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산길을 함께 걷고 있는데 갑자기 곰이 나타났다. 한 사람이 뛰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 “뛰어도 소용없어. 곰이 당신보다 빨라. “ 뛰는 사람이 답했다. “곰보다 빠를 필요 없어. 당신보다 빠르면 돼.”
우스개 소리지만 1987년 민주 항쟁으로 독재가 끝난 후 한국 정치 판의 모습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 같다. 지난 30년 간 한국 정치는 자기가 잘 해서라기보다 상대방이 잘못해 정권을 쥐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두환 독재가 끝나고 민주 헌법 아래 선거가 치러진 1987년 대통령 선거가 대표적이다. 여당에서는 12.12 사태의 주역이자 전두환이 지명한 후계자인 노태우가, 야권에서는 민주화 운동의 주역인 김영삼과 김대중이 나왔다. 누가 봐도 양 김이 단일화만 이뤘으면 승리는 보장된 선거였다. 그러나 30년 민주화 동지였던 이들은 끝내 야권 표를 갈라 노태우에게 승리를 갖다 바쳤다.
이 해 선거에서 진 김영삼은 독자적으로 대통령이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3당 합당이라는 편법을 써 대통령이 되는데 성공한다.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초반 여론 조사는 이회창의 압승이 예상됐다. 그러나 집권 여당 표가 이회창과 이인제로 분산되고 야당의 김대중은 김종필과 손을 잡은 데다 IMF 사태까지 터지면서 승리의 여신은 야권의 손을 들어줬다.
그 뒤를 이은 2002년 대선에서도 여론은 야권의 이회창이 훨씬 우세했다. 그러나 여권의 노무현은 정몽준과 손을 잡고 야권은 다시 이인제가 표를 갉아먹으면서 승리는 여당에게 돌아갔다. 정몽준이 막판에 합의를 파기했지만 이는 오히려 여권 표를 결속시키는 역할을 해 노무현의 승리를 도왔다.
2007년 대선은 집권 세력의 중심인 노무현 지지파와 호남권이 분열하면서 여당이 사상 최악의 표차로 정권을 야당에 넘겨줬다. 2012년 대선에서는 원조 야당인 민주당과 청년들의 지지를 업고 한 때 여론 조사 1위를 달린 안철수의 표가 갈렸다. 두 사람은 막판에 단일화에 성공했으나 이는 감동을 주기보다는 정치 공학적 야합이라는 비판이 우세했다. 그 결과가 박근혜의 당선이었다. 2017년에는 새삼 다시 말할 필요도 없이 최순실의 국정 농단으로 여권은 야당에 대권을 헌납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한 때 80%를 웃돌던 문재인 지지율은 40%대로 주저 앉았고 경제는 엉망이다. 무리한 최저 임금 인상과 준비가 안된 주 52시간제 강행으로 자영업자 폐업률은 사상 최고고 만성적인 청년 실업에 저소득층 일자리가 줄면서 빈부 격차는 나날이 벌어지고 있다.
거기다 미 중국간의 무역 갈등으로 수출 환경은 나빠지고 있으며 중국의 사드 보복에 일본까지 무역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다. 작년 판문점과 평양, 백두산을 오가며 화기애애하던 남북 관계는 한국이 미국을 움직여 자신에게 유리한 역할을 해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북한이 한국을 외면하면서 교착 상태로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이면 상식적으로 야당이 득을 봐야 하는데 상황은 그렇지 않다. 아직도 친박 비박으로 나뉘어 으르렁거리고 제1 야당의 대표가 된 황교안은 되지도 않는 자기 아들 취업 얘기를 청년들에게 위로랍시고 하면서 표를 깎아 먹고 있다.
거기다 누구 아이디어인지는 모르지만 자유 한국당 행사에서 여성 당원들이 엉덩이 춤을 추며 국민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 야당이 엉덩이 춤 출 상황인가.
하기야 한국만 가지고 뭐라 할 일이 아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도 취임 이후 지금까지 거짓말과 기행을 일삼으며 지지율이 50%를 넘어본 적이 없다. 지금도 낮은 40%대를 달리고 있는데 이 정도면 재선이 어려운 것이 상례다.
그러나 지난 주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를 보면 그의 낙선을 장담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트럼프를 상대로 해 압승이 예상되는 바이든은 맥을 못 추고 개인 의료 보험을 폐지하고 정부 보험으로 대치하며 모든 대학 학비 융자를 탕감해주고 70%가 넘는 중과세에 대기업을 공권력으로 분할 해체하겠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후보들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열성분자들을 자극해 당내 지명을 따내는 데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대선 승리에 필수적인 중도파의 등을 돌리게 할 것이 뻔하다. 대통령을 내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하늘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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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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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요? 돈 많은 사람들이나 부유층들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젊은층에서는 느끼는게 다를겁니다.
요지경 ! 돌아가는 세상도 사람들의 마음도 종교도 요즘엔 날씨까지 또 다음엔 무엇이 될까가 의문이다 지진? 하늘이 노하여 바람 비를 퍼부어대도 사람마음을 못 움직이는것 같으니 땅을 흔들 지진?