눈과 가슴을 잠시 시원하게 해준다.
#와일드 구스 아일랜드(Wild Goose Island)
Saint Mary Lake 안에 있는 아주 작은 섬이며 Going To The Sun Road를 지나면서 볼 수 있다.
호수 위로 불과 14 피트(4.3m) 높이로 치솟아 있는 섬인데 호수와 주변 산들에 비하면 정말 작고 앙증맞지만 코발트빛 호수에 작고 까만 거위 한 마리가 둥둥 노닐고 있는 듯하다.
#Many Glacier Hotel
이 호텔은 빙하 국립공원 안에 있는 스위프트커런트 호수(Swiftcurrent Lake)의 기슭을 따라 1915년에 지어졌으며 방에서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경관을 가졌지만 너무 비싸고 몇 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묵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일행은 주변만 맴돌다 아쉬운 마음 접고 돌아서야 했다. 하지만 호텔 주변에는 코발트빛 호수, 스위프트커런트 폭포가 있고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있어 심심치 않게 맴돌 수 있었다.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립공원으로 손꼽히는 곳이라는 명성답게 수천만 년의 세월을 거치며 만들어진 만년설을 모자 쓰듯 걸치고 있는 산봉우리들과 빙하가 녹아내려 만들어진 코발트빛 호수와 폭포들 그리고 간간이 출연하여 지나는 여행객들을 설레게 하는 각종 동물들과 야생화들….
이 모든 것들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을 빠뜨리지 않고 다 보고 싶으면 그 이름도 멋지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 중의 하나인 ‘Going to the Sun Road’를 달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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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젬마 <글·사진/ 버지니아비치· 워싱턴사진작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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