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월요일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의 학업 성취와 훈육 그리고 교사 채용에 인종별로 큰 격차가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교육청의 오랜 격차 해소 노력이 실패했다는 지적이었다. 사실 새삼스러운 내용은 아니다. 현재 교육위원회가 학생 훈육과 관련해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려고 의논 중이고, 학업 성취나 교사 채용 격차 문제는 지난 주에 한 자문위원회의 보고서에 포함되어 있었기에, 아마도 그 보고서 내용이 보도로 이어진 것 같다.
학업 성취에 있어서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이 백인과 아시안 학생들에 비해 현저히 뒤지고 있다. 신문 보도에는 버지니아 주 표준학력평가 시험 결과가 사용되었다. 선행학습(Advanced Academic)이나 AP, IB 등의 수준 높은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의 인종분포에도 같은 점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학업 성취의 차이는 인종별 차이 뿐만이 아니라 특수교육을 받거나 ESOL 수업을 듣는 학생들, 그리고 저소득 가정 학생들에게서도 나타난다.
훈육에 있어서도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이 백인이나 아시안 학생들에 비해 징계율이 훨씬 높다. 특수 교육을 받거나 ESOL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저소득층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교사 채용의 경우 소수 인종 출신 교사들의 비율이 학군 내 학생들의 인종적 분포에 비해 너무 낮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흑인 지원자들이 백인들에 비해 교직 경력이 많거나 학력이 더 높아도 채용율이 현저하게 낮은데, 이는 교사채용에 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지적된 여러가지 격차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 방법 모색에 있어 그 누구도 쉽게 거론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잘못 하면 인종차별주의자로 몰릴 수 있기에 모두가 발언에 각별히 조심한다. 우선 학업성취에 있어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경우 공부에 지장을 주는 장애를 갖고 있기에 학업성취에 뒤쳐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그리고 ESOL 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경우도 영어 구사능력이 떨어지기에 마찬가지일 것이다.
훈육의 경우, 특수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나 ESOL 학생들의 신체적 장애나 영어 능력 부족으로 인해 훈육에 관련된 규율 이해, 상황 판단, 그리고 의사 소통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징계가 초래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훈육에 있어서의 인종별 격차 존재 이유가 각 인종 간의 문화적 차이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왜냐하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볼 때 아시안 학생들은 가정의 소득이나 학교의 인종적 분포와 상관없이 학교의 전체적 분위기에 대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긍정적 생각은 아마도 평소 학교 공부와 훈육에 대한 기본 자세에 있어 부모나 가정으로부터 받는 영향에 차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렇지 않고서는 설문조사 결과에서의 차이가 설명되지 않는다.
교사 채용에 있어서는 아직도 소수 인종 출신의 지원자가 많이 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지원자가 많지 않으면 채용 숫자를 늘리기가 어렵다. 그런데 채용 비율의 인종별 차이를 인종 차별 때문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교사 채용은 결국 일선 학교 교장이 거의 최종 권한을 갖고 결정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흑인 교장의 비율은 흑인 교사나 흑인 학생들 비율을 훨씬 상회한다. 흑인 교장들이 흑인 교사 지원자 채용에 있어 인종 차별 행위를 한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교사 채용에 있어 교직 경력 기간과 학력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교직 경력이 어디에서 있었고, 학위 취득은 어느 학교에서였나,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우수한 대학교 출신 지원자들의 채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한다면 그것을 시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여러 인종들 사이에 존재하는 학업성취와 훈육 그리고 교사 채용에 있어 격차 해소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근본적 이유를 더욱 냉철한 시각으로 살펴보고, 좀 더 솔직한 논의를 하지 않으면 진정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엄연한 사실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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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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